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의 귀환'..전두환 시절 대사들의 '외신 독후감'

김지훈 기자 2021. 11. 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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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외교 잠금해제]
1985년 2월자 주미대사 문건. /자료=외교부

"김(김대중)을 민주주의 신봉자로 부각하고 한국에 탄압과 정치폭력이 있는 인상을 부각하는 논조. PATT DERIAN(패트리샤 데리언 전 미 국무성 인권담당차관보) 등 극단적인 발언을 하는 수행자의 말을 인용, 한국에는 인권이 부인되고 민주주의가 아닌 것처럼 과장 보도." (1985년 2월, 류병현 당시 주미대사)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한국 민주화의 상징격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갈등을 보여주는 기록물들이 오늘날에도 하나둘 발굴되고 있다. 전두환 정권이 1985년 2월 이른바 '2차 미국 망명'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온 김 전 대통령을 의식해 재외공관들에 비상을 걸었음을 시사하는 문건들도 외교부가 심의를 거쳐 선보였다.

문건들에 따르면 정부 인사도 아닌 김대중 관련 현지 언론 동향 파악에 재외공관들이 진땀을 뺀 것으로 보인다. 한때 '현역군인의 수장'격인 합참의장 출신 인사나 대통령비서실장 출신 인사들이 대사로 발탁된 뒤 현지 보도를 분석한 내용을 본국에 보고했다. 이제는 두 전직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떠난 고위 외교관들이 남긴 기록물이다.

1985년 2월자 주미대사 문건. /자료=외교부

1985년 2월 류병현 당시 주미대사(2020년 5월 별세)가 본국 외무부(현 외교부)에 보낸 3급 비밀 문건이 한 예다. 류 대사는 1978년 한미연합군사령부 초대 부사령관, 1978~1981년 합참 의장을 지냈으며 12·12 군사 반란(1979년) 당시 반란군(전두환측)이 아닌 진압군(정승화측)에 속했던 예비역 대장 출신 인사다.

3급 비밀은 '암구호'처럼 노출될 경우 안보에 '상당한 위험'(2급은 현저한, 1급은 치명적인 위험)을 끼치는 등급이다. 류 대사는 이 '3급 비밀' 문건에서 "2.8. NBC 17:00 1분, NBC 19:00 3분. 2.11. NBC 12:00 3분' 하는 식으로 언뜻 보면 암호문처럼 보이는 문서를 외무부에 보냈다. 실제론 '김대중 귀국'을 방송한 현지 방송국명과 방송 시각·분량이다. 외신 방송 시간이나 대사관의 '독후감'을 비밀에 부쳤던 셈이다.
류 대사는 미국에서 2차 망명을 끝낸 김 전 대통령이 한국에 귀국하는 순간 등을 다룬 미국 방송이 편파성을 보인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런 문건들의 하단에는 참조 수신처인듯 청와대 총리실 안기부 등이 기재돼 있다.

1985년 2월자 주 유엔대사의 문건. /자료=외교부

1985년 2월 주 유엔 대사 명의로 외무부에 '김대중 귀국' 관련 미국 내 언론 동향을 본국에 보고한 문건도 존재한다. 문건에 기재된 시점은 전두환 정권 초기인 1980년 9월부터 1982년 1월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김경원 대사(2012년 별세)가 주 유엔 대사에 재임하던 때다.

해당 문건에는 "뉴스 보도 및 특집 초기에는 현장 TV의 보도와 DERIAN(김 전 대통령과 함께 한국에 온 패트리샤 데리언 전 미 국무성 인권담당차관보) 등의 공항 폭행을 계속 주장하는 장면 보도 등 일반적으로 과장 확대 보도하는 미 상업 방송 매스컴 특유의 성향으로 인해 한국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적혀있다. 다만 초기 보도 이후론 균형 잡힌 보도가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포공항에 도착한 이후 현지 경찰과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포공항 사건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는"사전 사후 등 단계적 시나리오에 맞춰 아측이 주도적으로 아측에 유리한 보도초점을 제공하면서 일찍부터 사전 정보와 뉴스거리를 제공해 주는 적극 홍보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사료됨"이라는 문구도 나온다. 이 역시 3급 비밀이다.

1985년 2월자 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의 문건. /자료=외교부

미국 유력매체에 김대중 관련 기고문에 대한 항의를 했다는 내용의 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 명의 문건도 있다. 황광한 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2012년 별세)가 재임하던 때 작성됐다. 황 총영사는 육군 준장 출신으로 2000년대 '저격수 양성론'을 주장하며 눈길을 끌었던 군사외교 전문가였다.

발신자가 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인 대외비 문건에는 1985년 2월 "당관 문화원장은 2.12. L.A. 타임즈의 주필 및 외신부장과 접촉, PATT DERIAN의 김대중 관계 편향적 기고기사의 일방적 제재를 강력히 항의하고 동 기사에 대한 반박문 게재 등 대응조치 협조를 요청했음"이라는 내용이 실렸다.

1985년 2월자 주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의 문건. /자료=외교부

주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도 같은 시기에 "전두환 대통령의 방미는 지난 83. 8 레이건 대통령의 방한시 초청에 의한 것이며, 김(김대중)의 귀국과는 관련이 없음"이라는 요지의 기고문을 사우디 현지 매체에 실었다는 보고를 외무부에 올렸다. 최광수 주 사우디아라비아 대사(2021년 별세)가 재임하던 시절 쓰여진 문건이다. 최 대사는 1985년 2월에는 박정희 정권 당시 국방차관 출신이다. 10·26 사태 이후 최규하 대통령 체제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을 맡았으며 1986년부터 1988년까지 외무부 장관도 지냈다.

1986년 2월20일 조 바이든 당시 상원의원을 비롯한 미 상원의원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자료=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이런 전두환 정권의 외신 모니터링·대응이 미국 조야에 어떤 효과를 미쳤는지는 미지수다. 오늘날 미국의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는 조 바이든은 상원의원 시절이던 1986년 2월 에드워드 케네디(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 존 케리(전 미 국무장관·현 미 대통령 기후특사) 등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7명과 함께 대통령 직선제 개헌 서명운동에 대한 탄압 우려를 제기한 편지를 당시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냈다.

당시 '바이든 의원'은 서한에서 전두환 정권을 겨냥해 "탄압이 김대중과 김영삼 등 야당 지도자들에 대한 억압을 강화하는 형태로 이뤄진다는 사실은 민주화 약속의 진실성에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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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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