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불법 수익으로 기업 인수.. 주가조작 시도 정황까지

임선응 입력 2021. 11. 1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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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 업자가 공공 영역과 결탁하면 일반 사람은 꿈도 못 꿀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성남시 대장동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이 같은 특혜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리고 이를 도와준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타파는 다른 측면에 주목했다. '민간업자들이 불법적으로 전유한 천문학적 개발 이익은 어디로 갔으며 이를 국고로 환수해 국민에게 되돌려줄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 뉴스타파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자산관리업체인 화천대유가 가져간 불법 수익의 행방을 추적했다. 이와 함께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 종잣돈으로 쓰였던 저축은행 대출금의 환수 가능성을 타진했다. 취재 결과를 세 개의 기사로 나누어 보도한다.   - 편집자 주 

① 대장동 불법 수익으로 기업 인수... 주가조작 시도 정황까지

② 대장동 머니, 쌍방울 전 대표에게로... '주가조작' 전 부사장도 연루

③ 대장동 남욱 빚 2,600억 원, 예보는 안 찾았나 못 찾았나

검찰은 지난 달 말,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에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 소속 검사를 대거 투입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을 통해 민간 업자가 챙긴 돈을 범죄 수익으로 보고, 국고로 환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대장동 개발 사업의 이익이 이미 어디론가 빠져나갔다는 점이다. 

뉴스타파가 이 돈의 흐름을 일부 확인했다. 최소 30억 원이 기업 인수에 사용됐는데, 이를 시작으로 주가조작, 그리고 자금 해외 유출로 이어지는 이른 바 '작전'을 진행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보름 만에 사라진 천화동인 1호의 '200억 원'... 자금 흐름 추적 단서 확보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는 회사 이름 그대로 자산관리 업무를 맡으며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했다. 화천대유는 천화동인이라는 자회사를 1호부터 7호까지 두고 있다. 특히 화천대유가 지분 100%를 보유한 천화동인 1호는 7개의 자회사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1,208억 원을 대장동 개발 수익으로 배당받았다. 또 대장동 민간 업자 가운데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을 통해 실소유주가 따로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 역시 천화동인 1호다.

뉴스타파는 이 천화동인 1호의 '기업예금통장 잔고증명서'를 입수했다. 2020년 4월 8일을 기준으로 증명서상의 잔고는 521억 원이었다.

▲ 2020년 4월 8일 기준, 천화동인 1호의 기업예금통장 잔고증명서

그런데 2020년 4월 24일에는 317억 원만이 남아 있다. 불과 보름 만에 200억 원 넘게 줄어든 것이다.

▲ 2020년 4월 24일 기준, 천화동인 1호의 기업예금통장 잔고증명서

뉴스타파는 천화동인 1호의 자금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확보했다. 천화동인 1호는 2020년 6월 23일,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한다. 에이펙스인더스트리라는 회사에 30억 원을 빌려준다는 내용이다. 

▲ 천화동인 1호와 에이펙스인더스트리 간의 금전소비대차계약서

취재진은 에이펙스인더스트리가 어떤 회사인지부터 확인했다. 에이펙스인더스트리는 서울시 강남구 양재동의 한 건물 6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회사 소개 자료를 살펴보니 기업 등에 대한 투자와 인수를 진행하는 곳이었다. 실제로 비상장 기업에 대한 2건의 투자 실적이 있다. 에이펙스인더스트리는 2020년 3월부터 6월 사이, 알루미늄 복합판넬을 개발하는 T사와 무연압전세라믹 소재를 개발하는 S사의 주식을 인수했다. 여기에 들어간 자금이 바로 천화동인 1호의 돈이다. 간단히 말하면 대장동 개발을 통해 천화동인 1호가 벌어들인 수익이 에이펙스인더스트리를 거쳐 비상장 기업인 T사와 S사의 인수 자금으로 흘러간 것이다.

▲ 에이펙스인더스트리 사무실

에이펙스인더스트리의 투자가 이뤄진 경기도 김포시의 T사를 찾아갔다. 회사는 문을 닫은 상태였다. 수소문 끝에 T사의 옛 대표 문정윤 씨를 만날 수 있었다. 문 전 대표는 "천화동인 1호의 자금을 들고 온 에이펙스인더스트리에게 주식은 물론 의사 결정권을 지닌 이사 자리 등을 넘겨줬고, 자신은 회사 대표 자리에서도 해임됐다"고 주장했다.

아무도 투자 안 하는 회사에 투자를 해줬으니까 자기 회사(에이펙스인더스트리)에 지분을 30% 이상 줘야 한다는 둥, 이자도 챙겨줘야 한다는 둥... 그때서야 투자 관련 계약서를 변호사한테 보여준 거예요. 그러니까 도저히 회사를 찾아올 수가 없는 계약서인 거예요. 계약서 자체가... 그때 회사를 뺏긴 걸 알았죠.
- 문정윤 씨 (T사 전 대표)

에이펙스인더스트리가 투자한 또 다른 회사, 충청북도 충주시의 S사도 찾아갔다. 그런데 이곳도 폐업한 상태였다. 연락이 닿은 S사의 옛 대표 역시 "에이펙스인더스트리로 회사가 넘어갔고 결국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에이펙스인더스트리가 지분 70%에, 특허 권리 이전도 다 받아가고... 그리고 이사진도 저희 회사 이사들 다 사임시키고 자기 쪽 사람들을 전부 이사 등기하고, 법인통장, 도장, 공인인증서고 뭐고 다 빼앗아갔어요.
- S사 전 대표

▲ 천화동인 1호의 자금으로 인수 작업이 이뤄진 T사와 S사

에이펙스인더스트리가 천화동인 1호의 돈으로 투자한 두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1. 모두 아직 시장성은 없지만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 중이었다는 점,
2. 그리고 에이펙스인더스트리에 경영권이 넘어갔다는 점이다.

