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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난지원금 55조원의 1000분의 1만 썼어도 병상 부족 없을 것

조선일보 입력 2021. 11. 26. 03:29 수정 2021. 11. 2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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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25일 신규 확진자는 4000명에 근접했다. 위중증 환자 수는 600명을 넘으면서 코로나19 유행 이후 최다 수치로 집계됐고, 사망자는 39명으로 4차 유행 이후 가장 많았다. 사진은 이날 서울 은평구 서울특별시립서북병원의 이동형 음압 병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25일 위중증 환자가 612명으로 늘어나 국내 코로나 발생 이후 처음으로 600명을 넘었다. 사망자도 39명으로 올 들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전날보다 0.2%포인트 높아져 83.9%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은 345개 중 295개를 사용해 85.5%를 보였고, 서울 시내 대형 병원 5곳에 남은 중환자 병상은 모두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을 중단하는 기준 중 하나로 제시한 ‘중환자실 가동률 75%’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의료계에서는 의료 인력 확보와 입·퇴원 등에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병상이 80%만 차도 추가 환자를 받을 여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의료 시스템 한계가 다가온 것이다.

이 사태를 보며 드는 의문은 그동안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중환자 병상 등 코로나 병상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의료계는 지난해 여름부터 겨울철 코로나 대유행을 예견하며 충분한 병상 확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수십 차례 반복된 제언이다.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중환자 급증에 대비해 넓은 공터에 중환자 병상 시설을 만들거나 큰 병동을 비우고 중환자를 전담 치료하는 병동으로 지정해 인력과 장비를 집중시키자고 제안했다. 의료계 제안 이전에 코로나 같은 감염병 대처에서 병상 확보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정부는 그동안 확진자가 5000명, 1만명으로 늘어날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장담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뭘 대비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뭘 대비했는지 밝히라.

올해 정부 본예산이 558조원에 이르고 코로나에 대응하겠다며 수십조짜리 추경만 지난해 네 번, 올해 두 번 등 모두 여섯 번이나 편성했다. 코로나 재난지원금으로만 다섯 차례에 걸려 55조8000억원을 썼다. 55조원의 1000분의 1만 병상 확보에 썼어도 지금 같은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정도면 안이한 대응을 넘어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겨울철이 다가오고 있다. 최근 확산세로 보아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어이없는 준비 부족으로 국민들의 생활과 건강, 생명이 위협받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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