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문 연 '세월호 기억공간'..서울시의회 옆 새 단장
[경향신문]
“옛날에 배가 바다에 빠졌는데 형하고 누나들이 하늘나라에 간 거야.”
세월호 모형을 가리키며 “이거 뭐야?”라고 묻는 어린 아들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2014년 4월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7년7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누군가는 학생에서 직장인이 됐고,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어느새 세월호 참사는 어린 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설명해야 할 ‘옛날’ 일이 됐다.
시간이 흘러도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7월 서울 광화문광장을 떠난 ‘세월호 기억공간’은 19일 광화문광장에서 500m 가량 떨어진 서울시의회 옆에 다시 문을 열었다. 광화문광장에 조성됐던 공간의 절반 규모인 15.9㎡(약 4.8평)에 세월호 희생자 203명의 사진이 걸렸다. ‘단원고 2학년 1반 누구’로 시간이 멈춰버린 이들의 얼굴은 앳돼 보였다. 사진 하단은 유족들이 직접 따다 꾹꾹 눌러 담아 만든 꽃누르미(압화)로 장식돼 있었다. 단원고 2학년 10반이던 민정이의 아빠가 만들었다는 나무 조형물 밑에는 ‘0416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 시의회 1층 로비 임시공간에 걸려 있던 사진들을 정리하는 유족들의 표정은 담담했다. 사진들은 하나하나 노란 박스에 담겨 건물 바깥에 마련된 새 공간으로 옮겨졌다. 유족들은 행여 사진이 삐뚤게 놓이진 않았을까 203개의 받침대 위에 놓인 액자를 일일이 바로잡았다. 길을 가던 시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공간이 완성돼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딸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희숙씨(47)는 “지금 생각해도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어느 곳에든 이런 공간이 마련돼 우리가 잊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오전 11시45분 완성된 공간에서 유족과 시민들은 함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했다.
세월호 기억공간은 2019년 4월 광화문광장에 문을 열었다가 지난 8월 광장 재구조화 공사 과정에서 철거됐다. 기존 세월호 기억공간 내 전시품은 시의회 본관 1층으로 임시 이전됐다. 당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은 서울시에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후 추모공간을 확보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서울시는 확답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일 서울시의회가 ‘세월호 기억공간 설치에 관한 결의안’을 의결하면서 시의회 본관 앞에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장동원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은 “일단 내년 6월까지 이 공간에 있는 것으로 얘기가 됐는데 확실치는 않다”며 “어떤 형태든 사회적 참사를 사람들이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시설이 (새 광화문광장에) 마련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4·16연대 김선우 사무처장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와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아이들과 희생자들 보면서 가슴 깊이 새기는 그런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새 기억공간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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