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백신' 선택→ 강력 권고.. "종식되기 전까지 아이들 30~40% 감염"

이진경 입력 2021. 11. 26. 06:03 수정 2021. 11. 2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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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중증 612명 사흘 연속 최다
정부, 방역패스 확대 등 고심
정은경 "4주간은 접촉 줄여야"
25일 서울 송파구 송파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600명을 넘었다. 코로나19 유행이 확산하고 각급 학교 전면등교까지 하면서 백신 접종률이 낮은 소아·청소년까지 코로나19 노출 위험이 커졌다. 코로나19 일상회복 지원위원회 회의에서도 ‘선제 조치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정부는 방역 패스 적용 확대 등 방역 강화 조치 방안을 고심 중이다.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938명으로 전날 4115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도 전날보다 26명 늘어 612명으로 집계되는 등 사흘 연속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사망자는 두 번째로 많은 39명이 나왔다.

특히 고령층과 청소년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날 신규 확진자의 34%, 전체 위중증 환자의 85%가 60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19세 이하 확진자도 17.8%를 차지했고, 위중증 환자도 3명으로 전날보다 1명 늘었다. 고령층은 돌파감염이, 청소년은 낮은 접종률이 감염 확산 요인으로 꼽힌다. 12∼15세의 접종 완료율은 이날 0시 기준 1.9%로 2%를 밑돈다. 16∼17세의 접종 완료율이 48.7%로 절반 가까운 인원이 접종했는데, 12∼15세는 14세만 2.8%가 접종했을 뿐이다.
수도권의 1일 이상 병상 대기 중 환자는 940명으로 다시 최고치로 치솟았고,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83.9%로 상승했다.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71.5%로 높아졌다. 하지만 중환자 병상을 추가로 확충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날 열린 일상회복지원위 회의 참석자들도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위원회 공동간사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다 안전하고 모두 행복한 일상회복을 계속하려면 선제 조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12∼18살 방역패스 도입, 식당·카페에도 방역 패스 적용, 미접종자 사적모임 인원제한 등의 방안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관계부처와 업계, 단체 등과 이 같은 논의 내용 협의를 거쳐 조만간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2월까지 60세 이상 고령층 추가접종(부스터샷)을 완료하고 면역도가 올라가기까지 4주 정도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는 정책을 일부 시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중증환자 가동률, 치료 대응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을 수립해야 한다”면서도 “아직은 거리두기 전면 강화나 멈춤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위중증 환자, 사망자들도 증가하고 있는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북병원 주차장에 위중증 환자 급증에 대비한 이동형 음압병실이 설치되어 있다.    뉴시스
◆청소년 확진 급증 ‘화들짝’… 접종 권고 목소리 키우는 정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청소년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청소년 백신 접종은 선택’이라던 정부가 백신 접종을 강하게 권고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는 백신접종 실효성이 이미 확인된 데다 전면 등교도 시작된 만큼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청소년도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임신부와 고령층에게도 백신 접종을 강조하고 나섰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전문가 긴급 자문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 침석한 최은화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에게도 백신접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유 부총리 역시 “고3 백신접종 이후 예방효과가 높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만큼 학생 학부모님이 백신접종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당부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청소년 확진자의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최 교수가 분석한 연령별 확진현황을 보면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66.1명이었던 청소년 발생률이 올해는 521.2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성인 발생률(562.3명)의 92.7%에 달하는 수준이다. 11월 둘째 주 기준 학교급별로 10만명당 발생률은 고등학교가 4.5명인 반면 중학교는 7.0명이다. 최 교수는 “백신을 접종한 고3의 경우 확진자가 10만명당 1.4명에 불과하지만 고2는 7.1명, 고1은 6.9명에 달한다”며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속에서도 고3의 발생률이 현저하게 낮다는 뜻은 백신(접종) 효과가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진 학생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전국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유·초·중·고 학생은 2790명으로 하루 평균 398.6명에 달했다. 이는 그전까지 최고 수준이던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하루평균 확진자 327명보다 훨씬 많다.
정 교수 역시 “예상 시나리오로 봤을 때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까지 아이들 30~40%는 감염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수많은 대책이 있을 수 있지만 백신효과에 비하면 너무 작은 것들”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된 산모가 태아를 사산하는 첫 사례가 발생하면서 임신부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해당 산모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산모 상당수도 백신 이상 반응이나 태아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우려해 맞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부터 임신부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전체 임신부 13만6000명(9월1일 기준) 중 이날까지 백신 1차 접종자는 1748명, 접종완료자는 641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망한 태아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사례가 나오면서 임신부들 사이에선 백신 이상반응과 함께 뱃속 아이에 대한 불안까지 더해진 기류가 감지된다.

전문가들은 임신부가 코로나19 고위험군이라 백신을 접종하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미국과 영국 등 18개국이 참여한 연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비확진 임신부보다 확진 판정을 받은 임신부는 조산과 저체중아 분만 위험이 각각 59%와 58% 높았다. 임신한 확진자에게서 출생한 신생아 중 13%에서는 코로나19 양성이 확인됐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에 걸린 임신부는 조산과 사산 위험이 증가한다. 그래서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백신추가접종을 당부하고 있다. 기본접종완료자 대비 추가접종률은 60대 3.7%, 70대 13.5%, 80세 이상 30.9%로 아직 낮은 수준이다. 김기남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방역수칙 준수와 함께 예방접종이 여전히 중요한 상황”이라며 기본·추가 접종 필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938명을 기록한 25일 오전 코로나19 중증환자들이 입원 중인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집중치료실에서 간호사들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대구=뉴시스
◆“코로나 재감염 땐 사망·중증화율 90% 감소”

코로나19에 다시 걸리면 1차 감염 때보다 사망 및 중증화율이 90%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CNN은 미국의 의학 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이 발표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연구는 지난해 상반기 인구 대비 최다 확진자를 기록한 카타르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4월 확진을 받은 카타르 국민 35만3326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이 중 재감염 건수는 1304건으로 집계됐다. 1차 감염 후 재감염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9개월로 나타났다.

재감염자 중 중증으로 분류된 사례는 4건에 그쳤다. 또 중증이더라도 중환자실에서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위급한 경우는 없었다. 피츠버그대학교 존 알콘 교수(면역학)는 “그 많은 사람 중 재감염자가 1300여명에 불과하고, 중증 환자가 4명뿐이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밝혔다.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연구팀은 이 연구가 카타르에서만 이뤄져 여타 나라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부연했다. 또 연구 시기 탓에 올여름 이후 크게 유행한 델타 변이 분석이 빠져 있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1차 감염으로 면역 항체가 생성된다는 연구 결과는 올해 3월에도 나왔다.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덴마크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65세 이하는 재감염되지 않을 확률이 80%였다. 그러나 65세 이상은 재감염되지 않을 확률이 47%에 그쳐 고령자의 재감염 억제율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코로나19에 걸렸을 경우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곡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감염병 전문가인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 카디 킴 박사는 “자동차에 에어백이 있다고 해서 안전벨트가 필요 없는 게 아니듯 감염으로 항체가 생겼다고 해도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며 “백신 접종 없이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진경·박유빈·정필재·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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