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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에게 20억 전달?.. 박철민 폭로 검증

홍우람 입력 2021. 11. 2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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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8일, 경기도 국정감사 현장에서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뇌물 수수 의혹을 제기했다. 성남시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폭력조직인 국제마피아파의 전현직 조직원들이 세운 회사 코마트레이드가 이재명 후보 측에 약 20억 원의 뇌물을 줬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한 제보자의 신상을 공개했다. 제보자는 국제마피아파의 조직원이었던 박철민 씨였다. 김 의원은 박 씨가 건네준 진술서와 사실확인서, 돈 뭉치 사진 등을 공개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는 코마트레이드가 국제마피아파 조직원들의 도박 사이트 자금세탁용 회사인 줄 알면서도 특혜를 줬고… 코마트레이드는 성남시에서 나오는 특혜 지원을 조건으로 불법사이트 자금을 이재명 지사에게 수십차례에 걸쳐 20억 원 가까이 지원했다.
-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경기도 국정감사 / 2021.10.18)

당시 이재명 후보는 코웃음을 쳤고, 돈 뭉치 사진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박철민 씨 스스로가 본인의 신상까지 공개하며 폭로를 했기 때문에 박 씨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박 씨의 주장은 일부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계속 보도되고 있고, 의혹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박철민 씨(왼쪽에서 두 번째)는 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맨 왼쪽)의 지시를 받고,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뇌물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이 주장을 검증 없이 그대로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박철민 씨의 폭로가 과연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검증 취재에 나섰다. 주요 대선 후보의 뇌물 수수 의혹에 신빙성이 있다면, 이는 유권자에게 매우 중요한 판단 지표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박철민 씨의 주장은 '아직 보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신빙성과 합리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폭로 속 등장 인물 5명 

박철민 씨의 '이재명 뇌물 수수 의혹' 폭로에는 대표적으로 다섯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먼저,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인 이준석 씨다. 박철민 씨의 주장이 맞다면, 이 씨는 이재명 후보 측에 20억 원의 뇌물을 준 당사자다. 두 명의 변호사도 있다. 박철민 씨의 전 부인인 정 모 변호사와 이준석 씨의 변호인인 이 모 변호사다. 수감 중인 박철민 씨는 다른 구치소에 있던 이준석 씨와 소통하며 이재명 뇌물 의혹 폭로를 준비했다고 주장했는데, 두 변호사가 바로 소통창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박철민 씨가 뇌물 전달책으로 지목한 두 명의 전 코마트레이드 직원, A 씨와 B 씨가 있다. 뉴스타파는 이 다섯 명의 등장인물들과 모두 접촉해 입장을 물었다.

박철민 씨의 폭로에 등장하는 인물들. 왼쪽부터 전 코마트레이드 직원 A·B 씨, 박철민의 전 부인 정 모 변호사, 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 이준석 씨의 변호인인 이 모 변호사다.  

이준석 "완전한 허위 주장"

먼저 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 지난 10월 8일,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 혐의 항소심 재판 중 보석으로 풀려난 이준석 씨는 이미 언론에 나와 박철민 씨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타파 취재진과 인터뷰에서도 이준석 씨의 입장은 똑같았다. 이재명 후보에게 뇌물을 준 적도 없고, 박철민 씨와 폭로를 계획·상의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이 씨는 "박철민 씨의 주장이 다 말이 안 되는데, 일부 언론에서 계속 받아쓰기만 하고 있다. 이건 폭로가 아니고 그냥 허위 주장이다"고 말했다.

이준석 씨는 또 박철민 씨가 코마트레이드와도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박철민 씨는 우리 직원도 아니었다. 내가 어떤 보수를 준 적도 없다. 혹시 직원 중에 동명이인이 있나 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납부 내역이 있는지 확인했다. 동명이인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철민 전처 정 모 변호사 '침묵' 

다음으로 뉴스타파는 박철민 씨와 이준석 씨 사이를 오가며 뇌물 의혹 폭로 준비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정 모 변호사와 이 모 변호사에게 접촉을 시도했다. 

