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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여경 무용론 누가 불지피나

전준홍 입력 2021. 11. 2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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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기자 ▶

알고보니 시작합니다.

지난주 인천에서 일어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경찰관이 흉기를 든 가해자와 피해자를 내버려둔 채 현장을 이탈했는데 이 경찰관이 여성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른바 '여경 무용론'이 거세게 일었죠.

하지만 당시 함께 출동한 19년차, 이른바 '베테랑' 남성 경찰도 현장을 이탈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만약 두 경찰 모두 부실 대응을 했다고 처음부터 알려졌다면, 이때도 여경 무용론이 거세게 일었을까요?

여경 무용론이 언제 어떻게 시작돼 확산됐는지 언론 보도들을 살펴봤습니다.

주요 일간지와 방송사를 포함해 23개 언론사 보도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당일과 다음날까지는 층간소음으로 흉기난동이 벌어졌다는 소식 위주로 보도됐습니다.

이른바 여경 논란이 불거진건 사건이 일어난지 사흘째 되는 날부터였습니다.

한 언론이 여경이 현장을 벗어났다고 보도를 하자 인터넷 커뮤니티와 한 일간지가 이 보도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습니다.

해당 기사는 '출동한 여경은 현장을 벗어났다'라고 제목을 달았습니다.

다음날 언론들은 일제히 여경에 초점을 맞춰 보도를 했습니다.

"여경을 뽑을 수록 피해보는건 국민들"

"여경 무용론 불거졌다"는 식의 정제되지 않은 커뮤니티발 여론을 인용한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여경 무용론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하는 기사도 있었지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이웅혁/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사회 내의 여혐·남혐 이런 현상이 (경찰)조직 내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기 때문에.. 장비·장구를 적절하게 왜 경찰이 사용을 못했느냐 그 점이 더 비난받아야할 점입니다."

2년 전에도 충남 당진의 한 식당에서 흉기 난동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식당 주인이 흉기에 수차례 찔렸는데 당시 출동한 경찰은 범인이 식당 밖으로 나올 때까지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당시 현장 출동 경찰관(MBC 실화탐사대 방송-2019년 10월 2일)] "가족분들 이해는 합니다 (범인이) 칼 들고나오면 제가 이단 옆차기라도 날려서 그걸 잡아야.."

경찰의 부실 대응, 직무유기 비판을 받는다는 점에선 유사한 사건이지만 이 두 기사의 보도량 차이는 꽤 컸습니다.

최근 흉기 사건의 경우 여경을 제목에 단 기사가 열흘간 70건이 넘었습니다.

보도량 자체도 13건 대 400여 건으로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심지어 양평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의 경우 여경이 소리를 지르고 도망갔다는 가짜 뉴스가 그대로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주차 기술은 성별의 문제가 아닌데도, 여경이 주차를 배우면 굳이 기사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여경의 문제가 아니라 경찰 전반의 문제로 드러났습니다.

경찰도 신임 순경 1만 명을 대상으로 사격술 체포술 등을 재교육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말 국민의 안전이 걱정된다면 언론이 해야 할 일 역시 여경 혐오를 확대재생산시키는 건 아닐 겁니다.

알고보니 전준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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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홍 기자 (jjho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318351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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