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이끈 '골프 광풍'..'소비 판도'도 바꿨다

이세중 2021. 11. 2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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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골프 전성시대입니다.

케이블TV에서 골프 중계만 하던 시대를 지나 지상파뿐 아니라 유튜브 등 주요 OTT 플랫폼으로 자리를 옮긴 지 오래입니다. 유명 연예인도 대거 출연해 예능프로그램의 한 종류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KBS도 자사 유튜브를 활용해 ’찐친골프‘ 프로그램을 지난달부터 방영 중입니다.

이렇게 갑자기 골프 관련 프로그램이 급증한 이유는 그만큼 골프 인기가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 골프 관련 수입 규모에서도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 골프용품 수입액 6억 달러 돌파 ‘역대 최대’

관세청에서 오늘(24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골프용품 수입액은 6억 100만 달러입니다. 1년 전보다 29.3%나 급증한 건데 지난해 총 수입액 5억 4,200만 달러를 이미 훌쩍 넘은 수치입니다.


총 수입 물량을 봐도 올해 10월까지 8,232톤을 수입했는데 1년 전 같은 기간 6,906톤에 비하면 물량 자체도 급증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품목별로는 골프채의 역할이 컸습니다. 골프채만 올해 10월까지 3억 8,900만 달러 수입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2%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렇게 골프 인기가 급증한 배경에는 오히려 코로나19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탁 트인 야외에서 비교적 조용하게 상대방과 ‘터치 없이’ 나 홀로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겁니다.

이런 골프 광풍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최근 1~2년 사이 골프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치솟고 있습니다. 해외 언론도 코로나19를 지목했습니다. 지난달 블룸버그는 ’Golf has become the pandemic pastime(골프가 팬데믹의 오락거리가 되고 있다)‘라고 보도하며 골프의 인기를 조명했습니다.

자연스레 국내에서 만든 골프용품 수출액 역시 늘고 있습니다.

올해 10월까지 국산 골프용품 수출액은 9,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75.1%나 급증했습니다. 이 중 절반인 4,500만 달러는 기타 용품이었는데 지난해보다 136% 증가했습니다. 특히, 스크린 골프의 인기에 힘입어 골프시뮬레이터 등의 물품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배구·축구·농구’ 구기 종목은 코로나19 속 침체

골프가 코로나19로 전성기를 맞이했다면, 반대로 침체기를 맞이한 종목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배구, 축구, 농구 등 구기용품입니다.

여럿이서 함께 몸을 부딪치는 종목 특성상 아무래도 감염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는 선입견 때문일 겁니다.


코로나가 발발했던 2019년 4분기를 기점으로 골프용품과 구기용품의 수입액 추이를 보면 그 양상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골프용품이 계속 치솟지만, 구기용품은 하향세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구기용품의 경우 19년도 2분기 2,600만 달러, 3분기 2,400만 달러, 4분기 2,300만 달러 등 비슷한 규모를 분기마다 수입해왔지만, 코로나가 발발한 2020년 이후 한 번도 분기 수입액이 2,000만 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골린이’ 2030도 인기...코로나19가 바꾼 것들

‘언제부터 다들 이렇게 골프를 쳤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골프가 어느새 하나의 주류 문화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특히, ‘골린이(어린이+골프)’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며, 2030 MZ세대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어찌됐든, 일부 부유층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골프가 방송 등 대중문화 속에 자리 잡으면서 그 인식이 상당 부분 바뀐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골프 산업 자체가 성장하는 모습인데 이는 수입액뿐 아니라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서도 드러납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9월과 비교하면 올해 1~9월 실외 골프장 신규 가맹점이 13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는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리의 일하는 방식뿐 아니라 취미생활, 소비 등 모든 부문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골프 광풍도 이런 맥락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현상을 보는 누군가는 박탈감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코로나가 더욱 벌려놓은 양극화를 상징하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이세중 기자 (ce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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