정 모 변호사는 박철민 씨의 전 부인으로, 지난 8월 19일 박철민 씨의 요청에 따라 이준석 씨를 5분가량 접견했다. 당시 정 변호사는 박철민 씨가 작성한 서류를 이준석 씨에게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박 씨는 "접견 자리에서 이준석 씨가 서류를 받아본 뒤 이재명 후보의 뇌물 의혹 폭로에 협조하기로 동의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씨는 "정 변호사가 서류 봉투를 줬지만 현장에서 뜯어보진 않았다. 구치소 측에서 봉투 안에 이상한 물품이 없는지 먼저 확인했고, 서류를 본 건 접견이 끝난 뒤였다. 서류를 안 봤는데 어떻게 의사 표시를 하느냐"고 말했다. 이 씨는 또 "서류에 이재명 관련 얘기가 있었지만, 일절 답장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이 '5분 접견'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 변호사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도 남겼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정 변호사는 접견 당시 일하던 법무법인에서도 사직한 상태였다. 정 변호사가 새로 입사한 법무법인을 방문해 재차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정 변호사는 어떠한 연락도 해오지 않았다. 

박철민 8회 접견한 이 모 변호사 "박철민이 먼저 접근"

세 번째 인물인 이 변호사는 박철민 씨의 주장대로라면, 정 변호사보다 더욱 중요한 인물이다. 이준석 씨의 변호인인 이 변호사는 지난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박철민 씨를 8번 접견했다. 이에 대해 박철민 씨는 "이준석 씨가 이 변호사를 보내 접견하게 했고, 그 과정에서 이재명 뇌물 수수 의혹 폭로 계획을 상의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즉, 이 변호사가 이준석 씨와 박철민 씨 사이에 오간 이야기를 매우 잘 아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뉴스타파의 취재 요청에 이 변호사는 서면 답변서로 입장을 밝혔다. 이 변호사는 박 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준석 씨가 자신을 박 씨에게 보낸 게 아니고, 오히려 박 씨가 먼저 접근을 해와 접견까지 하게 됐다는 얘기였다. 

제가 이준석 씨 변호인인 걸 알고, 지난 8월 박철민 씨의 전 부인인 정 모 변호사가 먼저 연락을 했고, 이후 박철민 씨가 8월 말 구속집행정지로 나와 있을 때 직접 연락해서 저를 선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구치소 수용번호도 알려주며 나중에 접견을 오라고 했습니다.
- 이 모 변호사 서면 답변서

박철민 씨와 이 변호사 사이에 오간 문자 대화 내용을 봐도 먼저 연락을 한 것은 박 씨 본인이었다. 박 씨가 무릎 수술 문제로 구속집행정지를 받아 잠깐 출소한 뒤였던 지난 8월 말, 박 씨는 이 변호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누구신가요?"라고 답했다. 박철민 씨가 누구인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박철민 씨는 이 변호사에게 '이준석이 폭로에 협조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이에 이 변호사는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얘기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이준석 씨의 답변을 전했다. 박 씨는 폭로에 협조하면 "형량 감축, 변호사비 지원, 사업 자금 등 10억 원을 주겠다"고도 했지만, 이 변호사는 답하지 않았다. 이준석 씨가 이 변호사를 통해 폭로 협조 의사를 밝혔다는 박철민 씨 주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박철민 씨와 이 모 변호사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재구성 내용. 

뉴스타파에 보낸 답변서에서도 이 변호사는 "박철민 씨가 접견 때 이준석 씨에게 편지를 전달해 달라고 해서 몇 차례 전달한 적은 있다. 박 씨는 편지를 본 이준석 씨가 어떤 의사를 표현한 것처럼 말하는데, 이 씨가 의사를 표현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박철민 씨는 이 변호사에게 준 변호사비 250만 원도 이준석 씨와 자신을 이어준 소통창구 역할에 대한 수고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도 선뜻 믿기는 어렵다. 박철민 씨가 이 변호사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박 씨는 "공무집행방해 선임계를 넣어달라", "배 모 변호사 의견서를 참고해 구치소장에게 접견·서신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하라"며 이 변호사에게 변호인의 역할을 요구했다. 250만 원이 수고비 명목이라는 주장과 맞지 않는 내용이다.

박철민 씨가 1심 사건이 현재 선고를 앞두고 있으니, 결과를 보고 항소심을 맡기고 싶다고 했습니다.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면 뒤에서 서포트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장에서 제가 무슨 역할을 하였다는 듯한 진술서가 나와 수원구치소에 있던 박철민씨를 찾아가 항의했고, 착수금 중 일부로 받은 250만 원을 반환했습니다.
- 이 모 변호사 서면 답변서

'뇌물 전달책' 지목받은 A 씨 "박철민이 자기 혼자 또 소설 쓰더라"

결국 박철민 씨가 폭로에 등장시킨 다섯 명 중 세 명 누구도 박 씨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준석 씨와 이 모 변호사는 박 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고, 정 모 변호사는 침묵하고 있다. 

