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외력설' 보도 논란 휩싸인 KBS "지금도 취재중"

노지민 기자 2021. 11. 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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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참위 연구용역 보고서 인용한 KBS 보도 "일부 관계자, 과회전 원인 '잠수함' 판단"
뉴스타파, 시민참여형 팩트체크 플랫폼 등 KBS 비판…"학계에서도 '근거 부실' 혹평"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7년 전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외력설을 거론한 KBS 보도에 일부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공영방송이 과학적으로 가능성이 낮은 가설에 무게를 실었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KBS 취재진은 지금이야말로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BS는 지난 1일 '뉴스9'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보고서를 근거로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보도를 했다. 이날 사참위가 “외부 충격 때문에 급히 항로를 바꿨을 가능성”이 담긴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는 것이 골자다.

첫 번째 리포트([세월호ⓛ] 50도 꺾인 스태빌라이저…“운항 중 충격 가능성”)는 세월호 선체 하부의 좌·우에서 흔들림을 잡아주는 핀안정기(스태빌라이저) 날개 중 왼쪽이 정상범위(최대 25도)를 넘어 50.9도까지 돌아갔으며, 이는 선체가 침몰하기 전 무언가와 부딪혔을 근거로 여겨진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 리포트([세월호②] '끼익' 소리 뒤 4배 커진 음압…“뭔가 힘이 걸렸다”)는 세월호에 실려 있던 자동차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질 무렵 의문의 소리가 감지됐다는 내용이다. 원인으로는 강한 조류나 배의 회전, 무언가에 걸리거나 부딪혔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이어진 앵커와 취재진 대담에선 '잠수함 충돌설'이 언급됐다. 윤봄이 KBS 기자는 “해저에서 스태빌라이저가 과회전할 정도의 강한 힘이 무엇일까에 대해 일부 사참위 관계자들은 잠수함 밖에 없다고 말한다”며 “당시 우리 해군을 상대로 잠수함 운항 일지를 확인했는데 이상한 점은 없었다. 다만 잠수함은 탐지하기가 워낙 어렵기에 다른 나라 잠수함이 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데 이 부분은 군사 기밀의 영역이어서 접근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참위는 7년 전 세월호 참사 이후 세 번째 등장한 조사위원회다. 2015년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2017년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에 이어 2018년 12월 지금의 사참위가 조사 활동을 시작했다. 사참위 전신 격인 선조위가 세월호 침몰 원인에 의견을 모으지 못한 채 내부 고장에 의한 '내인설'과 외부 충격에 의한 '외인설'('외력설' 또는 '열린안') 등 두 가지 결론으로 논란을 부른 가운데, 사참위도 '외인설'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KBS 보도로 드러난 셈이다.

정작 사참위는 '잠수함 충돌설' 등은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모호한 입장을 냈다. 4일 “위원회는 침몰원인과 관련하여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중이며 잠수함 충돌설은 위원회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힌다”며 “세월호 침몰원인과 관련하여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실험 등을 통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11월1일 KBS '뉴스9' 갈무리

다만 관련 보도 직후, 취재에 참여한 홍사훈 KBS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참위에서 보는 '범인'은 잠수함이었다”며 “넉달 전 처음 사참위 설명을 들었을 때만 해도 사참위가 잠수함을 입 밖에 꺼내지는 않았다. 저희 취재팀이 그럼 잠수함 밖엔 없지 않느냐 라고 물었을 때 비로소 그래서 KBS와 교차검증을 하고자 한다고 털어놨다”고 밝혔다. 그는 “세월호가 침몰한 4월 그 시기는 한·미 독수리 훈련기간이다. 한국과 미국 잠수함 뿐 아니라 일본, 중국, 북한 주변국 등 잠수함이 바글바글했을 것이란 추정”을 전하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잠수함이 맞다고 확신한다”고 단언했다.

뉴스타파·팩트체크넷 비판…KBS 취재진 “검증 취재 필요해”

일각에선 KBS의 '잠수함 충돌설' 보도가 경솔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뉴스타파'는 12일 기사(사참위-KBS가 띄운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학계 “근거 부실” 혹평)에서 “KBS의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 보도 근거가 된 사참위의 용역 보고서들이 대한조선학회 학술대회에서 과학적 합리성이 결여됐다는 혹평을 받았다”면서 “사참위의 관점과 조사 방식은 물론 이에 대한 부실한 검증으로 잠수함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KBS에 대해서도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핀 안정기 과회전에 대해 뉴스타파는 “과회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단순한 '충격력'이 아니라 '토크'(회전모멘트)인데, 좌현 핀안정기가 해저면에 박힐 때 발생하는 토크는 선체가 해저면에 접촉하는 순간 '어떤 자세'였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라면서 외인설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세월호가 침몰할 무렵 발생한 소음에 대해선 “소리 하나만을 놓고 외부에서의 접촉이나 충돌을 확신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된다”는 전문가 입장을 전하면서 “KBS는 사참위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민간 소리분석업체 단 한 곳의 분석 결과만을 인용했고, 결국 대형 오보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14일엔 팩트체크플랫폼 '팩트체크넷'에 '“결국 남는 건…잠수함뿐?” KBS 세월호 보도, '참사'인 이유'라는 제목의 시민팩트체커 콘텐츠가 게시됐다. “외력설이 유력하다는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가 발언을 짜깁기”한 결과물이 KBS 보도라는 시각이다. 김지우 시민팩트체커는 “세월호를 음모론으로 다루던 보도들은 세월호에 관한 공인된 진실이 대한민국에 자리 잡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주요한 요인이었다”며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등장한 '기레기'라는 단어가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정부 관계자 말, 이해 당사자 말 베껴 쓰지 말고. 기자가 직접 공부하고 분석하고 검증해서 쓰라는 것이다. 과연 이번 KBS 보도는 그랬을까”라고 했다.

▲11월12일 '뉴스타파' 보도(위)와 같은 달 15일 '팩트체크넷' 콘텐츠 갈무리

KBS 취재진은 관련 취재를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밝히며 “오히려 묻고 싶다. KBS 외에 사참위 연구용역 보고서를 다룬 언론이 있었느냐”고 되물었다. 윤봄이 기자는 통화에서 “개인, 시민단체가 아닌 법에 근거해 세운 위원회의 중요한 연구용역결과가 발표됐다. 어떤 내용인지 당연히 다뤄야 한다”며 “그 보도가 있었기에 '뉴스타파' 같은 비판도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기자는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선조위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내인설'에 대해선 추가적인 전문가 검증이 예정돼있어 1일 보고서에 우선 집중했다”며 “크로스체크와 전문가 의견 반영이 더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은 (참고해) 보완할 수 있지만, 사참위가 외인설을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 자체를 비판하는 건 부당하다. '내인설'을 성역화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홍사훈 기자도 “세금을 들여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의미 있는 새로운 사실관계에 대해선 보도해야 하지 않느냐”며 “세월호 침몰 원인은 결론이 나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1일 취재 경위를 설명한 글에서 '잠수함이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데 대해선 “'확신한다'는 말은 과했다. 생각이 짧았다”고 전했다.

사참위는 이번 연구용역과 관련해 대한조선학회 학술대회, 유공압건설기계학회에 이어 25~26일 해양환경안전학회 등을 통해 전문가 검증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이어질 검증을 거쳐 사참위가 내릴 결론에 더해 종합적인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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