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감형에 분노한다"던 이재명, 조카 살인엔 "심신미약" 변론

김가연 기자 입력 2021. 11. 25. 19:35 수정 2021. 11. 2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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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16년만에 "데이트폭력 중범죄" 사죄..여성안전 특별대책 약속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018년 10월 23일 트위터에 올린 글/트위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6년 전 조카의 스토킹 살인사건을 변호한 데 대해 사과했다. “데이트 폭력”이란 표현을 썼다. 당시 재판에서 그는 조카의 ‘심신미약’을 앞세워 변론을 폈는데, 2018년 이른바 ‘PC방 살인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왔을 때 그는 트위터에 “국민들은 ‘정신질환 감형’에 분노한다”고 적었다.

◇흉기 미리 구입해 37회 찔렀는데… 李 “심신미약”

이 후보의 조카 김모(44)씨가 저지른 사건은 당시 언론에는 ‘강동구 모녀 살인사건’으로 보도됐다. 2005년 11월, 김씨는 사귀던 A씨가 김씨의 학력과 경제적 무능함 등을 이유로 이별을 통보하자, A씨에게 지속적으로 협박 메일을 보내는 등 집착했다.

그러던 2006년 5월 7일, 김씨는 한 마트에서 날길이 21cm의 흉기와 포장용 투명테이프 5개를 구입한 뒤, 강동구 암사동 소재 A씨의 집을 찾았다. 김씨는 집 안에서 A씨와 그 부모를 만났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던 끝에 흉기를 꺼냈다. A씨 아버지는 베란다로 도망가 5층 창문에서 뛰어내렸고 전치 12주 중상을 입었다. 그 사이 A씨 어머니는 A씨와 함께 방에 숨었다. 김씨는 A씨 방문을 어깨로 밀쳐 강제로 연 뒤, 어머니 눈 앞에서 딸 A씨를 19번 찔러 살해했다. 이어 어머니도 18회 찔러 살해했다.

이 사건 변호를 이 후보가 맡았다. 이 후보는 ‘김씨가 범행 당시 충동조절능력의 저하로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로 변론하며 감형을 시도했다. 김씨에 대한 정신감정서도 법정에 제출됐다. 재판부는 김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무기징역형이 선고됐다.

이후 이 후보는 성남시장을 거쳐 경기지사가 됐다. 그리고 2018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범인 김성수(32)는 아르바이트생과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그의 얼굴 등을 80차례 찔러 살해했다. 김성수의 가족들은 범행 이후 경찰 조사에서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이 후보는 트위터에 “국민들은 ‘정신질환에 의한 감형’에 분노한다. 또 정신질환자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 낙인 찍기’도 우려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책임있는 관리, 적극 대응, 각별한 관심이 있었다면 살인도 분노도 우려도 없었을 것”이라며 “이게 모두 정신질환 의심자를 방치한 결과다. 가족들이 안 나서면 행정관청이라도 나서야 하는데”라고 했다.

◇李 16년만에 “데이트폭력 중범죄” 사죄…여성안전 특별대책 약속

이 후보는 조카 살인 사건이 발생한지 15년 만에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이 후보는 24일 페이스북에서 최근 발생한 교제 살인 피해자 유가족과 간담회를 가졌다며 “제게도 아픈 과거가 있어 더욱 마음 무거운 자리였다”고 밝혔다. 그는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미 정치인이 된 후여서 많이 망설여졌지만 회피가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 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데이트폭력은 모두를 불행에 빠뜨리고 처참히 망가뜨리는 중범죄다. 제게도 이 사건은 평생 지우지 못할 고통스런 기억이다. 어떤 말로도 피해자와 유족들의 상처가 아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우리 사회에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데이트폭력은 증가할 뿐만 아니라 더 흉포화하고 있다. 한때 가까웠던 사이라는 것은 책임가중사유이지 책임감경사유는 아니다”라며 “피해예방을 위한 교육 등 사전방지조치와 가해행위에 대한 가중처벌은 물론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별한 조치가 검토되어야 한다. 여성과 사회적 약자, 나아가 모든 국민이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 민주당 선대위 “당시 변호사로서 역할 한 것”

남영희 선대위 대변인은 25일 조선닷컴에 “변호사로서 변론을 했었던 것”이라며 “그 직업에 맞게 흉악범도 변론이라는 게 있어서 심신미약 등으로 변론을 해서 감형하는 게 변호사들 변론 방법에 있다”면서도 “(이 후보가) 공직 생활 하시면서는 그런 태도를 절대 견지하면 안 된다고 누누이 얘기했다”고 밝혔다. 전날 사과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데이트폭력이 됐든 그런 문제가 됐든 이게 지금은 굉장히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다. 페미니스트를 표방하는 정부도 들어섰고, 사회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는데 그 당시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그런 상황들이 있었다”며 “시대 상황이 문제가 많았지만, 당시 흐름에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한 거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그 시대를 다시 돌이켜 본다면 당연히 문제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누군가 지적하면 분명히 사과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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