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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에 맞서 '이라크 파병 반대' 외치던 인권위..20주년에 쏟아진 혹평들

정혜민 기자,노선웅 기자 입력 2021. 11. 26. 06:14 수정 2021. 11. 2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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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퇴하는 인권 현장에 인권위 존재감 찾을 수 없어"
그럼에도 인권위는 사회적 약자들의 마지막 버팀목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1.2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노선웅 기자 =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와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이것이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당연한 현상이고 그것이 존중되고 수용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노무현 대통령의 2003년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 제55주년 기념식 연설 중)

국가인권위원회는 설립 만 2년을 갓 넘긴 시점인 2003년 3월26일 긴급 전원위원회를 열고 '이라크 파병 반대' 의견표명 했다.

인권위는 "유엔의 합법적 승인을 거치지 않은 채 시작된 전쟁에 반대하며 정부와 국회가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 헌법에 명시된 반전·평화·인권 원칙을 준수해 신중히 판단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당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다. 진보진영의 노력으로 출범한 인권위의 반대에 여권은 술렁였다. "인권위가 정부의 등에 칼을 꽂았다"고 한 인사도 있다고 한 인권위 관계자는 회상했다. 다행히 노 대통령이 '인권위의 역할'이라며 중재했다. 인권위가 빛나던 시절이었다.

◇인권위 20주년에 쏟아진 혹평들…"고루한 관료조직으로 전락"

2021년 11월25일 인권위가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걸음마를 갓 뗀 두돌 아이가 성인이 될 만큼의 시간이 지난 지금의 인권위에는 '혹평'이 쏟아졌다.

76개 인권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심각하게 후퇴하는 인권의 현장에서 국가인권기구의 존재감은 찾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20주년 기념식에서 '동성애자'라고 밝힌 한 남성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사과를 요구하며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인권위가 차별금지법 입법을 권고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아직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도 성명을 내고 "고루한 관료조직으로 전락해간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반성하라"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현재 논의 중인 군인권보호관 설치에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러 인권 활동가들이 지금의 인권위에 짠 점수를 줬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인권위는 지금 50점"이라며 "어느 권력기관에도 주눅 들지 말고 약자를 보호하라고 준 독립기구의 역할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바람 활동가는 "인권위가 코로나시기에 제 역할을 못 한 것은 아쉽다"면서 "인권위는 현재 진정 사건 권고하는 게 전부인데, 인권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장애 감수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사건도 잘못 처리되거나 처리가 되더라도 6개월씩 걸리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현병철 전 인권위원장 재임 6년간 급격히 관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때 인권위 조직은 급격히 축소됐고 인권경험이 부족한 인사들이 요직을 채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으로도 유명한 유영하 변호사도 이때 인권위원을 했다.

용산참사와 같은 주요 사회 문제에 대해 입장표명이 뜸해지고 윤일병 사건, 세월호 참사 때도 적시에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조국 전 장관 등 위원들이 줄사퇴하고 인권 전문가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하던 많은 공무원이 인권위를 나왔다.

송두환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이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제16차 전원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1.9.13/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文 "때로는 정부 정책 비판해야"…시민사회 "현장에서 발로 뛰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마지막 버팀목은 인권위다. 인권위는 과거 '크레파스 살색 명칭 차별 판단'(2002년), '사형제 폐지 의견 표명'(2005년)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및 대체복무 제도 도입 권고'(2005년) 등 주요 결정을 내리며 세상을 바꿔왔다.

20주년을 맞은 인권위가 가야 할 길을 송두환 인권위원장과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2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때로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요구하는 것도 인권위가 해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송 위원장은 "기존의 인권문제와 함께 기후위기, 감염병 등 재난 상황에서의 인권 문제,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 심화된 성평등 이슈, 급변하는 디지털환경 속 정보인권 등 인권위가 앞장서 감당해야 할 새롭고 논쟁적인 인권 과제들이 놓여있다"고 말했다.

인권 활동가들은 현장에서 다시 인권위를 만날 수 있기를 소망했다. 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인권위가 현장에 자주 보였으면 좋겠다"면서 "장애인 활동가 등이 투쟁할 때 경찰과 충돌하는데 이럴 때 인권위가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숙 활동가는 "여전히 인권위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며 "앞으로 인권위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에서 발로 뛰고,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인권침해 현장에서 인권의 편에 서겠다는 전향적 태도를 보워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인권위가 좋은 정책과 권고를 내는 것도 좋지만 인권이 정부 정책의 근간이 되고 시민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인식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연 국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와 관련해 인권적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은 인권위가 유일하다"면서 "부족하지만 노력을 한다는 점은 좋게 평가하고 싶다"고 전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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