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급해지는 연준, 긴축의 속도를 높일까

방현철 기자 2021. 11. 2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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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테이퍼링 가속 페달 밟을까..연준 의사록 "정책에 유연성 있어야"

25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03% 하락한 3만5804.38에 마감했습니다. 반면 S&P500은 0.23% 오른 4701.46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도 0.44% 상승한 1만5845.23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상무부는 3분기(7~9월) 미국 경제가 전기 대비 연율로 2.1% 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달 말 나온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높아진 것입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비둘기마저 ‘테이퍼링 가속’’,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어디로?’, ‘절반 판 머스크’를 꼽았습니다. 최근 연준 안팎에선 양적완화를 줄여나가다가 결국 중단하는 테이퍼링의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그 같은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늘고 있는데요. 방송에서 관련한 내용을 알아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비둘기마저 ‘테이퍼링 가속’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데이터가 강하게 나온다면 테이퍼링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습니다. 데일리 총재는 완전 고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원을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연준 내 비둘기파의 대표적인 인사입니다. 또 차기 연준 이사 후보 중의 한 명으로도 거론되는 영향력 있는 인사입니다. 또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멘토로 여기는 끈끈한 관계입니다. 게다가 올해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의결권이 있는 지역연방준비은행 총재 중 한 명입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샌프란시스코연준

데일리 총재는 24일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고용시장이 정말로 모든 고용의 실린더에 불이 붙는 것과 같다”며 “인플레이션 숫자는 전달 대비로 보면 소비자 물가가 몇 달간 떨어지는 것 같더니 다시 높아졌다”고 했습니다. 전달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0.9%에서 7월 0.5%, 8월 0.3%, 9월 0.4%였다가 10월에는 0.9%를 기록했습니다.

데일리 총재는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더 빠른 테이퍼링이 필요한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나는 매우 마음이 열려 있으며, 사실 우리가 내년 말 기준금리를 제로(0)에서 인상하길 원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했습니다.

연준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의 한 명인 데일리 총재마저 ‘테이퍼링 가속화’에 기울면서 다음달 14~15일에 열리는 12월 FOMC에서는 테이퍼링 속도를 현재보다 높이는 식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미 리차드 클라리다 부의장,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 등이 공개적으로 테이퍼링 가속화 논의나 가속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했습니다.

이날 공개된 11월 2~3일 열렸던 11월 FOMC 의사록에서는 참석자들이 테이퍼링에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는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의사록에서는 “참석자들은 정책을 수행하는 가이드 원칙으로 리스크 관리라는 바탕 아래 적절하게 정책을 조정하는 유연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며 “다양한 참석자들이 FOMC 목표와 부합하는 수준보다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경우에 자산 매입 속도를 조절하고 현재 예상하는 시기보다 금리 목표를 높이는 것에 대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다만, “참석자들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길게 중대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내년 중에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완화되면서 인플레이션율이 상당하게 줄어들 것으로 여전히 예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날 나온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년 대비 5%, 전달 대비 0.6%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9월에는 전년 대비 4.4%, 전달 대비 0.3% 상승이었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1990년 11월 이후 31년만에 가장 높은 것입니다. 게다가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뺀 근원 PCE 물가는 전년 대비 4.1%가 올라 1991년 이후 3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연준이 2% 물가 목표를 따질 때 고려하는 것은 근원 PCE물가입니다. 9월에는 전년대비 3.6% 상승했었습니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주황색)과 근원 PCE 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미 상무부

금리 인상 가속화 전망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브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에 따르면, 선물 시장은 내년 5월에 0.25% 포인트 금리 인상이 있을 확률을 66%로 반영하고 있고, 내년 12월에 3번째 금리 인상이 있을 확률을 60%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어디로?

지난 3분기 때 월가에서는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경기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왔습니다. 실제 3분기(7~9월) 성장률 속보치가 2%로 나오면서 2분기의 6.7%보다 확 둔화되는 모습이었습니다. 7월부터 델타 변이가 확산되면서 경제 활동이 둔화된 영향이 바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성장 둔화 전망은 4분기 들어서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선 고용 시장이 급격하게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실업수당 신청은 19만9000명으로 전주에 비해 7만1000명이나 급감했습니다. 1969년 11월 이후 52년만에 가장 적은 수치입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월가 전망은 26만명이었습니다.

주간 실업수당 신청은 미국에서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인 작년 2월 말에는 21만6000명이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된 4월 초에는 610만 명까지 치솟았습니다. 이후 점차 줄어들다 이번에 코로나 이전보다 더 적은 숫자가 나온 것입니다. 다만, 계절 조정에 따라 다음주에는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신청 추이. /자료=미 노동부

9월 초에 코로나로 인한 각종 추가적인 실업 지원이 종료되면서 미국인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오는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10월 고용은 53만1000명으로 월가 전망(45만명)을 뛰어 넘게 나왔습니다. 고용 회복 추세는 11월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소비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10월 개인 소비 지출은 전달보다 1.3% 증가하면서 3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월가 전망인 1.0% 증가보다 좋게 나온 것입니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70% 정도 차지하기 때문에 소비 증가는 경기를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11월에는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쇼핑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에 소비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미국소매협회(NRF)에 따르면 올해 연말 쇼핑 시즌에 8434억~8590억달러의 소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지난해보다 8.5~10.5% 증가하는 것으로, 최근 20년 중 최대 증가율입니다. 기존 최대 증가폭은 지난해 기록한 8.2%였습니다.

