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강골 검사' 윤석열..형님 리더십 장악력 뛰어나

정주원 2021. 11. 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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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키워낸 검찰문화
검찰조직 향한 애착 컸지만
기수문화 스스로 깬 주인공
검사 최초로 대권도전 직행
정권과 마찰 마다않는 강골
책임감 강하고 보스 기질도
의리 중시해 많은 사람 모여
초대형 선대위 구성 밑바탕
'제 식구 감싸기'는 불안요소

◆ 여야 대선후보 분석 ◆

2016년 12월 당시 윤석열 국정농단 사건 수사팀장이 서울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걸어 나가고 있다. [매경DB]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특히 그들이 걸어온 삶의 발자취는 대통령이 됐을 때 어떤 철학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해갈지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가치관을 형성한 요인으로 성남시와 검찰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사법시험을 통과한 법조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후보의 이력은 변호사와 검사로 대비된다. 이 후보는 성남시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약자를 대변하다 성남시장으로 당선되면서 행정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윤 후보는 상명하복과 승진 경쟁이 치열한 검찰만의 독특한 문화 속에서 소신 있는 검사로 주목받으며 검찰총장의 자리까지 올랐다. 성남시와 검찰문화를 통해 후보들을 재조명해 보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올해 3월까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다 대권 도전으로 직행했다. 그의 이력은 검찰이 거의 유일하다.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를 상징하는 검사동일체 원칙과 막강한 권한은 때론 이 조직을 사나운 조폭처럼, 무소불위의 괴물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면서도 법을 무기로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고 부패 척결에 애쓰는 유능한 검사를 사람들은 기대한다.

검사였던 윤 후보를 바라보는 시선도 이 지점에서 양분된다. 본인 스스로도 "검찰을 대단히 사랑한다"(2013년 국회 국정감사)고 말했을 정도로 조직에 대한 애착이 컸는데, 한편으로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수사 과정에서 윗선 지시에 불복했고 기수문화를 깨부수는 주인공이었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국정 운영에 검찰 문화는 어떻게 녹아들까.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1789년 이후 대통령 46명을 배출한 미국에도 검사 출신은 한 명도 없다. 검사 출신의 국가 리더십을 엿볼 첫 시험대는 윤 후보가 주도하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이다. 윤 후보는 집권 이후를 구상하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준비하는 심정으로 선대위를 꾸리고 있다는데, 일각에서는 그의 인선 스타일에서 조직과 자기 사람을 중시하는 검찰 분위기가 묻어난다는 평도 나온다.

윤 후보의 '강골 검사' 기질은 철저한 상명하복과 치열한 승진 경쟁을 특징으로 하는 검찰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자기 나름의 소신을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수차례 고난이 있었다. 2013년 당시 박근혜 정권을 겨눴던 서울중앙지검의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가 대표적이다. 수사팀장이었던 그는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며 윗선에서 수사 무마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고 좌천됐다. 2019년 문재인정부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 문재인 대통령 측근과 청와대 비서관들이 연루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강행했다. 이듬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인사·수사지휘 등의 갈등으로 직무정지 2개월 징계를 받으면서 '반(反)문재인'을 상징하는 대권 주자로 급부상했다. 이후 윤 후보는 "기득권 이권 카르텔을 혁파하겠다"며 대선에 출마했다.

매일경제 공약검증단의 김한규 변호사는 "수사팀을 이끄는 리더로서 같이 일하는 검사와 수사관들을 믿어줬고 그에 따른 책임도 본인이 졌다"며 "부정적인 상명하복 문화의 폐단과는 거리가 먼 면모"라고 평가했다. 반면 검증단의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윤 후보에게 느껴지는 '보스 기질'이나 사법시험 9수, 특수통, 검찰총장으로서 보여 온 승부 근성 등을 보면 전형적인 검찰 문화와 분리될 수 없는 리더십 성향"이라고 봤다.

검찰에서도 복종만이 절대 진리는 아니다. 검찰 출신인 한 법조계 원로는 "납득시키는 것도 검사의 자질"이라고 했다. 자신의 이름을 달고 담당 사건을 처리하는 만큼 부장·차장검사와 처리 방향이 엇갈린다면 그들을 설득해야 하고, 법정에서는 판사에게 피고인의 유죄를 납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선배 검사가 돼서는 유연해질 필요도 있다. 후배 판단이 일리 있다면 듣고 받아들일 줄 아는 게 그 조직에서의 미덕이라는 것이다. 윤 후보도 그런 점에서 '원칙 중시' '뒤끝 없음' 등의 평가를 받는다.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방향을 설득시킬 줄 알았고, 하급자의 잘못은 가차 없이 지적하되 따로 마음을 써 달래주기도 했다고 한다.

또 경선 캠프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의견 수렴을 하곤 했다"며 "실무자가 근거와 논리를 갖고 얘기하면 잘 수긍했다"고 전했다.

다만 대기업이나 공직사회의 부패를 상대로 '그림'을 그려 가는 특별수사 스타일상 무리한 수사로 지적받은 사례도 있었다.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1000여 명을 소환해 200여 명을 구속했고 그중 5명이 자살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서원(최순실에서 개명) 씨 수사 때 경제공동체 이론과 직권남용 혐의 등을 적극적으로 적용했는데, 최근 부인 김건희 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나 고발 사주 의혹에서 상대 진영이 윤 후보를 공격하는 근거로 활용하며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이 밖에 기소와 불기소, 무죄와 유죄 등 이분법으로 판단을 내리는 사고방식이 자칫 네 편, 내 편을 가르는 진영 논리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와 검찰 간부식 상명하복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검찰 조직은 또 사람을 철저히 평가하고 검증한다. 그에 따라 일찍이 업무 영역이 정해지거나 '○○○ 사단' '○○○ 라인'이 부각되기도 한다. 거기다 윤 후보는 성향상으로도 사람을 좋아하고 잘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험한 특수부에서 동고동락한 검찰 선후배는 각별히 챙겼다. 이 때문에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에 취임했을 때는 검찰 요직에 '윤석열 사단'이 대거 배치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치 참여 후에도 윤 후보는 주변에 많은 사람을 뒀다. 경선 캠프에 보직을 가진 사람만 300명에 달한다. 최측근으로는 검사 출신 4선 권성동 의원이나 검사 출신 주진우 변호사 등이 주축인 '서초동 법률팀', 장제원·이양수 의원 등이 꼽힌다. 최근 당 선대위 인선 과정에서 '매머드급' 선대위 구상으로 사람들을 끌어안고 가려는 모습이 두드러졌는데 이 역시 '의리'를 중시하는 면모로 해석된다. 윤 후보는 지난 18일 "셀 수 없이 많은 분들이 선거를 도와주고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의리와 인연을 중시하는 성향이 자칫 정치에서는 독이 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윤 후보 주변 사람들을 '파리 떼'에 비유하는가 하면, 윤 후보에게 "사람에게 너무 집착하면 성공을 못한다"고 공개 조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인연들이 약점이 되기도 한다. 윤 후보와 2006년 현대차 비리 사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를 함께했던 박영수 특별검사는 성남 대장동 게이트의 화천대유 고문으로 연루돼 있고, 측근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관련 뇌물수수 사건 의혹에 대한 수사도 현재 진행형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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