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세계적 예술가' 문준용 전시 '직접' 가 보니

CBS노컷뉴스 곽인숙 기자 2021. 11. 2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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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아들 문준용 전시 'Augmented Shadow – 별을 쫓는 그림자들'
29일까지 경기도 파주 '스튜디오 끼'
그림자가 빛을 이용해 입체를 만들어나가는 이야기
지원금 논란.."잘못하면 큰일난다는 생각으로 했다"
"'세계적 예술가'라기보다는 '유망한 젊은 작가'"

20평 남짓의 텅 빈 공간, 왼쪽 구석에 네 단짜리 계단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신발을 벗고 무대 안으로 들어섰다.
무대 벽면에 눈이 큰 아이 형상으로 보이는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어라? 그 중 한 그림자가 이리 오라고 손짓한다.
다가가 손전등을 건네니 그림자는 빛을 두 손으로 고이 받아 뛰어놀며 공간을 누빈다.
그 빛을 뿌리니 평면의 물고기들이 공중으로 솟아나기도 하며, 

빛 열매가 걸린 나무가 피어오르고, 막혀있는 벽의 문이 열리며 그 너머로 복도와 방이 펼쳐진다. 
그림자들이 계단에 매달려 있던 그림자를 옮겨서 새로운 입체를 만들어내고, 
결국 입체의 세계, 밤하늘로 여행을 떠난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39) 작가의 전시 'Augmented Shadow(증강 그림자)-별을 쫓는 그림자들'이다. 문준용 작가가 진행하고 있는 'Augmented Shadow' 연작의 신작으로, 그림자 증강현실(AR)을 이용한, 관객이 체험 가능한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작품이다. 위치 추적 센서가 부착된 손전등을 그림자에 갖다 대면 10분동안 '그림자가 빛을 받아 입체를 찾아나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6명의 그림자들이 활동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예상되는 빛과 그림자의 방향과 크기, 각도, 명암을 계산해내는 장치를 만들어 그림자가 빛을 이용해 입체를 만들어 나간다. 관객이 움직이는 조명장치 각도에 따라 물체의 실제 그림자 위에, 증강현실 기술로 창작된 화면을 정교하게 겹쳐 화려한 입체가 펼쳐진다. 특히 그림자들이 그림자를 떼내어 새로운 입체를 만드는 장면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작품은 시점 추적 아나모픽(anamorphic, 사물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착시 현상을 이용한 기법) 기술을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움직이는 관객의 눈 위치에 입체의 시점을 맞춰, 전시장 벽면과 바닥의 평면 영상이 입체로 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위치 추적 센서가 장착된 손전등 장치를 손에 들려주기만 하면 눈의 위치가 맞춰지도록 기술적으로 구현했고 눈의 위치를 찾아 그림자의 위치를 계산해 거기에 그림자가 생기게 했다.

이 기술은 '증강현실에서 움직이는 광원의 위치를 반영하여 영상을 처리하는 방법 및 장치'로 지난해 특허로 등록되기도 했다. 특히 움직이는 광원을 이용해 광원 위치에 따른 명암이 생기도록 구현했다. 기존 작품은 증강현실에서 명암이 아니라 시점만 추적하는데 이번 작품은 관객이 들고 다니는 손전등에서 광원이 나오고 거기에서 명암이 반영돼 더 현장감과 현실감이 있게 됐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문준용 전시 'Augmented Shadow – 별을 쫓는 그림자들'의 한 장면. 곽인숙 기자

헤드셋이 없이 입체영상을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무대 밖에서는 평면으로 보이지만 안에 들어서면 입체로 감상할 수 있다. 관객이 현장에서 바로 쉽게 활용할 수 있어 같이 체험할 수 있는 놀이로 관객들의 반응도 좋다.

전시가 진행 중인 경기도 파주 스튜디오 끼에서 만난 문준용 작가는 "이것보다 진보한 게 없다"며 "일본 도쿄의 팁랩(teamLab)이나 제주 빛의 벙커 등도 이 정도 수준의 스토리와 인터랙티브한 게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그림자 증강현실 작업을 하면서 그림자가 평면이면서도 입체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대형 몰입형 예술에서 그 기법을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기술적인 주제였고, 그에 맞게 그림자들이 빛을 받아 입체를 찾아나간다는 이야기로 구성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작품 구상에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이야기를 직접 창작했고, 귀여운 그림자 캐릭터도 직접 디자인했다.

지원금 논란…"잘못하면 큰일난다는 생각으로 했다"

이 작품은 논란이 됐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금 6900만 원을 받아 기획된 전시이다. 영상을 쏘는 프로젝터 5대 등 10일 동안의 장치 대여료만 2800만 원에 달한다. 그래픽 제작에 5명, 장비 전문가 3명 등 이번 프로젝트에 모두 1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그는 지원금 논란을 의식해선지 "이번은 잘못하면 큰일난다는 생각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비 대여료가 비싸기 때문에 민간에서 미디어아트를 제작하려면 기관에서 예산을 뒷받침해야 제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전시 축하드립니다. 문재인 김정숙 대통령 내외'라는 작은 화환이 놓여있었다. 곽인숙 기자

전시장에는 '전시 축하드립니다. 문재인 김정숙 대통령 내외'라는 작은 화환이 놓여있었다. 김정숙 여사는 전시 첫날인 지난 20일 다녀갔다고 했다.

문 작가의 팬이라는, 청주시립미술관 전시회를 가려다 못 가서 왔다는 젊은 여성 두 명이 수줍게 사인을 요청하자 그는 사진을 같이 찍어주겠다고 흔쾌히 응하기도 했다.

1년 만의 개인전이어선지 그는 조금은 들떠있는 모습이었고 직접 세세한 부분까지도 전시 설명을 했다. 페이스북 상의 공격적인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많이 누그러진 듯해 보였고, 여유가 느껴졌다.

"'세계적 예술가' 라기보다는 '유망한 젊은 작가'"

문 작가는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금 외에도 지난해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아트랩 지원프로그램에서 3000만 원, 서울문화재단의 '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지원'을 통해 1400만 원의 지원금 등을 받아 특혜 논란을 빚었다. 이와 관련해 본인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예술인"라고 추켜세웠던 청와대 이철희 정무수석의 표현에 대해서는 "제가 생각보다 해외 실적이 많은 편"이라면서도 "그 이후에 몇 분이 제 평가를 했던데 '유망한 젊은 작가', 그거가 딱 맞다"고 했다.  

문준용 작가는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금호미술관 등에서 독창적인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해왔다. 2011년 미국 명문 파슨스 디자인 스쿨 졸업 작품을 스페인 바로셀로나 디자인박물관 등에 전시했고 2019년 세계적 미디어아트 미술관인 아르스 일렉트로니카가 주관하는 스타츠상(STARTS prize) 후보에도 올랐지만,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지원금을 받아 대통령 아들로서 처신이 부적절하다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문준용 작가가 경기도 파주 스튜디오 끼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Augmented Shadow – 별을 쫓는 그림자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곽인숙 기자

CBS노컷뉴스 곽인숙 기자 cinspa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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