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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만큼 공통과제 많은 나라 없어.. 양국 정상 일단 만나야"

도쿄=김범석 특파원 입력 2021. 11. 24. 03:01 수정 2021. 11. 24.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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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총선 84% 최고득표율 당선' 이시바 前 자민당 간사장 인터뷰
17일 일본 도쿄 중의원 회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 집권 자민당 의원. 그는 최근 한일 양국 역사, 한국 문화와 경제 등을 공부하고 있다며 ‘제대로 알아야 사죄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지론을 강조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 일한(한일)이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논의하면서, 양국의 공통 과제는 서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4) 중의원 의원은 17일 도쿄 중의원 회관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며 한일 관계 개선책을 묻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그는 인구 감소, 안전보장, 수도권 인구 집중, 격차 문제 등을 예로 꼽으면서 “양국 공통 과제가 이처럼 많은데 과거사 문제로 전혀 협력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 정상회담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1918∼2019) 전 총리의 예를 들면서 “그는 어느 쪽이냐 하면 오른쪽(우익)에 가깝다”며 “하지만 방한 전에 한국어로 노래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치열하게 연습해 한국과의 우호 관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도 정상회담 과정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시바 의원은 지난달 31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돗토리1구에 출마해 10만5441표(84.07%)를 얻었다. 289명의 소선거구 당선자 중 최고 득표율이다. 그는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감’으로 줄곧 1, 2위를 했을 만큼 국민적 인기도 높다. 하지만 지금까지 4차례 총리 도전에 모두 실패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국민이 직접 총리를 뽑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표가 사실상 총리를 결정하는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각종 스캔들을 비판하며 잘못된 일본 정치에 대해 “잘못됐다”고 말하는 그를 상당수 자민당 의원들은 불편해한다.

자민당 2인자인 간사장을 지내기도 한 이시바 의원은 이번 총선 당선으로 12선 의원이 됐다. 당선 횟수는 자민당 내에서 6번째, 중의원 전체로 8번째로 많다. 그의 발언이 일본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한(對韓) 수출규제로 일본 기업도 피해를 입었다. 해제할 때 아닌가.

“그건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보장상의 문제다. 한국이 일본의 수출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일본이 그걸 납득해 안전보장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해제될 수 있을 것이다.”

―한일 관계 개선책은 뭘까.

“투트랙 접근이 필요하다. 과거사 문제를 흐지부지하자거나 없던 일로 하자는 게 아니다. 진지하게 긴 시간을 들여 서로 이야기해야 한다. 하지만 그 문제로 인해 다른 협력이 전혀 진전되지 않는다면 마이너스가 너무나 크다. 세계에서 일본과 한국만큼 공통 과제를 가진 나라가 없다. 공통 과제를 놓고 양국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

―한일 정상회담의 필요성은 어떻게 보나.

“필요하다. 만난다고 해서 곧바로 사이가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방위상과 농림수산상일 때 여러 국가의 장관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상대를 만날 때 철저하게 연구했다. 지금까지 어떤 경력을 쌓았고,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이며, 키우는 강아지 이름은 무엇인지…. 그런 것들을 파악해 진심으로 좋은 관계를 맺고자 하면, 그런 마음이 상대에게 전해진다.”

―한국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외교를 어떻게 평가하나.


“기시다 총리는 오랜 기간 아베 신조 정권에서 외상을 했다. 기본적으로 아베 전 총리의 방침을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가 한국과 서로 신뢰하고, 존경할 수 있는 관계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으면 관계 개선으로 갈 것이다.”

―기시다 정권의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 주장에 한국, 중국이 우려한다.

“내가 방위청(현 방위성) 장관을 하던 20년 전에는 위성 등으로 적 기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동식 발사기가 늘어나 어디가 적 기지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 적 기지가 어디인지, 언제 공격할지, 어떻게 공격할지 등 구체적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를 논의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또 이웃 국가가 우려한다면 그건 일본이 정보 전달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설명해 납득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해야만 한다.”

―자민당은 총선 공약집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수준이었던 방위비 예산을 GDP 대비 2% 이상도 염두에 두겠다고 했다.

“어떤 방위 분야에 어느 정도 예산이 들지 논의한 다음 그 결과를 갖고 GDP 2%의 방위비로 결정될 수는 있다. 만약 처음부터 GDP 2%로 결정해 놓고 ‘자, 필요한 걸 다 말해라’라고 한다면 본말이 전도됐다.”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사죄 피로증’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사죄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왜 일한 관계가 잘 돌아가지 않는지, 한국 국민들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다시 똑같은 것을 반복하게 된다. 일본인은 한국 역사를 깊이 공부하고, 한국인들의 사고 근간에 무엇이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일본은 과거 대한제국 궁전이 있는 곳에 조선총독부를 설치해 한국 국민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독립 국가였던 대한제국을 합병해 국가를 빼앗았다. 이런 말을 하면 일본 국내에서 강한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진심으로 일한이 양호한 관계가 되는 게 지역 평화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용기 있게 말한다. 용기 있는 사람이 일본에도, 한국에도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이시바 시게루 의원은…
△ 1957년 돗토리현 야즈군 출생
△ 1979년 게이오대 법학부 졸업
△ 1986년 중의원 의원 첫 당선, 그 후 12선(選)
△ 2002년 방위청(현 방위성) 장관으로 첫 입각
△ 2008년 농림수산상
△ 2012년 자민당 간사장
△ 2014년 지방재생담당상
△ 2008, 2012, 2018, 2020년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모두 낙선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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