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7세 지영이..美 최장수 어린이쇼, 첫 아시안캐릭터 뜬다

'세서미 스트리트'에 등장하는 미국인 최초의 머펫(인형 캐릭터) 어니(왼쪽)과 한국계미국인 캐릭터 지영. AP=연합뉴스

미국의 최장수 어린이프로그램에 한국계 어린이가 첫 아시안 캐릭터로 등장한다. 7세 '지영'이 그 주인공. 한국계이지만 지영이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이다.

AP통신은 14일(현지시간)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가 1969년 첫 방송 이후 처음으로 아시안 캐릭터가 등장한다며, 새 주민이 된 지영을 단독 인터뷰 했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모든 어린이에게 평등한 교육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다양한 인종과 배경을 가진 배우와 캐릭터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지영이는 "한국에선 전통적으로 이름의 두 글자가 각자 (독립적인) 다른 의미를 가진다"며 "'지'는 보통 똑똑하거나 현명하다는 뜻이고, '영'은 용감하거나 힘이 세다는 뜻"이라고 자신의 이름(한자)에 담긴 뜻을 설명했다. 이어전자기타 연주와 스케이트보드 타기가 취미라고 덧붙였다.

지영이는 추수감사절인 오는 25일 HBO맥스에서 방영되는 세서미 스트리트 스페셜 에피소드를 통해 처음 시청자들과 만난다.

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하는 비영리 기구 '세서미 워크숍을 위한 창조와 생산'의 케이 윌슨 스털링스 부회장은 유색인종에 대한 경찰 폭력의 실상을 보여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지영을 창조하게 된 배경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시아계와 태평양 출신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순간부터 당연히 아시아계 캐릭터를 창조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세서미 스트리트 캐릭터와 출연진. AP=연합뉴스

지영을 만들어내는 데 참여하고 직접 연기하는 사람은 한국계 인형술사인 캐슬린 김(41)이다.

그는 "아시아계 미국인은 (출신에 무관하게) '아시안'이란 단일체로 뭉뚱그려지는 경험을 한다"며 지영이가 '범 아시안'으로 지칭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그래서 '한국계'가 아니라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구체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며 "지영은 미국 출생이다"라고 했다.

제작진은 지영이가 쇼를 시청하는 어린이들에게 훌륭한 '업스탠더'(upstander)가 되는 방법을 가르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스탠더는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만들어진 단어로, 다수가 침묵할 때 앞장서 행동하는 사람을 뜻한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