이재명, 미국 상원의원 만나 "미국이 승인해 일본이 한국 합병"

박홍두 기자 2021. 11. 1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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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존 오소프 미 상원의원을 접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2일 존 오소프 미국 조지아주 상원의원(민주당)을 만나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존 오소프 상원의원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국은 미국의 지원과 협력 때문에 전쟁을 이겨서 체제를 유지했고 경제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얻었다. 그런데 거대한 성과의 이면에 작은 그늘들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결국 나중에는 분단도 역시 일본이 분할된 게 아니라 전쟁 피해국인 한반도가 분단되면서 전쟁의 원인이 됐다는 점은 전혀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이어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상원의원께서 이런 문제에까지 관심을 갖고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들어서 대단하다는 생각으로 말한 것”이라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평화, 인권에 대한 상원의원의 관심과 실천은 제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면담에 배석한 김한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재미동포 이민진씨의 소설 ‘파친코’를 언급한 뒤 “파친코가 일제시대 강제로 일본에 와서 2대, 3대에 걸쳐 사는 한 가족을 다룬 가족사 소설인데 오소프 상원의원이 이 책을 읽고 굉장히 감명을 받아서 작가한테 두번 전화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야기(가쓰라-태프트 협약)를 꺼낸 것은 오소프 상원의원이 한미일 역사, 식민지 관련해 관심이 많고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운동에도 참여하고 성원하는 과정에서 한국 현대사에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고 들어서 그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한미동맹은) 군사적, 외교안보적 측면을 빼고도 경제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한미안보동맹을 넘어서서 군사·경제교류 협력을 포함한 포괄적인 관계 확대 구축을 희망한다”고 했다.

그는 “미 상원에서 이산가족 상봉 관련 법안을 발의해서 심의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상원의원께서도 인권, 인도주의에 깊은 관심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 후보는 이어진 비공개 대화에서 10~15년 후 한반도 미래를 묻는 오소프 상원의원의 질문에 “당연히 비핵화다. 교류와 협력, 평화 정책으로 남북이 서로 불신하지 않고 북한이 해외에서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국가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현실적으로 남북, 북미간 상당한 불신이 있고 북한이 자기 체제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대화 정책이 멈춰 서 있는 이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야 한다”면서 “미국과 베트남은 전쟁으로 많은 희생을 치렀음에도 지금은 관계를 개선해 우방국이 되지 않았느냐. 북한도 우리가 노력하면 불가능하지 않다. 봉쇄가 더 지속될 때는 그 길에서 더 멀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오소프 의원은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이 후보가 거론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소프 의원은 “상원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이유는 한미 양국관계가 굉장히 중요하고 핵심적이란 확신을 반영한 것”이라며 “한국이 계속해서 인권, 민주주의 문제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함께 노력하는 점, 코로나19를 성공적 잘 관리하는 점에 대해 저뿐 아니라 많은 연방상원의원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한국) 기업들이 조지아에 전기 배터리 자동차, 태양광 모듈, 전기차 생산 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게 동북아 안정과 평화뿐 아니라 인권,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의지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그는 “최연소 상원의원으로서 미국 젊은이들도 한국 청년들을 굉장히 존중하고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과 강력한 의지는 젊은 미국인들도 많이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34세로 미국 최연소 연방 상원의원인 오소프 의원은 미국 공화당 핵심 지역인 조지아주에서 당선된 민주당 의원으로 유명하다.

가쓰라-태프트 협약이란 1905년 일본의 내각총리대신인 가쓰라 다로와 미국 육군장관 윌리엄 태프트가 밀약을 맺어 미국의 필리핀 지배와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상호 인정하기로 한 것을 말한다. 역사상 미국이 일본의 한반도 침탈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협약이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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