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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은 차별금지법 지지, 여당은 무신경한 토론회

한겨레 입력 2021. 11. 25. 18:46 수정 2021. 11. 25.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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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우리가 인권 선진국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차별금지법에 대해 검토할 단계가 됐다'던 지난달 청와대 참모회의 발언에서 한걸음 더 나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차별 금지를 위한 입법 노력을 강조한 것은, 야당의 반대와 보수 개신교계의 저항을 핑계로 법안 제정에 소극적인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을 볼 때 시의적절한 발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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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은 함께살기법]

정의당 여영국 대표(왼쪽에서 두번째), 장혜원 의원(세번째) 등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정의당 끝장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마친 뒤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우리가 인권 선진국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차별금지법에 대해 검토할 단계가 됐다’던 지난달 청와대 참모회의 발언에서 한걸음 더 나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20년 전 우리는 인권이나 차별 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하고, 인권위원회법 안에 인권 규범을 담는 한계가 있었다”며 “전세계가 차별과 배제, 혐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인권 규범을 만들어나가는 일도 함께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차별 금지를 위한 입법 노력을 강조한 것은, 야당의 반대와 보수 개신교계의 저항을 핑계로 법안 제정에 소극적인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을 볼 때 시의적절한 발언이라고 본다.

하지만 민주당의 태도는 여전히 실망스럽다.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심사 기한을 2024년까지 미룬 데 이어, 이날은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주최한 ‘차별금지법 토론회’에 패널로 동성애 혐오·비방 발언을 일삼아온 종교인들을 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동수로 참석시켰다. 이들 종교인 가운데는 동성애를 비정상적 ‘성중독증’으로 보고 ‘성전환 치료’를 시행하는 단체 대표도 있었다. 이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10분씩의 토론 시간 동안 “동성애자는 일반인들과 비교해 성병, 자살, 폭력, 정신질환 등 많은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등의 문제적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이 찬반 토론의 균형을 맞춘다는 명분으로 극단적인 차별을 조장하고 선동하는 목소리에 공적인 자리를 내어줬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반대’와 ‘혐오’의 차이를 구분 못 하는 무신경함이 소수자들에겐 또 다른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모른다는 말인가.

정의당은 이날 차별금지법의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본관 앞에서 ‘끝장 농성’에 돌입했다. 대선을 앞두고 보수 개신교계 표를 의식해 모호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거대 정당과 대선 후보들에게 가시적 노력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까지 나서 차별금지법 입법과 관련한 소신과 의지를 거듭 밝힌 만큼, 이제 민주당도 입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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