작년 블랙프라이데이에 미국 플로리다의 한 상점에 내걸려 있던 할인 판매를 알리는 문구. /AP 연합뉴스

이날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은 2%에서 2.1%로 소폭 상향 조정됐습니다. 앞으로 4분기가 관건입니다. 월가 기관들의 4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을 높이고 있습니다. JP모건 체이스는 이날 4분기 성장률 전망을 기존의 5%에서 7%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모건스탠리도 4분기 성장률 전망을 3%에서 8.7%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4분기에 6.5% 성장을 전망합니다.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이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성장률 전망인 ‘GDP 나우’의 4분기 성장률 전망은 이날 8.2%에서 8.6%로 올랐습니다.

미국의 분기별 성장률 추이. /자료=미 상무부

◇ 절반 판 머스크

월가 증시는 다우는 다소 떨어졌지만, S&P500과 나스닥은 오르는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특히 테크주들은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나스닥은 파월 연임 여진 등으로 금리 상승세가 나타나면서 사상 최고 수준에서 꺾여서 이틀 연속 하락했지만 이날은 반등에 성공한 것입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가 1.1%, 애플 0.3%, 아마존 0.01%, 넷플릭스 0.6%,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0.2% 등 오랜만에 빅테크를 대표하는 FAANG 주식들이 모두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0.06% 상승했습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머스크가 계속 주식을 팔고 있지만 이날 주가는 다소 올랐습니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0.63% 상승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3일에도 93만여주, 10억5000만 달러 어치의 테슬라 주식을 팔았습니다. 머스크는 지난 6일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지분 10%를 팔지를 결정해 달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후 58%가 찬성하자 8일부터 팔기 시작했습니다. 8일 이후 이제까지 920만주, 99억 달러 어치의 테슬라 주식을 팔았습니다. 이 돈의 대부분은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데 따른 세금을 내기 위해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CNBC는 머스크가 2012년 받은 테슬라 스톡옵션 2280만주(행사 가격 6.24달러)를 행사하는 경우 세금만 15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했는데, 최근 주가 하락으로 내야 되는 세금액이 다소 줄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 1억7000만 주를 갖고 있어서 10%면 1700만주를 팔아야 함. 이렇게 보면 머스크가 팔겠다는 주식의 절반 정도 판 것입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일론 머스크. /AP 연합뉴스

이밖에 전통적인 컴퓨터 하드웨어 회사 휴렛 팩커드가 월가 전망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10% 넘게 상승했습니다. 휴렛 팩커드는 분기 매출이 166억8000만 달러로 시장 전망 154억4000만 달러를 넘었고, 주당순이익도 0.94달러로 월가 전망인 0.88%보다 높았습니다.

이날은 실적이 안 좋았던 전통적인 소비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의류 소매업체 갭은 24%,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 29% 폭락했습니다. 갭의 분기 매출은 39억40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였던 44억9000만달러에 비해 12.25% 하회했고, 분기 주당순이익(EPS)은 0.27달러로 시장 전망치 0.49달러보다 44.9% 하회해 ‘어닝 쇼크’를 기록했습니다. 노드스트롬의 매출은 36억4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을 웃돌았지만, 주당순이익이 39센트로 전망치인 56센트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임금 압력과 공급망 병목으로 인한 비용 증가로 실적이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습니다. 지난 주에 경쟁 유통업체들인 메이시즈와 콜스가 좋은 실적을 발표했던 것과도 대비됩니다.

한 상점 앞에 걸려 있는 의류 소매 업체 갭의 로고. /

이날 파월 연임 결정 이후 상승세를 보이던 장기 금리는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1.64%로 전날보다 0.03% 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금리가 진정되면서 테크주 하락세도 진정됐습니다.

다만, 테이퍼링 가속화 전망이 강해지면서 통화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2년 만기 금리 등은 올랐습니다.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0.64%로 전년보다 0.04%포인트 상승했고, 5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1.34%로 0.01%포인트 올랐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테이퍼링, 즉 자산 매입 축소 속도가 빨라질 전망입니다. 인플레 우려가 강해지면서 미 연준이 좀더 강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테이퍼링 다음 타자는 금리 인상입니다. 연준이 푸는 유동성 규모는 증시에도 영향이 큽니다. 미 연준의 행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둘째, 미국에서 고용과 소비가 점차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3분기에 잠시 주춤했던 성장이 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경기 과열 우려가 나올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파월 연임 결정으로 금리 상승세가 나타나자 한 방 맞았던 테크주들이 몸을 추스르고 있습니다. 다만 경기 회복세가 강해지면 경기 민감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테크주 열기가 꺼질 수 있습니다. 향후 시장 상황을 체크해 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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