박철민 씨가 이재명 후보에 대한 뇌물 전달책으로 지목한 전 코마트레이드 직원 A와 B 씨는 어떨까. 뉴스타파와 통화에서 A 씨는 박 씨의 주장이 허무맹랑하다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A 씨는 "박철민과 뇌물에 대해 얘기한 적도 없다. 없는 사실을 마음대로 지어내려면 지어낼 수 있는 거다. 제가 '조선일보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한테 한 100억씩 갖다 주더라' 이렇게 말하는 거랑 똑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는 "박철민이 최근에도 편지를 보내 '이준석이 조만간 살인죄로 기소될 거고, 너는 공익제보자가 돼서 국민들한테 사실을 밝혀라'면서 혼자 또 소설 쓰더라. 그런 편지를 받으면서 솔직히 즐기고 있다. 너무 황당하고 웃기지 않느냐"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박철민 씨가 지난 10월 A 씨에게 보낸 편지를 입수했다. 이 편지에는 주목할 만한 이야기가 있었다. 지난 9월 29일, 이재명 후보 측에 돈을 전달했다고 A 씨가 박철민 씨에게 말한 적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확인 결과, 9월 29일은 같은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박 씨와 A 씨가 각각 재판을 받으러 법원에 출석한 날이었다. 

박철민 씨가 뇌물 전달책으로 지목한 A 씨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

A 씨는 9월 29일 법원으로 가는 호송차 안에서 박 씨를 실제로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뇌물과 관련된 대화는 전혀 나눈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취재진과 A 씨의 전화통화 내용이다.

A 씨 : (9월 29일) 호송차에서 만났죠. 법원 가면서. 
기자 : 무슨 내용 대화 나누셨어요?
A 씨 : 박철민이 저한테 이재명 그거 터뜨릴 거다. 이재명 게이트해서 터뜨릴 건데, 자기 도와줘라. 너도 준석이 형 때문에 힘든 거 많이 있지 않았냐. 그래서 제가 너 증거가 있냐. 너 이런 거 증거 없이 함부로 건드렸다 큰일난다. 그래서 그때 얘기했어요. 내가 아는 거라곤  코마트레이드 측에서, 이건 누구나 다 아는 거니까. 후원금 그 800만 원.
기자 : 성남FC? 
A 씨 : 예 성남FC. 네, 근데 이렇게 그냥 함부로 해버렸네요. 
- 뉴스타파 취재진 - A 씨 전화통화

코마트레이드가 이재명 후보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이미 수년 전 여러 번 보도됐던 내용이다. 즉, 성남FC 후원금 관련 대화를 나눈 걸 이재명 후보의 뇌물에 대한 대화로 왜곡·둔갑시켰다는 게 A 씨 주장이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편지에서 박철민 씨는 호송차에서 나눴던 대화 내용을 동승했던 교도관이 들었고, 사실확인서까지 써줬다며 폭로에 협조하라고 A 씨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서도 A 씨는 "호송차에서 죄수들끼리 대화를 하면, 교도관이 그걸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교도관이 나와 박철민 씨가 호송차에서 나눈 대화에 대해 증명서를 써줬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다"고 반박했다. 

박철민 씨가 뇌물 전달책으로 지목한 A 씨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

뉴스타파는 호송차에서 죄수들이 나눈 대화에 대해 교도관이 사실확인서를 써주는 게 가능한 일인지 확인하려 전 재소자와 현직 교도관에게 물었다. 둘 모두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한 전 재소자는 "호송차에서 떠들면 죄수는 규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교도관은 죄수끼리 대화를 제지해야 한다. 사실확인서를 써주는 건 교도관 스스로 근무을 태만하게 했다고 알리는 꼴이다.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현직 교도관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호송차 대화에 대해 사실확인서를 써줄 교도관은 없을 거다. 그걸 써주는 순간 자책골이다. 옷을 벗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등장인물도 '박철민 주장' 부인

