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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김병준 카드, 통합인가 이합집산인가?

입력 2021. 11. 26. 09:41 수정 2021. 11. 2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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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칼럼] 대선에서의 외연 확장과 연합정치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ccr21@hanmail.net)]
선거 전후에 이념과 정책이 다른 정치집단과의 연대를 통해 선거 승리나 새로운 정치세력을 창출해 나가는 연합정치는 낯설지 않은 정치현상이다. 주로 내각제 정부에서 압도적 다수파를 형성하지 못했을 때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정치에서 연합정치는 긍정적 의미보다 부정적 의미로 많이 쓰인다.

한국의 연합정치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전국규모의 선거를 앞두고 당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밀려나거나 공천을 못 받은 인사들이 탈당하여 창당하는 정당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정당의 이합집산은 거품정당을 양산하게 되고 이념과 정당의 정체성은 정치권력에 다가가기 위한 포장에 불과하다.

둘째, 총선에서 정당 통합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지향이 비슷한 정당이 연합공천을 통해 지역단위에서 실질적 후보 단일화의 효과를 내는 경우이다. 연합하는 정당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경우로서 전형적인 나눠먹기의 형태다.

셋째, 대선 국면에서 거의 예외 없이 등장하는 후보 단일화이다. 이는 정당 간 이합집산과는 다른 차원으로서 선거판 전체의 프레임을 바꾸기도 한다. 이번 대선에서도 제3지대 후보와의 연대 또는 단일화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보수 성향의 정치집단 간, 진보 성향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공유하는 정치세력간의 연대는 물론이고 이념적으로 친화적이지 않은 정치집단 간의 지역연합을 통한 연합이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되기도 한다. 1997년의 'DJP 연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전통적인 정치공학 차원의 연합정치 이외에 대선이나 총선 국면에서 경쟁 상대였던 진영의 인사의 영입을 통해 표의 확장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가 진영을 막론하고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한 경우가 해당한다. 김한길 위원장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고 2016년 총선 때는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을 함께 했던 인사다. 과거 민주당 내 비주류 인사지만 진보 진영에서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김병준은 참여정부 때 정책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연합정치는 궁극적으로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연대를 기반으로 하지만 지향하는 가치와 정책에서 공통분모를 추출함으로써 하나의 정치세력을 만드는 과정이 배제되면 이는 연합정치가 아니다. 그냥 야합일 뿐이다. 연합정치와 야합의 경계가 모호한 이유이다.

이번 대선의 여러 변수 중 가장 크게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으로써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는 문제가 손꼽힌다. 김한길 전 대표는 진보진영 인사였지만 안철수 대표와 더불어 민주당과 대립축에 있던 인사이기 때문에 반문과 민주당에서 이탈한 인사들을 모을 수 있는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색채가 강한 윤석열 후보에게 개혁적 이미지와 외연 확장의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이유도 작용했음직하다. 또한 대선 마지막 국면에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 김병준 위원장도 같은 이유로 국민의힘에 합류했을 것이다.

이러한 인사들의 행태가 전체 선거지형과 어떠한 함수관계를 형성할지는 선거구도와 이슈, 정책 등 여타의 변수에 의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진영과 무관하게 선거진영을 넘나들 때는 분명한 명분과 변신을 정당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제가 있어야 한다. 정권교체의 대의명분만 가지고 전혀 다른 정치지향의 세력과 동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김한길 전 대표와 김병준 위원장의 국민의힘 합류가 결정됐지만 이들이 국민의힘과 힘을 합쳐야 할 이유를 유권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세력 간의 이합집산을 통한 권력획득이 아니고 개인 차원에서 정치지향을 달리하며 특정 정치세력에 포섭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물론 정치상황과 정당의 유동성에 따른 탈당이나 당적 변경 등을 현실정치의 측면에서 무조건 비판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특정한 가치 지향과 명분이 분명하지 않으면 정치적 이익을 쫓는 무리에 다름 아니다.

승자는 대권을 거머쥐지만, 패자는 자신의 사법적 부담까지 질 수 있는 정치적 양극화를 상징하는 승자독식의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아직 정당 간 이합집산이나 진영 내의 분화는 보이지 않지만 어느 선거보다 유동성이 높은 선거일 수 있다. 후보들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다. 진영 간의 연대나 단일화, 영입 등 광의의 연합정치가 긍정적 측면에서 통합의 의미를 살리지 못한다면 단순히 권력탐닉을 위한 이합집산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유권자들의 집단지성은 이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용산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ccr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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