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중앙일보

[사설] 볼썽사나운 윤석열·김종인의 밀고 당기기

입력 2021. 11. 26. 00:10 수정 2021. 11. 26. 05:46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인선 갈등으로 20일째 선대위 출범 못해


시대 변화에 맞는 참신한 인재 영입 시급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 20일이 지났는데도 선거대책위원회가 닻을 올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4일 저녁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만났지만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 전 비대위원장은 여야를 넘나들며 선거를 지휘한 정계 원로다. 정치 초년생인 윤 후보는 그를 앞세워 선대위 운영에 안정을 기하면서 중도와 호남 표를 확보하려는 전략인 듯하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팔순이 넘은 고령이다. 경륜과 정무 감각은 있겠지만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정책과 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그의 영입을 놓고 줄다리기가 2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국민의 피로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과 윤 후보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누가 뭐래도 선거의 중심은 윤 후보인데 김 전 위원장은 연일 ‘밀고 당기기’식으로 윤 후보를 압박하며 흔들어 빈축을 샀다. 윤 후보도 김 전 위원장 영입을 놓고 좌고우면하며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이어가 분란을 자초했다.

김 전 위원장 외에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등 선대위 지휘부에 임명된 이들도 참신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청년 표심을 잡겠다면서 그들을 대변할 젊은 인재는 찾아보기 어렵고, 전문성 대신 ‘선수(選數)’를 앞세우는 다선 의원들만 들끓는 형국이다. 오죽하면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이 “신선한 엔진이 꺼져 가는 느낌”이라고 비판하겠는가.

윤 후보는 ‘선대위 인선 수렁’에서 20일 넘게 헤어나지 못한 결과 시대가 요청하는 공약과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가 대선을 100일 앞두고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건 본인이 잘한 덕이 아니라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민심 덕분이다. 그러나 선대위 인선을 놓고 벌어지는 행태를 보면 이런 사실을 망각하고 벌써 집권에 성공한 양 권력 지분을 노린 아귀다툼에 영일(永日)이 없다.

윤 후보는 속히 인선 진통을 해소하고 선대위를 출범시켜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민심이 하루아침에 등을 돌리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특히 선대위의 사령탑인 총괄선대위원장 임명 문제를 조기에 깔끔히 해결해야 한다. 김 전 위원장이 미심쩍다면 아예 데려오지 말고, 데려오겠다면 그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선대위 지휘부를 장악했던 다선 의원들을 내보내고 청년과 일반인을 전면 배치하는 등 쇄신에 나선 끝에 윤 후보에게 크게 뒤졌던 지지율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윤 후보가 여기서 교훈을 얻어 선대위 인선을 둘러싼 균열을 해소하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한다면 민심 이반은 불 보듯 뻔할 것이다.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