A 씨마저도 박철민 씨 주장에 전혀 동조해 주지 않는 상황. 취재진은 마지막으로 A 씨와 함께 뇌물 전달책으로 지목된 B 씨와 접촉했다. B 씨는 이미 지난달 박철민 씨의 변호인인 장영하 변호사를 만나 뇌물 전달 사실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B 씨 : 솔직히 말해서 저는 진짜로 변호사님 약올리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은수미라는 사람하고 이재명이라는 사람을 아예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저는.
장영하 변호사 : 그런데 왜 직접 전달했다고 그럴까. 그 측근이라도 이렇게 돈 주고, 뭐 이렇게 이재명, 은수미한테 돈을 가라고 해서 줘본 적이 없어요?
B 씨 : 본 적이 없어요, 만난 적이 없어요. 저는 그냥 오로지 (코마트레이드) 창고만 관리, 이렇게 배송하고 그런 것만 해서. 
장영하 변호사 : 박철민이 코마트레이드에서 일한 거 맞아요? 자기는 코마트레이드 로비스트였다고 그런 얘기하더라고. 박철민이가 신뢰성이 어때요?
B 씨 : 저 진짜 모르겠네요. 진짜 웃겨가지고. 많이 좀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제가 돈을 몇차례 줬다고 하는데 갖다 준 사실이 없는데 이거부터...
- B 씨 - 장영하 변호사 대화 녹음파일 중 일부

뉴스타파와 전화통화에서도 B 씨의 입장은 똑같았다. B 씨는 "아닌 건 아니라고 저번에도 말했다. 더 이상 말하기 싫다"고 짧게 말했다. 

결국 뉴스타파 취재 결과, 박철민 씨의 '이재명 뇌물 수수 의혹' 폭로에 나오는 등장인물 다섯 명 중 박 씨를 지지해 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박철민 측 "폭로에 협조하기로 해놓고 배신한 것"

뉴스타파는 취재 결과에 대한 박철민 씨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박 씨의 아버지인 박용승 씨를 만났다. 박용승 씨는 과거 성남시의원을 지냈고, 최근까지 국민의힘 당직자를 지낸 바 있다.

박용승 씨는 이준석 씨나 A·B 씨가 모두 처음엔 폭로에 협조적이었지만, 나중에 말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배신을 했다는 것이다. 박 씨는 "이준석 씨는 구치소 안에선 협조할 것처럼 공모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중 플레이가 이뤄진 거다. 이쪽에선 폭로하기로 해놓고, 다른 데 줄을 댄 거다"라고 말했다. A·B 씨에 대해서는 "벌써 이준석 측하고 대화가 다 오간 상태이니 그렇게 뇌물 전달 사실을 부인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철민 씨의 폭로와 주장에는 '다른 사람들이 배신한 것'이라며 넘어가기 어려워 보이는 부분도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박철민 씨 본인의 진술, 그 안에서도 커다란 모순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이준석이 폭로에 협조"... 박철민 진술과 현실은 달랐다

박 씨가 지난 10월 9일 자필로 작성한 5쪽 분량의 사실확인서를 다시 보자.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과 여러 언론은 박 씨의 사실확인서 두 번째 장에 몰입했다.

불법 사이트 자금을 이재명 지사에게 수십 차례에 걸쳐 20억 가까이 지원하였고, 현금으로 돈을 맞춰 드릴 때도 있었습니다.

-  2021년 10월 9일자 박철민 사실확인서 2쪽 / 김용판 의원, 10월 18일 국정감사장에서 대독

뉴스타파는 문제의 사실확인서 내용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박 씨의 진술 한 대목에 주목했다. 박 씨는 사실확인서 네 번째 장에 이재명 후보 측에 뇌물을 전달하라고 지시한 인물이자, 자금의 출처인 이준석 씨가 폭로에 적극 협조하기로 약속했다는 취지로 썼다.

박철민 씨는 지난 10월 9일자 사실확인서에서 이준석 씨와 미리 '이재명 뇌물 수수 의혹' 폭로 계획을 논의하고, 자료 제공 등 모든 협조를 약속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준석 형님 변호사 통하여 협조 의사와 돈을 건네준 정황, 계좌 모두 협조하기로 하였고 저에게 일부 정황과 자료 또한 주었습니다.
- - 2021년 10월 9일자 박철민 사실확인서 4쪽

사실확인서의 이 대목에서 박철민 씨는 사실상 이준석 씨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취재팀이 확인한 실상은 달랐다. 박 씨는 10월 9일 사실확인서를 쓰기 직전까지도 이준석 씨로부터 어떠한 응답을 듣는 데도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 씨에게 연락을 시도해 폭로에 협조하라고 회유 또는 협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박철민 씨 본인의 거짓말을 입증하는 증거는 박 씨 본인이 이준석 씨에게 보낸 편지들이다. 

