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독도 거론하며 회견 불참..종전선언에 韓·美 이견 없어"

박현영 2021. 11. 18. 17: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17일(현지시간) 한미일 외교 차관 협의가 열렸다. [사진 외교부]


17일(현지시간) 오전 한국과 미국, 일본 외교 당국 이인자들은 미국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한ㆍ미ㆍ일 외교 차관 협의회를 열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지난 7월 도쿄 회동 이후 넉 달 만에 마주 앉았다.

당초 이들은 회의를 마친 뒤 오후 2시부터 세 나라 기자들을 대상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정 시간을 조금 넘어 셔먼 부장관이 기자회견장인 청사 내 ‘딘 애치슨’ 강당에 홀로 나타났다.

셔먼 부장관은 “꽤 오랜 기간 일본과 한국 사이에 양자 간 이견(bilateral differences)이 계속되고 있다”고 언급한 뒤 “그런 의견 차이 중 하나로 오늘 기자회견 형식을 바꾸게 됐다”며 공동 회견 무산 소식을 알렸다. 사전에 조율된 동맹 간 외교 행사가 취소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조짐은 이날 회담 시작 직전에 있었다. 회담장에 도착해 기다리던 최 차관에게 셔먼 부장관이 면담을 요청했다. 일본이 한국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이유로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할 수 없다고 알려왔다고 전하면서 한국 입장을 물은 것이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17일(현지시간) 한미일 차관협의회가 끝난 후 국무부에서 회견하고 있다. [워싱턴 공동취재단]


일본은 자국 내 여론이 안 좋아 비행기를 못 탈 뻔했는데, 한ㆍ미ㆍ일 차관회의가 중요하다고 상부를 설득해서 왔으며, 기자회견에 나올 경우 일본 언론이 독도 방문에 대해 질문할 것이고, 일본은 자신의 입장을 매우 강하게 얘기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댔다고 한다.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독도는 명백한 우리 영토이므로 우리도 반론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결국 한ㆍ미ㆍ일 회견이 독도 문제로 완전히 오버 섀도(overshadowㆍ가려지다) 될 수 있어 세 차관이 앉아 최종적으로 (공동 회견 불참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모리 사무차관 취임 후 첫 출장이고, 지난 도쿄 한·미·일 차관 회담에서 나름 긍정적인 톤(tone)이 설정됐기 때문에 그것을 지속해서 이어나가고자 하는 공통 관심사가 있어 그쪽의 요청을 우리가 수용하는 자세를 취했다”고 말했다.

최 차관도 이날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한ㆍ미ㆍ일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된 이유는 일본이 한국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거론하며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3자 회담 시작 전에 전달해 왔다”면서 “우리는 주최국인 미국이 단독 기자회견을 통해 한ㆍ미ㆍ일 차관협의 결과를 공개하는 데 동의했다. 한ㆍ미ㆍ일 차관 협의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17일(현지시간) 한미일 외교 차관 협의가 열렸다. [사진 외교부]


일본은 이날 오후로 예정된 한일 차관회담은 깨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고, 실제로 회담을 진행했다. 약 145분에 걸쳐 강제노역,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와 수출 규제 조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등 사안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전달했다.

한일 차관 회담에서는 독도 문제도 논의됐다. 고위 당국자는 “일본 측이 늘 그렇듯 독도는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했고, 우리는 당연히 그것은 부질없고 부당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주둔하는 독도에 경찰 총수가 현지 상황 점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항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식으로 발언했다”고 전했다.

한국 고위 당국자는 “한미일 차관 협의가 지속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고, 어떤 경우든 정부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삼각 대화를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며 삼자 체제가 한국 때문에 깨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일 외교 차관 회의를 앞둔 독도 방문은 일본의 반발이 예상되고, 과거 외교부가 외교 파장을 고려해 독도 행을 반대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정부 당국자는 “안 그런 적도 있다”고만 답했다.

최 차관은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한미 간 빈틈없는 공조가 이뤄지고 있으며, 오늘 셔먼 부장관께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정부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속도와 방향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단독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 관련 문제에 간단히 답하겠다"면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동맹 및 파트너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최선의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는 협의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셔먼 부장관이 종전선언에 매우 만족한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국무부가 이날 배포한 기자회견 스크립트는 셔먼 부장관이 “종전선언”이 아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최선의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는 협의”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고 기록돼 있다.

한국은 미국과 종전선언을 둘러싼 이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고위 당국자는 “미국 측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표현을 쓰는데, 실제로 협의하면서 실감하지 못하겠다”면서 “미국과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면서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종전선언에 대해 한미가 “다른 시각(different perspective)”을 갖고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이 당국자는 “다름을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면서 "하나는 시속 90㎞로 가고, 다른 하나는 100㎞로 가면, 좀 조정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견이라고 하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disagreement'로 느껴지는 데 그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