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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외면하는 김종인, 진짜 이유는 뭘까

이원석 기자 입력 2021. 11. 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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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文의 설득 떠올리면 金 속내 알 수 있어"
"고집 강한 두 사람의 지금 상황은 애초 예견됐던 것" 지적도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내 일상으로 회귀할 것"(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그 양반 말씀하는 건 나한테 묻지 말아 달라"(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11월24일 오전 두 사람 사이의 기류는 마치 다시는 보지 않을 사이처럼 냉담했다. 지지부진한 협상 중에도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켜왔던 두 사람의 태도 변화는 끝내 파국을 맞은 듯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두 사람의 저녁 만찬 회동이 급성사된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난 장소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음식점 '달개비'.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합의를 이룬 곳으로, 이른바 '단일화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언론에선 윤 후보 측이 김 전 위원장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의 역할을 한정하는 방식을 통해 두 사람의 동행이 성사될 거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1시간30분가량 식사를 마치고 나온 두 사람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무표정으로 먼저 식당에서 나온 김 전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총괄선대위원장직 수락에 대한) 확정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며 "선대위를 처음부터 출발을 잘해야 하지, 잡음이 생겨서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만 남겼다. 뒤이어 굳은 표정으로 나온 윤 후보는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는 문제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하시더라"며 "내일 최고위원회에서 총괄본부장 발표는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본부장급 인선은 김 전 위원장 영입이 확정되면 함께 발표할 계획이었던 인사들로 사실상 김 전 위원장 없이 선대위를 일단 가동시키겠단 뜻으로 읽혔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2주 넘게 협상하면서 뜻을 모으지 못한 것은 사실상 두 사람이 함께 갈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는 평가들이 나왔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정치권에선 김 전 위원장이 합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러 말이 나왔다. 그중엔 비서실장으로 거론된 장제원 의원도 있었다. 김 전 위원장이 장 의원을 강력하게 비토하고 있으나, 윤 후보가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장 의원은 11월23일 "단 한 번도 윤 후보 옆에서 자리를 탐한 적 없다. 그러나 저의 거취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모두 제 부덕의 소치"라며 "윤 후보 곁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는 변수가 되지 못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장 의원이 떠나는 것은 나하고 아무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11월2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 책위원장이 만찬 회동을 하기 위해 서울 중구 한식집 '달 개비'에서 만났다.ⓒ국회사진취재단

金 측 "'전권'이 중요한데, 주겠단 말 없어"

다음이 김병준 위원장 문제였다. 김 전 위원장 원톱 체제를 강력 주장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1월24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병준 위원장 개인에 대한 김종인 전 위원장의 비토가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의 경우 특별 조직을 맡아서 외연 확대를 위해 특임을 하는 것 아니겠나. 그런 것처럼 김병준 위원장도 그런 형태의 조직으로 정리된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 느낌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선대위 내 김병준 위원장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김종인 전 위원장 '원톱'만 명확히 규정하면 문제가 풀린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그러나 저녁 회동 테이블에 김병준 위원장 역할 한정 방안이 올라갔음에도 김 전 위원장은 결국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장제원도, 김병준도 문제가 아니라면 김 전 위원장이 바라는 건 정말 뭘까.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이 끝없는 줄다리기의 원인은 결국 사람과 직책 등의 모양이 문제가 아니라, 윤 후보의 기조와 태도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우선은 기조다. 김 전 위원장의 측근 A씨는 "장제원 의원이나 김병준 위원장 문제는 둘째 문제이고, 결국엔 처음부터 얘기했던 '전권'을 김 전 위원장에게 주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병준 위원장 등 특정 인물의 역할이 조정되는 모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김종인 중심의 선대위라는 분명한 기조의 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측근은 "지금껏 여러 번의 선거에서 김 전 위원장이 전권을 가진 경우엔 이겼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지난 총선 때처럼 졌다. 윤 후보 측이 여러 가지 겉으로의 모양을 통해 김 전 위원장을 설득하려 하지만 전권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간단하다. 전권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태도다.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또 한 명의 인사 B씨는 지난 2016년 당시 김종인 비대위원장에 대한 문재인 전 대표의 설득을 떠올리면 답이 보인다고 했다.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김 전 위원장을 향해 당내 반대 세력의 반발이 강했다. 결국 김 전 위원장은 사퇴까지 암시했고, 문 전 대표가 양산에서 급거 상경해 김 전 위원장의 종로구 구기동 자택을 찾았다. 문 전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이) 명예를 가장 중시하는 분이신데, 마음의 상처도 받으시고 자존심도 상한 것 같다. 여러모로 서운케 해드린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B씨는 "자존심이 아주 강한 김 전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진심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당시 양산에서 상경해 자택까지 찾아와 진심을 보인 문 전 대표의 설득이 김 전 위원장의 마음을 돌렸다"고 말했다. B씨의 말을 바꿔 말하면 윤 후보의 '진심'이 아직 김 전 위원장에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저녁 회동 다음 날인 11월25일 오전부터 윤 후보 측에선 쿠키뉴스를 통해 "예우해드릴 만큼 해드렸다.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사이는 이제 루비콘강을 건넌 사이라고 보면 된다"며 "오늘부터 어떤 측근도 김 전 위원장의 의사 타진을 위해 보내는 일은 없다. 김 전 위원장 본인이 스스로 기자들 앞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히면 같이하겠다"는 강한 워딩까지 나왔다. '최후통첩'으로 읽혔다. 윤 후보는 이날 본부장급 인선을 발표하며 일단 선대위를 가동시켰다. 김 전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나한테 무슨 최후통첩을 했다고 신문에 주접을 떨어놨던데, 내가 그 뉴스를 보고 잘됐다고 그랬다"고 분노를 표했다. 정말 두 사람 사이는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넌 걸까.

尹 측 "결정은 김 전 위원장의 몫"

아직도 여지는 보인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종인) 박사님의 자리는 그대로 문을 열어놓고, 그 자리는 비워놓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선대위 당무지원본부장으로 임명된 권성동 사무총장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김 전 위원장을) 모시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설득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다만 전망은 밝지 않다. 김 전 위원장만큼이나 윤 후보의 방향성도 확고하기 때문이다. 윤 후보 측 한 관계자는 "권력이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고, 모두가 함께 가는 통합형 선대위에 대한 윤 후보의 기조가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김 전 위원장도 분명 중요한 분이지만, 경선에서 이긴 대선후보가 선대위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문제 아닌가. 결국 결정은 김 전 위원장의 몫"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줄다리기를 지켜보는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애초부터 자신의 뜻과 고집이 가장 강한 두 사람이 지금의 상황을 맞은 것은 예견됐던 일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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