폭로 전 보낸 여섯 통의 편지 "응답 없음"

박 씨는 10월 9일자 사실확인서를 쓰기 전 두 달 간, 다른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이 씨에게 편지 여섯 통을 보낸다. 박 씨는 이 시기 차츰 강도를 높여 가며 이 씨에게 뇌물 공여 폭로에 협조하라고 요구한다.

박철민 씨는 지난 8월 19일부터 10월 15일까지 이준석 씨에게 여러 차례 편지를 보내 이재명 후보와 관련된 뇌물 수수 폭로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먼저 박 씨는 구속집행정지로 잠시 구치소에서 빠져나와 있던 지난 8월 19일, 이준석 씨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 편지는 박 씨의 전 부인인 정 모 변호사가 이 씨를 접견하면서 전달했다. 이재명 후보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6명이 당내 본 경선에 돌입한 시기였다. 이 편지에서 박 씨는 처음으로 이 씨에게 이재명 지사와 관련된 비리를 폭로해달라며 거래를 제안한다.

국민의힘과 이낙연 캠프에서 형님께 금전적인 부분과 사업적인 부분에 대하여 힘껏 힘을 실어드리고 이재명 지사와의 부적절한 부분에 대하여 형님께서 명확한 자료만 주시면 박범계 장관 쪽에서도… 형님께선 처벌을 받지 않으시고 이재명 지사 부분만을 언론에 다루기로 하여… 모두 도움을 주실 것을 약조하였습니다. … 측근들의 확답을 받은 상황입니다. … 형님의 답변 감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2021년 8월 19일 박철민이 이준석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

첫 편지를 보낸 지 3주가 지나도 이준석 씨는 응답하지 않았다. 박 씨는 자신이 보낸 편지를 이 씨가 읽었는지 궁금해졌다.

전처였던 와이프 정 변호사에게 자료와 전언은 건네받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형님.
- 2021년 9월 11일 박철민이 이준석에게 보낸 두 번째 편지

박 씨는 여전히 이 씨의 답을 듣지 못한 듯 더 잦은 주기로 편지를 띄운다. 10월 첫 주를 넘어가는 일주일 사이 편지 두 통을 바삐 보낸다.

이번 역시도 형님이 더이상 일이 확대되기 전에 단도리하실 수 있는 방향을 아우 제시하여 드리는 것입니다. … 이 지사 부분은 형님 말씀대로 한달 정도 쪼이기 하시죠 형님. 국민의힘 장영하 변호사 형님께 보내드릴 겁니다. 아우한테 어느 정도 서류 줬고, 좀 더 1~2주일 철민 아우와 생각해보고 연락주겠다고 하십시오.
- 2021년 10월 2일 박철민이 이준석에게 보낸 세 번째 편지

내 사람, 내 주군이면 제가 망가지더라도 지킵니다. 진심으로 의형제가 되시죠, 형님. 감히 권유드립니다.
- 2021년 10월 7일 박철민이 이준석에게 보낸 네 번째 편지

박철민 씨는 10월에 이르러 이준석 씨와 조금씩 이야기가 진전되는 듯한 인상을 주며 편지를 썼지만, 이 씨의 말은 다르다. 이 씨는 뉴스타파에 "(편지에) 답장을 한 적이 없다"며 10월 18일 국정감사장에서 김용판 의원의 폭로 발언이 나오기 전까지 박 씨에게 어떤 의사 표시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 사이 이준석 씨는 보석허가를 받아 구치소를 빠져나온다. 10월 8일의 일이다. 박철민 씨는 이날 하루 편지 두 통을 몰아 쓴다. 이 씨에게 '의형제가 되자'던 박 씨는 이때부터 사실상 이 씨를 협박하기 시작한다.

