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잇따르는 해외 투자, 국내 'U턴' 묘안 없나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기로 결정하는 등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업 경쟁력이 우선이지만 국내 일자리 창출 기회가 사라지는 만큼 국내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전향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미국 파운드리 2공장 부지를 테일러시로 확정하고 내년 1분기 착공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2공장 건설에는 약 20조원이 투자된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관련해 자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 정책에 따른 것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관련 공급망에 참여한 국내 제조업들의 일감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초미세 공정의 파운드리를 완공하면 그동안 TSMC에 치우쳤던 애플·퀄컴·AMD 등 미국 대형 고객사를 끌어들일 기반이 마련된다"며 "파운드리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일자리다. 삼성전자 평택2 라인을 건설하는 데는 약 30조원이 투자됐다. 이를 통해 직접고용 4000여명을 포함해 3만여명의 고용이 창출됐다. 단순 비교한다면 이번에 발표된 20조원이 한국에 투자될 경우 2만여명의 고용창출이 가능하다.
주요 대기업의 대미 투자는 비단 삼성 뿐이 아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27일 미국을 찾아 520억달러(약 61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기업들도 합작 또는 단독으로 14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전기차·충전인프라 등에 74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는 최근 확대되고 있는 기업들의 대미투자에 불가피한 성격이 있다고 설명한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들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이 중국과의 갈등 속에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며 기업들을 자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기업들도 예외가 될 순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요구를 무작정 거부할 경우 향후 진행될 글로벌 공급망 재편, 첨단기술 관련 지식재산권 강화 물결 속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간 한미 정상회담 직후 "미국이 자국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선점하지 않으면 다른 플레이어들이 차지하게 된다"며 "다른 기업들이 시장을 뺏기 전에 공급시장을 선점하는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K-반도체 전략'과 '2030 이차전지 산업 발전 전략', 'K-조선 재도약 전략' 등 대규모 산업 정책을 수립하고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정부에 제출한 투자계획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2030년까지 누적 기준 51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만 40조원 이상이 투자된다. 삼성도 지난 8월 향후 3년간 240조원 규모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투자와 고용을 늘리기로 했다. 240조원 중 약 180조원이 국내에 투자된다. 2018년 8월 발표보다 50조원 늘어난 수준이다.
또 정부는 2030 이차전지 산업발전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배터리 관련 민간투자 40조원을 지원하고, K-조선 재도약 전략을 통해 친환경선박과 자율운항선박 시장점유율을 2030년까지 각각 75%, 50%로 높일 계획이다.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한국으로 복귀시키고 산업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복귀기업(유턴기업) 관련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첨단산업이 국내로 돌아오는 경우 해외사업장 규모를 줄이지 않아도 유턴기업으로 인정하고 지원한다. 표준산업분류상 기준을 완화해 유턴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범위를 넓히고, 첨단산업이 비수도권으로 복귀하는 경우 보조금을 추가 지급한다.
유턴기업 국유지 임대료를 외투기업과 유사한 수준으로 감면하고 전략품목 30개에 대해 R&D(연구개발) 사업을 집중 지원한다. 또 정부는 유턴기업들이 자유무역지역(FTZ)에 보다 쉽게 입주할 수 있도록 매출 중 수출비중 기준을 30%로 낮추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20% 적용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K반도체 전략과 2030 이차전지 산업발전 전략 등 산업별 전략과 유턴기업 관련 정책 확대를 통해 국내투자를 유도하고 산업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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