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를 김만배라 부르지 못한 '머니투데이', 왜?
[민주언론시민연합]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경제신문이 8월 31일 '대장동 사업에 참여해 높은 수익을 올린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연관성을 제기'하는 의혹 보도를 내놓으면서 시작됐는데요. 장기표 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9월 12일 해당 의혹을 언급하며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진상규명을 요구했고, 조선일보는 9월 13일 화천대유 설립에 참여한 언론인 출신 김만배씨와 이재명 지사의 연관성을 제기하는 보도를 내놨죠. 이후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9월 16일, 17일 의혹을 제기하며 언론보도가 본격화됐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캠프는 9월 19일 국민의힘에서 제기한 의혹은 모두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장기표 후보와 김기현 원내대표, 윤창현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검경 수사가 시작되며 정치인과 법조인 이름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유독 관련된 언론인에 대한 보도는 조용합니다. 정치인과 법조인 못지않게 깊게 연루된 언론인들이 여럿이지만, 정작 언론보도에서 이들에 대한 문제제기나 문제의식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언론보도가 본격화된 9월 12일부터 11월 10일까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언론인이 소속됐던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 MBC, YTN이 어떻게 보도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김만배 포함 3명이나 의혹 중심에 선 머니투데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는 머니투데이 부국장직을 유지하며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 설립에 참여하고 큰돈을 배당받았는데,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8월 말경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1호 소유자로 받은 배당금만 1200억 원이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익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9년 YTN에서 머니투데이로 자리를 옮긴 배성준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도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7호 지분을 100% 소유해 120억 원을 배당받았으며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9월 하순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10월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천화동인 5호 지분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과 복수의 제보에 의하면 김만배, 유동규, 정영학 등의 대화에서 50억 원씩 주기로 한 6명의 이름이 나온다"며 "녹취록에 나온 사람들은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 홍모씨"라고 했는데요. 뉴데일리 11월 8일 보도에 의하면,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 회장 홍모씨가 '녹취록에서 언급된 홍모씨'로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언론윤리' 비판 전무, 단순전달·정치공방 치우쳐
▲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보도 내용 분류(9/12~11/10) |
ⓒ 민주언론시민연합 |
분석 결과,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 보도 내용은 사실·주장 전달(55%)과 정치공방(28%)에 치우쳤습니다. 심층취재는 7%(32건)에 불과했고요.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 소속 언론인 3인이 대장동 의혹과 관련됐지만, 언론윤리 문제를 다룬 보도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네이버에서 '화천대유'로 검색해서 나온 머니투데이와 뉴스1, 뉴시스 기사를 모두 살펴봐도 동일했습니다. 언론윤리 문제를 지적한 보도는 물론이고 배성준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이나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 회장 홍모씨에 대한 내용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 보도 내용 분석(9/12~11/10) |
ⓒ 민주언론시민연합 |
뉴스1 <유동규․김만배․남욱…'대장동 특혜 의혹' 당사자들 역할은?>(9월 24일)에서는 대장동 의혹 당사자 역할에 대해 전했지만, 김만배씨에 대해서는 '전직 기자(주로 법조계 출입)', '경제지 출신', '전직 언론인'과 같은 설명이 전부였습니다. 보도에서 김씨가 '머니투데이'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MBC가 '언론윤리'로 비판한 건 머니투데이 김만배뿐
▲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MBC 저녁종합뉴스’ 보도 내용 분석(9/12~11/10) |
ⓒ 민주언론시민연합 |
네이버에서 '화천대유'라고 검색했을 때 나오는 MBC 저녁종합뉴스 '뉴스데스크' 보도 총 100건의 내용도 분석했습니다. MBC 역시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실·주장 전달(44%)과 정치공방(31%)에 치우쳤고, 심층취재는 14%(14건)였는데요.
▲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다루며 ‘언론인 이해충돌’ 다룬 MBC(10/11) |
ⓒ MBC |
YTN '뉴스가 있는 저녁', 기자-법조인 공생관계 비판
앞서 밝힌 대로 배성준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은 2019년 YTN에서 머니투데이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7호 지분을 100% 소유해 120억 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밝혀졌죠. 화천대유와 자회사 천화동인이 설립된 2015년 배씨는 YTN 소속 기자였습니다. 따라서 YTN이 대장동 의혹을 보도하며, 배씨 혹은 언론윤리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주목됐는데요.
▲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YTN 저녁종합뉴스’ 보도 내용 분석(9/12~11/10) |
ⓒ 민주언론시민연합 |
다만 네이버에서 '화천대유'로 검색해서 나온 YTN 방송 보도를 살핀 결과, 9월 30일 YTN '뉴스가 있는 저녁' <기자와 법조인의 공생 관계? "형-동생 하는 사이?">에서는 기자와 법조인의 공생관계를 지적했습니다. 배씨에 대해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7호의 최대주주도 김(만배)씨와 함께 일한 법조기자 출신"이라며 "화천대유를 둘러싼 의혹의 중심에는 검찰과 법원, 언론까지 법조 카르텔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비판한 겁니다.
▲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다루며 ‘법조기자단 문제’ 다룬 YTN(9/30) |
ⓒ YTN |
언론윤리 위반한 언론인, 언론 스스로 엄벌해야
머니투데이 취업규칙에는 "머니투데이 직원은 회사의 사전승인 없이 회사 업무 이외의 다른 직무나 영리 사업에 종사해서는 안 된다", "개인 이익을 위해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 가치와 문화를 규정한 '머니투데이 미디어 레드북'도 같은 맥락입니다. '핵심가치를 지키기 위한 머니투데이 구성원의 태도 : 행동원칙'에는 "'펜의 힘'과 '회사 브랜드'를 이용해 사익을 위하지 말자"고 나와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주요 직급별 역할과 책임 : 기자'에서도 "기자는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이다. 가벼운 행동이나 부적절한 처사로 회사의 품위를 훼손하지 않는다", "미디어의 브랜드와 펜의 힘을 사유화하지 않는다"고 돼 있죠.
MBC 취업규칙도 마찬가지입니다. "직무 이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종사함으로써 직원의 직무능률을 떨어뜨리거나, 직무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거나, 회사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익을 취득하거나 회사에 명예스러운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행위는 겸업을 금지"하게 돼 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올해 1월 19일 선포한 '언론윤리헌장'도 "품위 있게 행동하며 이해상충을 경계"하라며 "윤리적 언론은 높은 도덕성을 유지하고 언론의 힘을 사적으로 남용하지 않으며 이해상충을 경계하고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언론사 취업규칙이나 언론윤리헌장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언론인이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 언론윤리를 지키는 것은 마땅한 일입니다. 앞서 언급한 '언론인'들이 언론윤리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명확한데요.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처럼 언론윤리를 지키지 않은 언론인을 언론 스스로 엄벌하지 못한다면, 언론인이 언론윤리를 아무렇지 않게 위반하는 일은 끊임없이 되풀이될지도 모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9월 12일~11월 10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화천대유' 검색 시 나온 머니투데이·뉴스1·뉴시스 보도 전체, MBC·YTN 방송 보도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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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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