저를 비롯한 저희 검증팀에서 형님 추가 사건 영장을 칠 수 있는 죄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증교사, 폭행교사, 단체 등의 구성 활동, 정치자금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협박, 강요, 변호사법 위반, 사후수뢰, 김영란법 위반 등 자료가 준비되어 있고… 형님이 시간을 자꾸 지체하시면 아우도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는 점 염두에 두시길 감히 요청드립니다.
- 2021년 10월 8일 박철민이 이준석에게 보낸 다섯 번째 편지

형님 보석 오래 못 가십니다. 국민의힘 전담팀에서도 근거 자료 없이 형님 압박하는 게 아닙니다. … 협조하시고 기소유예, 벌금으로 끝내시죠. 협조하시고 자수하시는 것으로 가면 가능합니다. 미리 확답 받고 진행됩니다.
- 2021년 10월 8일 박철민이 이준석에게 보낸 여섯 번째 편지

'10월의 마지막 편지'가 입증하는 박철민의 거짓 진술

여기까지의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다. 박철민 씨는 10월 9일 사실확인서를 쓰기 바로 전날까지도 이준석 씨에게 편지를 보내 회유와 협박을 반복했지만 폭로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받지 못했다. 그러기는커녕 답장 한 번 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박 씨는 마치 이 씨에게 폭로와 관련된 모든 협조 약속을 받은 것처럼 사실확인서를 작성한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을 탈퇴하고 합법적인 기업인으로 거듭나고 싶어 합니다. 선처의 기회를 주신다면 모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받은 상황입니다.
- 2021년 10월 9일자 박철민 사실확인서 4쪽 

여기서 누군가는 다시 한 가지 가능성을 제기할 수도 있다. 박 씨가 10월 9일 사실확인서를 작성하기 직전에 이 씨가 돌연 박 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협조하기로 마음을 바꿨고, 이 같은 의사를 박 씨에게 급히 전했을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막연한 추정도 또 다른 편지 한 통의 존재 때문에 사실이 되지 못한다.

박철민 씨는 10월 9일 사실확인서를 작성하고 6일 뒤, 다시 이준석 씨에게 편지를 보낸다. 

박철민 씨가 지난 10월 15일 이준석 씨에게 보낸 편지의 사본.

동생 철민입니다 형님. 진심으로 형님께만큼 두 번 상처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제보한 것으로 형님이 협조하시어 진행하시죠, 형님.
- 2021.10.15 박철민이 이준석에게 보낸 일곱 번째 편지

10월 15일 박철민 씨가 이준석 씨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이 씨가 끝까지 박 씨가 원하는 응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누구보다 박 씨 본인이 이 같은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날 편지의 내용은 달라졌을 것이다. 

다시 박 씨가 일곱번 째 편지를 보내기 6일 전으로 돌아가자. 적어도 10월 9일 시점에 박 씨는 이 씨와의 소통 상황, 협조 약속 여부에 대해서 명백히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사실확인서에 썼다. 박 씨가 만일 이 사건과 관련해 법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를 한 상황이라면 위증을 한 셈이다.

물론 폭로의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해서 폭로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박철민 씨 측은 폭로전 이후 한 달이 넘도록 객관적인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뉴스타파의 평범한 검증 과정에서 박 씨 본인의 진술도 안팎으로 힘을 잃었다.

박 씨의 주장을 처음으로 세상에 꺼낸 김용판 의원은 폭로 이후 말을 아끼고 있다. 김 의원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를 거절하면서 "(박철민 폭로) 관련해서는 제가 국회 본회의 때 5분 발언 통해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 측이 입장을 밝히기로 약속한 시점은 본회의가 열리는 12월 2일이다.

박철민 측, 추가 폭로 문건 작성 중... 자료·물증 제시해야

결론적으로 박철민 씨가 그동안 제기한 주장은 폭로 속 등장인물들의 증언, 그리고 박 씨 본인의 기억과도 충돌한다. 뉴스타파가 박 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부족해 '아직 보도 가치가 낮다'고 판단한 이유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언론은 한 달이 넘도록 박 씨의 일방적 주장을 검증 없이 실어 날랐다. 주요 대선주자의 의혹을 투명하게 보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검증 없는 받아쓰기'는 오히려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해치는 행위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박철민 씨와 국민의힘 측은 이재명 후보의 뇌물 공여 의혹에 대한 추가 폭로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박 씨의 변호인인 장영하 변호사가 박 씨의 주장과 기억을 토대로 기존보다 더 구체적인 폭로 문건을 작성하고 있다. 취재팀은 이 문건의 일부를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반드시 객관적인 자료와 물증이 제시되어야 하는 주장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추가 폭로가 이뤄진다면, 뉴스타파는 어떤 선입견도 가지지 않고 다시 검증할 계획이다.

뉴스타파 홍우람 wooramhong@newstapa.org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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