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 중앙정보부 요원 "전두환, 5월 18일 남산에서 지휘"
전두환 씨는 그동안 자신과 5·18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전씨 측인 민정기 전 비서관은 어제(23일) 전두환이 개입한 증거를 대라며 기자들에게 호통까지 쳤지요. 실제로 5·18 기간 동안 전 씨의 행적은 4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그런데 JTBC가 그 베일을 벗길 수도 있는 중요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전직 중앙정보부 수사관인 이기동 씨는 5월 18일 새벽, 전두환 씨가 남산에 와서 내린 지시를 구체적으로 증언했습니다.
봉지욱 기자입니다.
[기자]
1974년 중앙정보부에 공채로 들어간 이기동 씨.
5년 뒤 중정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됩니다.
김재규 중정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한 10.26 사건으로 업무가 중지됐기 때문입니다.
[이기동/전 중앙정보부 수사관 : 수사관들이 뭐 했냐면 명동에 가면 ○○기원에 앉아 있고 목욕탕에 앉아 있고. 갈 데가 없잖아요. 왜? 근무 중지를 시켰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마라. 그러니까 뭘 하겠어요.]
하지만 이듬해 4월 다시 살아납니다.
당시 최고 실세로 합동수사본부장이 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중앙정보부장 서리를 겸직하면섭니다.
이 씨는 이때 중정의 꽃이라는 대공수사국 수사반장이었습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이 시작되기 전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5월 17일, 중정 수사관들에게 돌연 집합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이기동/전 중앙정보부 수사관 : (국장이) 합수부 명령을 받아 갖고 이제 오셔 갖고 오후 5시 정각에 강당에 한 300명이 모였더라고, 수사관이. 김대중 선생을 필두로 해 갖고 (체포할) 120명의 명단을 발표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누구누구 수사관은 누구 담당. 누구누구 수사관은 누구 담당 이렇게...]
이 씨는 야당 지도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직접 체포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CCTV가 설치된 남산의 중정 지하실에 갇혔습니다.
그런데 5월 18일 0시 30분쯤, 전두환 씨가 남산 중정부장실에 나타났습니다.
[이기동/전 중앙정보부 수사관 : (전두환이) 김대중 씨가 잡혀왔다는 그걸 듣고 바로 보신 거예요. 때린 거예요. (CCTV) 넘버를. 303호 김대중 선생이 있으니까. 303호 누르면 바로 나와 버리잖아요. 볼펜이 딱딱 하는 소리까지 들려요. 그러니까 제일 부장이 제일 관심이 뭡니까? 김대중 씨 아닙니까.]
이 씨는 수감실 CCTV를 지켜보던 전 씨가 김근수 대공수사국장을 수시로 불러 질책했다고 주장합니다.
[이기동/전 중앙정보부 수사관 : 전두환 부장 서리가 내 방을 계속 보다가 저기 저 뭐 하는 짓이냐고… 아니 그 내란음모 뭐 해야지 법에 빨리 해 갖고 잡아넣은 저 조서 작성 안 하고 지금 뭐 하고 지금 헛소리를 하고 앉아 있냐고 (국장에게) 그랬대요.]
다짜고짜 군사재판에 넘기라고 독촉했단 겁니다.
실제로 계엄사령부는 체포 닷새 만인 5월 22일 김대중 내란음모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틀 뒤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사형이 집행됩니다.
[김희송/전남대 5·18연구소 교수 : 5월 18~20일까지 발발했던 초창기 대응의 전두환 역할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거든요. 그렇다면 저는 (이기동씨 증언이) 진상 규명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거죠.]
"나는 5·18과 관련이 없다"며 사과 한마디 없이 떠난 전두환.
남산 부하의 증언으로 41년 간의 변명이 무색하게 됐습니다.
(PD : 라정주 / 영상그래픽 : 박경민·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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