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충격적 초등생 反日 포스터

김청중 2021. 11. 2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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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기에 핵무기·일본X 다 죽어..
온라인에 적대적 그림·문구 게재
日 극우 '혐한' 행태와 다를바없어
뒤틀린 증오·차별로는 미래 없어

재일동포 3세 최강이자씨는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다문화교류시설 후레아이관(觸合館) 관장이다. 그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인터넷상에서 민족 차별, 외국인 차별 글을 반복적으로 올린 40대 남성에게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40대 남성은 2016년 본인 블로그에서 최 관장을 지목하면서 “일본을 원수로 하는 적국인(敵國人)이다. 어서 조국으로 돌아가라”라는 글을 썼다. 이 글은 법무국(법무성 지방 조직)에 문제를 제기해 삭제됐지만 이 남성은 이후에도 4년간 블로그나 트위터에 ‘차별 사기범’, ‘피해자 비즈니스’라는 글을 올렸다.
김청중 도쿄 특파원
최씨는 기자회견에서 “‘조국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은 (재일동포가) 이 사회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존재를 부정하는 말”이라며 “확실한 판결을 받아 이 말(차별적 발언)이 향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뜻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오사카고등재판소는 같은 날 한국인 멸시 문서를 사내에 배포한 대기업 후지주택이 재일 한국인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을 1심 110만엔에서 132만엔으로 증액하도록 판결했다. 후지주택은 2013∼2015년 임직원에게 한국인을 “야생동물”로 비하하거나 “한국은 영원히 날조하는 국가”, “자이니치(在日, 재일한국·조선인)는 죽어라”라는 등의 글이 담긴 문서를 배포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시미즈 히비쿠(淸水響) 재판장은 “차별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는 문서를 계속 대량 배포한 결과 현실에서 차별적 언동이 생길 온상을 직장에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정치세력, 산업시장, 문화콘텐츠로 성장한 일본의 혐한(嫌韓)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 중국, 일본 등에 대한 한국인의 배타의식도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전통적 미디어를 제치고 인터넷, 유튜브 등이 여론소비시장의 중핵으로 부상하면서 병적인 차별 언사가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여과되지 않은 배설물처럼 여론의 강에 쏟아져 들어온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랑스러운 K-초등학생 작품세계’라며 올라온 소위 반일포스터는 과거 반공포스터를 보는 듯 충격적이다. 일장기로 핵미사일이 날아오고, 일본열도가 바닷속으로 침몰하는 그림들에, ‘일본X들 다 죽여버리겠다’, ‘○○○는 ○○○우리(짐승을 가두어 기르는 곳)에’라는 무시무시하고 어이없는 문구들. 언제, 어디서, 누구 지시로 이런 포스터를 만들었는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인성을 기르는 교육현장에서 이런 활동이 버젓이 실재했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일본 극우가 자행하는 야만적 언행과 다를 바 없다. 외국 교육현장에서 이런 식의 반한, 반한국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접했다고 상상해 보라. 어떤 마음이 드나.

어느 골프장은 일본차 출입을 전면금지하면서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개인 기업의 의지”라고 했다고 한다. 사드 파동 때 어처구니없던 한국 기업의 곤욕을 벌써 잊었나. 해외의 시설이나 상점, 식당이 한국인 출입을 막고 메이드인 코리아 사용 금지를 알리는 글을 문 앞에 내걸었다고 하자. 무슨 생각이 드는가.

대한민국은 아시아 동쪽 끝 암굴에서 세상과 단절하고 도 닦는 은자(隱者)가 아니다. 세계와 교류하고 무역하며 먹고사는 나라다. 역사 경험을 바탕으로 주변국을 포함한 세계 흐름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한국제일주의·배외주의에 경도된 민족차별, 인종차별주의는 당위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투쟁의 대상이지 환호나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특히 현재 전체 출생아 중 다문화가정 출신이 100명 중 6명이다. 초등학교 학급 학생 수가 20명이 된다면 그중 한 명 이상은 다문화가정 출신임을 잊지 말라. 시대착오적이자 자가당착적 민족차별, 인종차별 언행은 우리 공동체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준다. 결국 감당할 수 없는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차별 언행은 우리 사회 적이자 범죄적 행위다.

뒤틀린 증오의 토대 위에서는 어떠한 미사여구로 포장된 주의, 주장도 사람을 올바르게 세울 수 없다. 차별 언행을 방치한다면 우리 미래는 없다.

김청중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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