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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아픔 글로 써 세계적 작가 됐는데..그가 지목한 범인은 40년만에 무죄 선고, 그래도 사과는 없었다

이지현 기자 입력 2021. 11. 2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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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당한 아픔을 글로 써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한 앨리스 시볼드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지목한 흑인 남성이 40년만에 무죄 선고를 받았다.

브로드워터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날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며 "시볼드의 아픔에 공감하지만 그는 분명히 틀렸다. 내게 사과하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볼드는 브로드워터가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입장을 묻는 언론의 질의에 묵묵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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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작가 앨리스 시볼드의 성폭행 피해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브로드워터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 AP/ 뉴스1


성폭행 당한 아픔을 글로 써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한 앨리스 시볼드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지목한 흑인 남성이 40년만에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 남성은 이미 감옥에서 16년을 보냈고 출옥한 이후에도 성폭행범이라는 낙인이 찍혀 제대로 된 일자리도 얻지 못한 채 전전해야 했다. 그러나 무죄 선고 뒤에도 시볼드는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미국 뉴욕주 대법원은 지난 22일(현지시간) 1981년 시라큐스 한 공원에서 발생한 강간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이미 16년형을 마치고 출옥한 앤서니 J. 브로드워터(61)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시라큐스 한 공원에서 발생한 강간 사건의 피해자는 세계적인 소설가 시볼드였다. 시볼드는 시라큐스대 1학년이던 1981년에 공원에서 성폭행을 당했고 1999년에 이 일과 이후의 재판 과정을 담은 회고록 '럭키'(Lucky)를 출간해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후 10대 소녀의 성폭행 피해를 소재로 한 소설 '러블리 본즈'(Lovely Bones)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40년간 시볼드를 성폭행한 범인으로 몰렸던 브로드워터는 사건 발생 당시 해병대를 갓 전역한 대학생이었다. 그는 강간 사건이 발행하고 5개월이 지난 시점에 우연히 학교 캠퍼스에서 시볼드와 마주쳤고 "우리 전에 어디서 본 적이 없나요?"라는 말을 건넸을 뿐이었다.

이에 대해 시볼드는 회고록에 "그는 웃으며 다가와 말을 건넸다"며 "그의 얼굴은 터널에서 나를 범했던 그 얼굴이었다"고 적었다.

시볼드는 법정에서 브로드워터가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에서는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를 증거로 채택해 브로드워터에게 16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당시에는 체모를 현미경으로 분석해 용의자의 체모와 비슷한지 판정했다. 브로드워터는 계속 무죄를 주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문제는 이 방법에 오류가 많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 법무부는 2015년에 현미경을 이용한 체모 비교 방식이 문제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체모 분석으로 유죄를 선고 받은 뒤 나중에 DNA 검사로 무죄가 입증된 경우가 300건이 넘는다.

브로드워터는 1999년에 형을 마치고 출소했다. 그 해는 시볼드가 '럭키'로 유명 작가가 된 해였다. 브로드워터는 뉴욕주 성폭행범 명단에 이름이 올라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중 시볼드의 회고록' 럭키'가 영화 제작에 들어갔는데 감독으로 참여했던 티머시 무치안테가 회고록 중 재판 부분을 읽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브로드워터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지는 과정에 의문을 품은 것.

그는 영화 제작에서 손을 떼고 사비를 털어 경찰 출신 탐정을 고용해 브로드워터의 유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증거들을 재조사했다. 이 결과 증거들이 모두 과학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법원에 재심을 요청했다.

뉴욕주 지방검사도 제출된 증거들을 검토한 뒤 브로드워터의 무죄를 확신했고 브로드워터는 40년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사는 법원의 무죄 판결이 내려진 뒤 "이 재판은 처음부터 없었어야 했다"며 "범인이 모르는 사람이고 인종도 다르면 범인 인상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에 신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브로드워터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날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며 "시볼드의 아픔에 공감하지만 그는 분명히 틀렸다. 내게 사과하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볼드는 브로드워터가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입장을 묻는 언론의 질의에 묵묵부답이다. 회고록 '럭키'의 출판사도 책의 내용을 수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상태다.

이지현 기자 jh07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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