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첫날 휘발유 1천700원대로 하락..직영-알뜰주유소 북적(종합)
"일부러 기다렸다" 싼 주유소에 긴 행렬..유가정보 사이트 한때 접속 지연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김철선 기자 =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 시행 첫날인 12일 정유사 직영주유소와 알뜰주유소들이 바로 기름값을 내리면서 주유하려는 시민들과 차량의 긴 행렬이 종일 이어졌다.
유류세 인하에 따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날 L(리터)당 1천771.7원으로 전날보다 38.4원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그간 워낙 기름값이 급등한 데다 전국 주유소의 약 90%를 차지하는 자영주유소는 유류세 인하 단행 전에 들어온 재고가 소진되기까지 시차가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도 여전하다.
정유업계는 유류세 인하분을 즉각 반영해 소비자들이 최대한 빨리 체감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날부터 바로 직영주유소에 가격을 낮춰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알뜰주유소도 이날 즉시 유류세 인하분을 기름값에 반영했다.
연합뉴스가 이날 오전 일찍 방문한 서울 성동구 소재 현대오일뱅크 직영 효진 주유소에서는 보통 휘발유 가격이 L당 1천733원, 경유는 1천570원에 판매돼 전날보다 각각 164원, 116원 떨어졌다.
이 주유소의 주유기 5대 모두 분주하게 움직였고, 차량 운전자들은 일제히 '가득 넣겠다'고 외쳤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차량들도 줄을 이었다.
사무실에는 기름값을 문의하려는 사람들의 전화가 쏟아지면서 주유소 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퀵서비스 오토바이 운전자 정재윤(49)씨는 "매일 기름을 넣는데 이 앞을 지나가다가 싸길래 들어왔다"며 "보통 6ℓ를 넣으면 7천∼8천원이 나오는데 오늘 600원 정도 아껴서 큰돈은 아니지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승용차 차주 황모(48)씨도 "휘발유 43L를 넣고 7만4천원이 나왔는데 유류세 인하 전보다 6천원 정도 저렴해졌다"며 "유류세 인하를 일단 체감은 하지만 이미 기름값이 너무 비싸서 가격이 더 내려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유류세 인하 시행일까지 일부러 기름을 안 넣고 기다렸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성동구 성수사거리 소재 GS칼텍스 직영 도루코주유소에서 만난 주부 이모(49)씨도 "이번 주에 기름을 계속 안 넣다가 오늘 아침 일찍 와서 평소보다 3천원 아꼈다"고 언급했다.
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도 전날 1천826원에서 이날 1천661원으로 165원 인하된 상태다.
직영 주유소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은 이날 방문자가 최근 들어 가장 많다고 입을 모았다.
한 직원은 "근처에 셀프주유소가 있어 평소에 차량이 많지 않은데 유류세 인하 조치가 직영주유소부터 적용된다고 하니 평소보다 오늘은 꽤 많다"며 "2018년 11월 당시에도 그랬던 것처럼 하루, 이틀 정도는 직영 주유소가 덕을 많이 본다"고 전했다.
일부 주유소들은 '유류세 인하분을 즉각 반영했다'는 현수막을 내걸거나 단골들에게 연락을 돌려 방문을 권유했다.
기름값이 저렴한 주유소를 검색하려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접속이 몰리면서 오피넷 홈페이지 연결이 한때 지연되기도 했다.
직영 주유소보다 공급·유통 단계가 긴 자영 주유소들은 아직 유류세 인하 조치가 기름값에 반영되지 않았거나 직영·알뜰주유소보다 늦은 모습이었다.
전날까지 높은 가격으로 공급받은 기름 재고량을 소진한 뒤 유류세 인하분이 적용된 새 기름을 판매하기까지 걸리는 시차는 주유소마다 다르다.
서울 광진구 소재 SK엔크린 주유소(자영)의 휘발유 가격은 오전에는 전날과 똑같은 1천888원이었나, 오후에 유류세 인하분이 반영된 새 기름이 입고돼 가격이 1천724원으로 164원 떨어졌다.
상당수 소비자는 유류세 인하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 운전자는 "직영주유소는 원래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내려도 별로 체감이 되지 않는다"며 "일반 주유소들은 재고 소진을 해야 한다고 하니 가격 인하를 더 기다려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기름값이 인상될 때는 인상 요인이 즉각 반영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더니 내릴 때는 재고를 이유로 시차가 걸리느냐'며 정유사와 주유소를 비판하는 주장의 글도 많다.
이런 지적에 대해 주유소 단체인 한국주유소협회는 "재고 물량 소진까지 시간이 걸려 시행 첫발부터 즉시 인하는 힘들다"며 "정유사로부터 물량을 얼마나 제때 공급받는지가 유류세 인하분 반영 속도를 결정한다"고 항변했다.
유기준 주유소협회 회장은 "국민이 힘든 시기에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도리"라며 "다만 일반 자영 주유소들은 정유사 직영이나 알뜰주유소처럼 즉시 반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국민께서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38.4원 내린 L당 1천771.7원, 최고가 지역인 서울은 69.9원 내린 L당 1천818.7원을 기록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L당 1천500원대까지 떨어진 주유소들도 있다. 서울의 경우 알뜰주유소인 만남의광장주유소 휘발유가 1천590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반면 유류세 인하가 아직 반영되지 않아 여전히 L당 2천500원대인 주유소들도 있다. 서울 중구 서남주유소가 이날 2천591원으로 전국 최고였다.
정부는 석유유통협회·주유소협회와 협의해 자영주유소들도 자발적으로 기름값을 조속히 내리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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