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전환율 상한 규제 1년.. "정책효과는 없었다"

유병훈 기자 2021. 11. 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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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전·월세 전환율의 상한을 2.5%로 제한하는 규제를 시행한 지 1년이 됐지만, 시장에서는 아무런 실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전환율 규제를 통해 월세화 가속 현상을 막겠다던 목표 역시 실패에 가깝게 나타났다.

서울시내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부동산 매물 안내문 /연합뉴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주택시장의 전·월세 전환율은 5.6%였다. 지난해 9월 말부터 개정된 법정(法定) 전·월세 전환율 산식으로는 당시 기준 2.5%, 현재 3.0%여야 하지만 현실은 두 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법정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 월세를 얼마로 책정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기준이다. 예를 들어 1억원의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경우 전·월세 전환율이 5%라면 월세의 연간 합계는 500만원이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해 9월 말 법정 전환율 산식(算式)을 개정했다. 기존에는 기준금리에 3.5%를 더하던 산식을 2.0%를 더하도록 바꾼 것이다. 법정 전환율이 낮아지면 세입자에게 유리하고 임대인에게 불리해진다. 당정은 산식 개정을 통해 당시 법정 전환율을 2.5%로 내리면서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는 동시에 지난해 7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제기된 ‘전세의 월세화’ 우려를 방지하고자 했다.

하지만 시행 1년이 지난 현재의 통계로는 전환율 규제가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1년간 전국뿐 아니라 수도권(5.3%→5.2%), 지방(6.8%→6.7%), 서울(4.9%→4.7%) 등으로 지역을 세분화해도 모두 0.1~0.2%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그 사이 금리가 두 번 오르면서 현재 법정 전월세 전환율은 3.0%가 됐다.

전환율 규제가 효과를 거두지 못한 직접적인 이유는 강제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신규 규제 도입 당시 국토교통부에서는 별도의 벌금·과태료 대신 시장의 인식 변화를 통한 자율적 전환율 하락을 기대했다. 만약 임대인이 법정 전환율보다 높은 월세를 받을 경우에는 세입자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국토부의 예상과 달리 실제로 법적 절차로 구제를 받는 사례는 아직까지 드물다. 부동산 전문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절차는 쌍방이 수락해야만 조정이 성립돼 실효성이 떨어져 결국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도 “전·월세 전환율과 관련한 사건들 대부분은 소액(訴額)이 너무 적어 소송까지 가는 일이 흔치 않다. 실익에 비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도적 절차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개정 당시에도 강제규정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자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임대인이 전·월세 전환율보다 높은 월세를 받을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1년이 넘도록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주택 임대차법 자체가 민법의 특별법이라 행정처분인 과태료나 형사처벌인 벌금을 부과하기엔 법체계상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김예림 변호사는 “주택 임대차 계약은 본질적으로 사인 간의 계약에 따른 문제라 형사처벌 규정을 추가하는 것은 무리”라며 “굳이 강제 규정을 추가한다면 과태료 정도겠으나, 이 역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행정벌이나 형사처벌보다는 주택 임대차법에 권리금 소송이나 계약갱신청구권과 관련된 손해배상 제도를 준용토록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정 전환율 규제 이후에도 월세 거래 건수와 비율, 월세 가격상승 현상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서울에서 월세를 일부라도 포함한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과 월세 거래 비율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원 통계에서도 서울은 물론 전국의 월세 역시 1년 만에 10% 넘게 올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법정 전환율 규제는 공공·임대주택의 세입자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본질적으로 시장경제 질서에 반하는 규제”라며 “전환율을 통해 임대료 변화를 강제로 억누르면 관리비 인상 등의 명목으로 풍선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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