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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몇살까지 필요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한성주 입력 2021. 11. 18. 07:02 수정 2021. 11. 1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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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 자립기반 강화를 위한 토론회' 열려
보호종료아동 해마다 2500여명..성매매 유입·고아 낙인
"자살 생각한 적 있다" 50%.. 대학 진학률 23%
LH 주거 지원 접근성 낮아.. "현실적·구체적 지원제도 절실"
쿠키뉴스DB
#‘일당 30만원, 가족 같은 분위기, 하루에 150 가능’ 최근 SNS에서 이런 글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잘 아는 보호종료아동이 올린 글이었어요. 무슨 일이기에 저렇게 많은 수당을 줄까 궁금해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성매매를 함께 할 친구를 찾는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이미 보육원 후배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어요.

#이사를 하면서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정확한 입금 일시를 정하기 위해 전화를 했습니다. 집주인은 어떻게 알았는지 강한 어조로 제게 ‘고아’라는 말을 반복했어요. 그게 나의 약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는 17일 ‘자립준비청년 자립기반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보육원을 나선 청년들이 부딪치는 생계곤란과 사회적 편견을 담담한 목소리로 진술했다. 그는 보육원에서 지내다 자립했으며, 그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청년들의 취업과 정서적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를 설립했다. 김 대표는 “부모님의 도움이 몇 살까지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보호종료아동이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충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 18세에 도달해 아동양육시설과 위탁가정을 떠나야 하는 보호종료아동은 해마다 2500여명으로 파악된다. 이른 나이에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채 독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들을 위한 주거·교육·일자리 지원은 충분치 않다. 부모 또는 혈연관계의 보호자 없이 자랐다는 사실에 따르는 사회적 배척과 편견도 문제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0년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3104명의 월평균 소득은 127만원으로 파악됐다. 월 최저임금 179만원보다 52만원이 적은 수준이다. 조사대상의 24.3%는 부채가 있었으며 △생활비(66.2%) △주거비(23.7%) △학자금(29.6%) 등이 부채 원인으로 꼽혔다. 보호종료아동의 50%는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최연숙 의원이 주최한 ‘자립준비청년 자립기반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성주 기자

정부는 올해 7월 '자립준비청년 자립지원제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에 따라 자립 연령은 기존 18세에서 24세로 확대됐다. 월 30만원씩 지급되는 자립수당의 지급대상은 보호종료 3년 이내에서 보호종료 5년 이내로 연장됐다.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보호종료아동 명칭을 ‘자립준비청년’으로 변경하는 과제도 착수했다. 아울러 8개 지자체에서 운영했던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하고, 생활·주거·진로·취업 등을 상담하는 전담인력을 확충했다.

하지만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안전망은 여전히 구멍이 많다. 우선, 보호종료아동의 안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보호종료아동을 5년간 사후 모니터링하는 자립수준평가를 실시한다. 그런데 지난해 1만2399명에 대한 평가 결과, 기타(22.8%)와 연락두절(23.1%)이 절반에 달했다. 보호종료아동 2명 중 1명은 안부가 불분명하다는 의미다.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보호종료아동 중 2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20대 청년 인구 사망률이 1000명당 0.4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호종료아동의 사망률은 상당히 높다.

주거 지원 절차는 너무 어려워 접근성이 떨어졌다. 현재 정부는 LH 또는 SH와 연계해 전세주택, 자립생활관, 자립형 그룹홈 등을 지원한다. 이 가운데 LH 지원은 주거비용이 저렴하고, 재계약을 통해 최대 6년 동안 거주할 수 있어 수요가 크다. 하지만 지원유형이 다양하고, 유형에 따라 신청방법은 물론 계약조건과 주거지 형태도 달라진다. 지자체 공무원과 자립지원 전담인력이 보호종료아동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지원 신청 시기를 놓치거나, 본인이 원하는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최근 3년간 보호종료아동 7561명 중 주거 지원을 받은 비율은 347명(4.6%)에 불과했다. 

대학 문턱은 너무 높았다. 지난해 보호종료아동의 진학 및 취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2368명 중 대학에 진학한 이들은 550명(23.2%)으로 집계됐다. 취업한 이들은 946명(39.6%), 진학과 취업 모두 하지 않은 상태인 이들은 872명(36.9%)으로 파악됐다. 같은 해 국내 전체 고등학교 졸업자 50만373명 중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36만2888명으로, 대학 진학률은 72.5%에 달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모유진 청년자립활동가가 보호종료아동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도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성주 기자

보호종료아동의 실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볼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모유진 청년자립활동가는 “보호종료아동은 어린 나이에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자동이체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친구들에게 6개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주거지원통합서비스는 너무 복잡하고, 신청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교 장학금을 지원하거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해도, (보호종료아동이) 기초학습 부진으로 학업과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며 “보호 시기에 적극적인 학습과 상담이 이뤄지도록 추가적인 교육비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현황파악과 전달체계 개선이 시급한 과제다. 김지선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전국 각지의 시설에서 지원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현행 자립지원통합관리시스템은 단순한 통계를 보여주는 수준이고, 정보의 중복·누락 가능성도 있다”며 “지자체와 아동권리보장원 차원의 모니터링과 사실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립지원이 다양하고 풍부해졌지만, 이를 통합 관리할 중앙 단위의 역할을 하는 기관이 모호해져 우려스럽다”며 “여러 기관의 연계와 협력을 위해 자립지원 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양수 보건복지부 아동권리과장은 “그동안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보호종료아동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에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라며 “종합대책 발표가 능사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청취해 보다 촘촘한 지원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 과장은 “자립지원전담기관을 통해 개인별 상황에 적합한 구체적 지원을 추진하고, 심리건강 관리에 더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며 “무엇보다, 보호종료아동이 보호대상이 아니라 ‘자립준비청년’이라는 권리의 주체로 이해될 수 있도록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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