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1kg에 7만원 값 치르고도 "다행"..눈물의 '머지투어'[르포]
“시중에선 3만원도 안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못 사서 난리니까….”
삼겹살 1㎏을 7만원 머지포인트로 구매한 정모(42)씨의 한탄이다. 두배가 훌쩍 넘는 가격에 고기를 구매했지만, 정씨는 그래도 다행이라는 표정이었다. 정씨에게 가맹점주는 “홀에서 받는 가격으로 포장 판매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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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타고 ‘머지투어’… 목표는 ‘최대한 쓰기’
이날 오전 7시 경기도 부천시의 한 카페에서 머지투어에 나선 정씨와 정씨의 부모를 만났다. 정씨는 약 400만 원어치의 머지포인트를 가진 피해자다. 정씨는 “마트를 즐겨 이용하는 부모님을 위해 머지포인트로 용돈을 드린 것이 고스란히 포인트로 남았다”고 했다. 대부분 가맹점에서 1인당 사용 한도를 정해놓은 탓에 부산에 거주하는 부모님을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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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3시간은 기본… 아이들 눈총받을까 봐 무서워”
카페에서 약 20만 원어치의 청을 구매한 정씨 일행은 오전 8시 부천에서 서울시 종로구로 향했다. 머지포인트로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정씨는 “머지 전쟁이다. 하루에 10명만 받는 다른 매장에선 오픈시간이 11시인데, 오전 7시에 벌써 대기가 꽉 찼다”고 말했다.
약 두시간을 기다려 오픈시간에 맞춰 입장한 가게에선 소문을 듣고 몰려든 머지포인트 이용자로 테이블이 꽉 찼다. 식사를 마치고 추가 주문을 하려는 정씨에게 가게 주인은 “추가 포장 주문은 안 된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 봐라”며 주문을 거절했다. 정씨는 “이 정도면 친절한 편이다. 어떤 가게에선 ‘(머지포인트 고객은) 미안해 해야 한다’고 대놓고 말하는 가게도 있다”고 했다.
매장에서 만난 워킹맘 A(38)씨는 “‘머지거지’라는 눈총을 받을 때도 있다. 아이들이 이런 시선을 느낄까 봐 못 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오징어게임에 빗대 ‘머지게임’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내 돈을 내고 내 돈을 쓰는 게임이다. 우승해도 상금은 없다”고 했다.
머지포인트 고객에겐 전화번호 요구하기도
머지포인트 이용자들은 고객이면서도 불청객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이날 오후 기자가 방문한 서울 동대문구 한 가게에선 음식을 포장한 머지포인트 이용자가 매장을 채 나가기도 전에 “드디어 오늘 머지 끝났다. 이제 일 좀 하겠네”라는 말이 들려왔다. 또 다른 가맹점에선 머지플러스에서 정산이 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해 머지포인트 고객에 한해서 “전화번호를 적으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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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양도하더라도 사기꾼한테는 못 줘”
‘2등 손님’ 취급을 받으면서도 이들은 왜 머지포인트 사용에 나설까. 이용자들은 “조금이라도 써야 덜 억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다른 피해자로부터 (대신 사용해달라며) 무상으로 포인트를 양도받은 경우도 있다. 어차피 버려지는 돈이라면 머지플러스 쪽에 한 푼이라도 덜 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이날 연차 휴가를 내고 머지투어에 나선 한 직장인은 “십수번 거절 당하면서 일단 최대한 샀다. 음식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해야 하지만, 이렇게라도 사용해서 손해를 줄이고 싶다”고 말했다.
머지플러스에서 진행하는 환불대책이 미덥지 않은 탓도 있다. 머지플러스는 환불 대란이 터진 8월 11일부터 온라인 환불 신청을 받으며 “환불신청 페이지를 통해 접수해주시면 순차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머지플러스 피해자 약 330명을 대리하는 강동원 변호사(법무법인 정의)는 “사측에서 추후 형사사건을 고려해 보여주기식 환불을 하는 것 같다. 조금씩 환불이 진행되는 거로 알고 있지만, 첫날 환불 신청을 한 피해자 중 아직도 환불이 안 된 경우도 있다. 특히 금액이 큰 경우는 더욱 환불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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