기업 인수 작업 실행자 "펄(pearl) 붙이려 한 것..."

뉴스타파는 천화동인 1호의 돈이 대체 왜 비상장 기업 인수 자금으로 흘러간 것인지, 그 이유를 계속해서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천화동인 1호로부터 직접 돈을 끌어와 기업 인수 작업을 실행한 에이펙스인더스트리 최 모 대표의 음성 녹음 파일을 여러 개 입수했다. 

한 녹음 파일에서 최 대표는 비상장 기업 인수의 목적이 '펄(pearl)'을 붙이려 한 것이라고 말한다. 주가조작 '선수'들 사이에서 이른바 '펄'은 주가를 올리기 위한 재료를 뜻한다. 주가조작 선수들은 보통 '쉘(shell)', 즉, 껍데기뿐인 상장 기업을 인수한 뒤 '펄'을 붙여 주가 상승을 시도한다. 최 대표의 말은 비상장 기업을 인수한 이유가 주가조작을 위한 재료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는 의미다. 이제 필요한 것은 '펄'을 붙여 주가를 올릴 ‘쉘’, 그러니까 상장 기업이다.

취재 결과, 천화동인 1호는 상장 기업에 대한 인수도 실제로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천화동인 1호가 작성한 '상장 기업 투자확약서'를 입수했다. 여기에는 '상장 기업 최대주주 지분 및 경영권 인수를 위한 인수자금에 대해 투자하기로 확약한다'고 적혀 있다. 이 투자확약서를 토대로 에이펙스인더스트리는 최소 3곳의 상장 기업에 인수 의향을 내비쳤다. 결론적으로 에이펙스인더스트리는 천화동인 1호가 대장동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비상장 기업과 상장 기업을 인수해 주가 조작을 시도하기 위한 창구 역할로 설립된 회사로 보인다.

▲ 천화동인 1호의 상장 기업 인수자금 투자확약서

기업 인수 → 주가 조작 → 자금 해외 유출 구조 설계 의혹

대장동에서 벌어들인 돈을 주가조작으로 부풀린 이후의 계획은 무엇이었을까. 에이펙스인더스트리와 사무실을 함께 쓰는 또 다른 회사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회사 이름은 에이펙스에쿼티파트너스다. 두 회사는 사무실 주소뿐만 아니라 등기 이사도 겹친다. 에이펙스에쿼티파트너스의 기업 소개 자료를 보면 '기존의 조세회피처를 대체하는 해외, 역외 펀드를 추천한다'고 스스로를 설명하고 있다. 쉽게 말해 돈을 해외로 내보낼 경로를 찾아준다는 얘기다. 

▲ 에이펙스에쿼티파트너스의 기업 소개 자료

정리하면 천화동인 1호가

1. 대장동 개발로 벌어들인 수익을 기업 투자 회사인 에이펙스인더스트리로 빼낸 뒤
2. 기업 인수 등을 통해 자금을 주식 시장에서 부풀리고
3. 궁극적으로는 해외로 내보내는 구조를 설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실제로 최 대표의 음성 녹음 파일에는 기업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면 자금을 해외로 유출하자는 말이 나온다.

시총 천억 되면 우리 것 지분이 330억 원이에요. 그리고 330억에 프리미엄이 얼마 붙는지 알아? 영업이익이 천억에 백억만, 10%만 나와도 프리미엄이 천억 붙어요. 그런데 우리가 예를 들어서 (영업이익이) 25%, 30% 된다. 그러면 (영업이익이) 250억, 350억이니까 프리미엄이 1,500억, 2,000억이야. 
그리고 올해 매출 80억만 하고 영업이익 25% 나면 내년에 형이 '2월 안에 400억, 500억 해줄게. 상장사 해갖고. 그리고 내년에 매출 몇백억 원만 하면 자기가 2천억 원 PF 해서 팔아버리고 외국 가자'고 했잖아요.
- 에이펙스인더스트리 최 모 대표

취재진은 에이펙스인더스트리의 최 대표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몇 주 동안 취재에 아예 응하지 않더니 최근에는 휴대전화 번호까지 바꿨다. 집으로도 찾아가 봤지만 어떤 입장도 들을 수 없었다. 에이펙스인더스트리에 돈을 빌려주고 기업 인수와 관련한 각종 중요 문서에 도장을 찍은 천화동인 1호의 이한성 대표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그러던 중 에이펙스인더스트리의 핵심 관계자 한 명과 간신히 접촉할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일반적인 기업 인수였고, 결과적으로 투자에 실패해 20억 원 가량의 손해를 봤다"고 반박했다. 천화동인 1호와 에이펙스인더스트리 사이의 돈 거래와 그 배경에 대한 질문에는 "자신은 관여한 바가 없어 모른다"고 답했다.

천화동인 1호의 돈을 주식 시장에서 부풀린 뒤 해외로 빼돌릴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의심되는 에이펙스인더스트리의 최 대표는 대체 누구일까. 그리고 화천대유, 천화동인 1호의 관계자들은 최 대표와 어떤 관계이기에 그가 진행하는 상장사 인수 작업에 수백억 원을 선뜻 대겠다고 약속한 것일까. 

(2편으로 이어집니다.)

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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