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크래프톤으로 대박 난 VC 업계.. 우리기술, 작년보다 20배 벌었다

노자운 기자 입력 2021. 11. 22. 06:03 수정 2021. 11. 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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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20조 된 두나무, VC 최고 '효자'
"카카오벤처스, 펀드 성과보수만 1000억"

올해 벤처캐피털(VC) 업계 최고의 캐시카우(수익 창출원)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게임 ‘배틀그라운드’였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배그 개발사 크래프톤은 각각 장외 기업가치와 상장 시가총액이 20조원을 넘으며 VC들의 수익 증대에 기여했다.

특히 우리기술투자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수익이 지난해보다 20배 이상 증가하며 ‘잭팟’을 터뜨렸다. 카카오벤처스는 두나무를 통해서만 1000억원의 성과보수 실현을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이은현

◇ 우리기술투자, 3분기 누적 영업수익 9000억원 육박

22일 투자은행(IB)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증시에 상장한 VC 11개사의 1~3분기 누적 영업수익은 8817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2509억원)과 비교해 250%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VC 영업수익은 보통 펀드의 ‘관리보수’와 ‘성과보수’, ‘피투자사 지분의 공정가치’ 등으로 구성된다.

관리보수는 VC가 벤처 펀드를 운용함으로써 얻는 금전적 대가다. 대체로 운용자산(AUM)의 2%를 받기 때문에,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한다면 VC는 약 150억~200억원의 관리보수를 받게 된다.

성과보수는 펀드가 청산되거나 청산 전 기준 수익률을 넘을 경우 VC가 얻게 되는 수익이다. 기준 수익률은 출자자(LP)가 VC에 요구하는 수익률이다. 운용 기간에 대해 복리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VC가 기준 수익률인 5%인 1000억원짜리 벤처 펀드를 잘 운용해 AUM을 2000억원으로 불렸다고 가정한다면, LP에는 1300억~1400억원을 돌려줘야 한다. VC는 차익 600억~700억원 중 20%인 120억~140억원을 가져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피투자사 지분의 공정가치는 아직 처분하지 않은 주식의 평가 금액을 장부가로 반영한 것이다. VC가 1000억원 규모의 벤처 펀드에 100억원(전체 AUM의 10%)을 출자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펀드에서 A사에 30억원을 투자해 지분 가치가 3000억원으로 늘었다면, 그 중 VC가 출자한 몫은 3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불어났다고 볼 수 있다. VC가 투자금의 10%를 댄 셈이기 때문이다. 이때 VC의 투자 수익은 300억원에서 3억원을 뺀 297억원으로 간주된다.

지난 9월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에서 송치형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두나무 제공

1~3분기 가장 좋은 실적을 낸 VC는 3895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한 우리기술투자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수익이 183억원에 그쳤으나, 1년 만에 21배 넘는 돈을 벌게 됐다.

우리기술투자의 영업수익은 보유한 두나무 지분 가치의 상승에 기인했다. 올 초부터 3분기 말까지 우리기술투자가 두나무를 통해 벌어들인 것으로 간주되는 평가손익은 3382억원이다.

한 VC 관계자는 “우리기술투자는 벤처펀드가 아닌 고유계정(자기자본)으로 투자를 많이 해, 두나무에 투자한 다른 VC들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벤처펀드에서 투자할 경우 VC가 펀드에 출자한 비율 만큼만 수익을 분배 받을 수 있으나, 고유계정으로 투자하면 모두 VC의 수익으로 잡힌다.

다만 시장에서 평가 받은 기업 가치가 회계 상 온전히 반영될 수 없는 만큼, 실제 우리기술투자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의 시장 가치는 장부가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현재 두나무 기업 가치는 20조원으로 평가 받는다. 우리기술투자의 두나무 지분율은 7.6%이며, 지분의 취득 금액은 불과 56억원이었다.

◇ 미래에셋, 네오이뮨텍·오늘의집이 호실적 이끌어

미래에셋벤처투자 역시 좋은 실적을 냈다. 1~3분기 영업수익이 158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72% 증가했다. 2분기에만 펀드 성과보수와 수익 배분으로 90억원을 벌었으며, 그 외에 피투자사들의 지분 가치도 크게 올랐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특히 지난 3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면역 항암제 개발사 네오이뮨텍을 통해 큰 수익을 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네오이뮨텍이 과거 제넥신에서 분사된 지 얼마 안 돼서부터 총 46억원을 투자했으며, 올 3분기까지 현금으로 약 500억원을 회수했다. 펀드 뿐 아니라 고유계정으로도 투자한 만큼 상장 지분을 처분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벤처투자는 그 외에도 인테리어 스타트업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 투자 효과를 많이 봤다. 버킷플레이스 기업가치가 100억원에 불과했을 때 초기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회사는 약 1조원의 기업가치에 후속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회사 고유계정으로 투자한 버킷플레이스 지분을 통해서만 올해 116억원의 평가이익을 냈다.

