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항명사태가 알려준 많은 것들 [스토리 발리볼]

2021. 11. 2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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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의 항명사태는 그동안 V리그가 놓치고 있던 많은 것들을 확인시켜줬다.

먼저 V리그의 주인공인 선수단에 대한 관리가 상상외로 허술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IBK기업은행의 항명파동에선 프런트의 역할이 가장 미스터리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각 구단은 IBK기업은행이 난파하는 것을 보면서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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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IBK기업은행의 항명사태는 그동안 V리그가 놓치고 있던 많은 것들을 확인시켜줬다.

먼저 V리그의 주인공인 선수단에 대한 관리가 상상외로 허술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각 팀이 연간 많게는 100억 원 가까운 돈을 쓰면서도 정작 가장 큰 자산인 고작 30명 남짓한 선수단에 대한 리스크 관리는 너무나 후진적이었다.

일단 관리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문제의 책임을 서남원 전 감독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관리 책임을 물어 경질했다는 논리다. 2년 계약기간의 잔여연봉도 주지 않으려고 한다. 은행이 계약도 지키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선수단 관리 책임자가 감독이라면, 시즌 도중 감독 몰래 팀을 떠난 선수와 코치를 벌줄 권한도 줬어야 상식적으로 옳다. 책임과 권리는 항상 함께 움직인다. IBK기업은행은 서 전 감독에게 항명한 선수와 코치를 징계하도록 했는지부터 답해야 한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IBK기업은행 배구단을 규탄하는 트럭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IBK기업은행 배구단 팬들은 트럭 시위를 통해 팀을 무단 이탈한 조송화 선수, 감독대행을 맡은 김사니 코치의 퇴출 등을 요구했다. 사진 | 뉴시스
구단은 사건이 공개되자 감독을 배제한 채 팀을 떠난 선수와 코치를 경기장까지 데려왔고, 또 다시 팀을 떠나자 무단이탈이 아니라고 했다. 김사니 감독대행은 선수단이 모인 자리에서 서 전 감독이 공개적으로 자신에게 폭언을 하고 모욕을 줬다고 주장했는데, 선수단 관리 책임자가 그 정도의 권한도 없이 어떻게 문제의 당사자를 혼낼 수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 김 대행은 폭언과 모욕의 정확한 근거도 대지 못했다. 정작 자신은 무단이탈 후 팀에 복귀했을 때 감독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선수들 앞에서 감독의 말을 무시했다. 이게 모욕이다.

조직에 해가 되는 생각을 지닌 구성원을 내버려두는 사람이 나쁜 관리자다. 정상적 회사라면 먼저 무단결근한 직원을 혼낸 다음 중간관리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IBK기업은행은 거꾸로 했다. 그래서 각본대로 움직였다는 의심을 받는다.

이번 IBK기업은행의 항명파동에선 프런트의 역할이 가장 미스터리다. 모두의 비난을 산 김 대행을 옹호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어떻게든지 그를 팀에 남겨두려 하고, 경질한 감독은 무능의 프레임을 씌워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결국 이번 파문은 배구단을 넘어 근본적 원인으로 짐작되는 윗선으로 화살이 향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각 구단은 IBK기업은행이 난파하는 것을 보면서 고민 중이다.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럴 상대조차 없다. 단장은 공석이다. 사무국장은 뒤처리에 정신이 없다. 명색이 국책은행이 이 정도의 업무처리능력밖에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김사니 IBK기업은행 감독 대행. 스포츠동아DB
조만간 현장 지도자들이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타 팀 이야기라고 외면하지 않고 배구계 선배로서, V리그의 구성원으로서 누구의 잘못인지 명확하게 얘기해주길 바란다. 감독들의 통일된 목소리가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선수단을 통제할 권리는 주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감독을 희생양으로 삼는 시스템의 수정은 불가피하다. IBK기업은행은 감독을 아르바이트생처럼 대했고, 해고했다.

KOVO도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 규정을 바꿔서라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서둘러야 할 때다. V리그 선수들보다 임금은 적지만 더 열심히 하고 팀을 위한 충성심이 높은 선수는 다른 종목에 넘쳐난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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