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제한 없이 재범 가중처벌.. "과잉금지 원칙 위배"

김청윤 2021. 11. 26. 06: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헌법재판소가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될 경우 가중 처벌하는 '윤창호법'을 위헌으로 판단한 이유는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과잉금지원칙)을 위배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헌재는 또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경우라도 과거 위반 전력,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운전 차량의 종류에 따라 죄질이 다르다"며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비난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행위까지 지나치게 엄히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헌재, 윤창호법 위헌 결정 배경
"죄질 고려 않고 엄격 처벌 안 돼"
"사회 합의 따른 것" 소수 의견도
'민식이법'도 위헌 논란 전망 나와
헌법재판소가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될 경우 가중 처벌하는 ‘윤창호법’을 위헌으로 판단한 이유는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과잉금지원칙)을 위배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반복해 위반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윤창호법 시행 목적에 비해 형벌이 너무 과하다는 취지다.

헌재는 25일 전주지법 군산지원이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에 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앞서 법원은 2019년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사건을 심리하다 2018년 시행된 이 법 조항이 문제가 있다고 봐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기존에는 3회 이상 음주운전을 해 적발이 되면 처벌하도록 했는데, 2회 이상으로 기준이 강화된 것이다. 또 징역 1~3년 또는 벌금 500만~1000만원에서 징역 2~5년 또는 벌금 1000만~2000만원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예컨대 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과거 위반행위를 근거로 재범 음주운전 행위자에게 책임에 비해 과도한 형벌을 규정한다고 볼 수 있다”며 윤창호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음주운전 전력자가 10년 이상 지나 재범을 했다고 준법정신이 현저히 부족한 반규범적 행위라거나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등을 ‘반복적’으로 위협한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또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경우라도 과거 위반 전력,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운전 차량의 종류에 따라 죄질이 다르다”며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비난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행위까지 지나치게 엄히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헌재 결정은 2018년 12월 개정돼 지난해 6월 다시 바뀌기 전까지의 옛 도로교통법 조항을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현행 도로교통법에도 해당 조항이 그대로 남아 현행법에 대한 위헌 결정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수사와 재판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대검찰청 예규에 따르면 헌재가 특정 법률이나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하면 선고가 확정됐으나 아직 집행 전인 사건은 처벌형 집행을 면제한다. 집행이 진행 중이라면 남은 집행을 없던 것으로 한다. 처벌을 다 받은 사람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일단 음주운전을 한 이상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다시 유죄 판결을 받겠지만 가중처벌은 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검찰청은 형사부를 중심으로 헌재의 위헌 결정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아울러 스쿨존에서 안전운전 위반으로 12세 미만 어린이를 사망하게 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민식이법’을 두고도 위헌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음주운전 등에 따른 교통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행정적·제도적 여건 조성에 소홀히 한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 역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 공분을 일으키는 사건이 터지면 비난 여론을 의식해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처벌 강화 위주의 ‘면피성 과잉 입법’을 하는 행태가 적지 않은 탓이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