오늘의집 홈페이지에 인테리어 시공 업체들의 리뷰가 게시돼있다. /버킷플레이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리디북스’를 운영하는 리디에도 고유계정으로 투자했으며, 인공지능(AI) 기반 의료 영상 진단 업체 루닛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벤처투자가 고유계정을 통해 보유한 리디 지분 가치는 309억원으로 반영됐으나, 시장에서 평가 받는 가치와는 괴리가 있다. 현재 시장에서 평가하는 리디의 기업 가치는 약 1조5000억원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벤처투자가 보유한 지분 가치(약 6.37%)는 950억원이 넘는 셈이다.

아주IB는 올 3분기까지 1089억원의 영업수익을 냈다. 지난 2017년 2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야놀자 지분이 ‘효자’ 노릇을 했다. 당시 야놀자 기업가치는 6000억~7000억원 규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그 14~16배에 달하는 10조원의 몸값을 인정 받고 있다.

다음 달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둔 KTB네트워크는 1~3분기 1043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3% 증가한 규모다. 투자조합 수익이 976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KTB네트워크는 올 8월 상장한 원티드랩에 투자해 엑시트에 성공했으며, 핀테크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 지분을 통해서도 막대한 평가 이익을 냈다. KTB네트워크는 비바리퍼블리카에 초기 투자한 국내 VC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SBI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가 올해 1~3분기 200억원 넘는 누적 영업수익을 기록했다. 나우IB와 대성창투, TS인베스트먼트도 100억원이 넘는 영업수익을 냈다.

◇ 크래프톤 투자한 IMM인베·케이넷·프리미어 ‘잭팟’

비상장 VC 가운데서는 크래프톤에 초기 투자한 회사들이 특히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IB 관계자들에 따르면, IMM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09년부터 크래프톤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냈다. IMM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투자 목적 회사 벨리즈원은 크래프톤의 상장 과정에서 보유 주식 277만주를 구주 매출로 내놓았는데, 그 중 IMM의 몫은 약 77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해당 지분의 투자원금이 2000억원이었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5700억원의 수익을 본 셈이지만, 이전 투자금까지 더하면 전체 회수금은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IMM인베스트먼트는 그 외에도 버킷플레이스와 무신사 같은 이른바 ‘유니콘(기업 가치가 1조원이 넘는 스타트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케이넷투자파트너스 역시 2009년 펀드를 통해 크래프톤에 99억원을 투자했는데, 상장 후 지분 가치가 1조원을 넘었다. VC 업계에서는 케이넷이 해당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면 성과보수만 약 2000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케이넷은 이미 지난 2018년 보유 지분 일부를 1300억원에 매각해 성과보수 138억원을 받은 바 있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크래프톤

프리미어파트너스도 올해 실적이 가장 좋은 투자사 중 한 곳이다. 크래프톤에 100억원을 투자했을 뿐 아니라 사모펀드(PEF)를 통해서는 3000억원을 들여 SK IET에 지분 투자를 했는데, 최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약 4700억원을 회수했다.

그 외에 당근마켓에 초기 투자해 1000억원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캡스톤파트너스도 올해 호실적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톤브릿지벤처스의 경우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1000억원일 때 15억원을 투자했으며, 지그재그에 투자해 약 20배의 수익을 올렸다. 지그재그는 올해 초 기업가치 1조원을 인정받으며 카카오에 인수됐다.

4분기에는 카카오벤처스가 특히 좋은 실적을 낼 전망이다. 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벤처스는 다음 달 청산하는 ‘케이큐브1호 벤처투자조합펀드’를 통해 1000억원의 성과보수를 얻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펀드는 2012년 결성됐으며 두나무 기업가치가 7억원에 불과했을 때 2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카카오벤처스(옛 케이큐브벤처스)를 이끌던 임지훈 전 대표가 심사한 투자 건이었다.

카카오벤처스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가치는 공개된 지분율(11%) 기준으로 2조2000억원에 달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벤처스가 주식 일부를 매각해 지분율이 8%까지 낮아졌다 가정하더라도, 지분 가치는 여전히 1조6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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