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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하기 힘든 나라]④'ESG' 준비는 부족, 규제는 우왕좌왕

김종화 입력 2021. 11. 2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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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이 ESG 경영에 속을 태우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이 올해 실시한 '중기 ESG 경영 대응 동향 조사'에 따르면 ESG 경영 '준비가 됐거나 준비 중'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25.7%에 그쳤다.

◆중소기업, ESG 리스크 직면=우리 중소기업은 ESG 경영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리스크는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은 중소기업 입장에선 ESG 경영 요구가 또 다른 기업 규제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을까 예의주시 하는 것이 역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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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비용 부담·인력 부족 등
中企 4곳 중 3곳은 "ESG 경영 준비 안돼"

#. 식품 제조 기업 A사는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택배 발송용으로 쓰던 스티로폼 박스를 친환경 종이보온박스로 교체했다. 가격은 더 비쌌지만 친환경 정책을 고려해 비용을 감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상품 발송 준비 중 택배 회사 측에서 아이스박스 외에는 1일 배송이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다. 신선한 제품 전달이 우선인 A사는 결국 친환경 종이박스를 다시 아이스박스로 재포장해야 했다.

#. 공항 지상조업사인 B사는 노후 경유 조업장비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차량의 도입을 검토했지만 벽에 부딪혔다. 친환경 차량 최초 도입에 따른 초기 투자비 부담과 운영 리스크는 컸지만 정부 지원은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공항에서 운행 중인 조업장비나 차량은 자동차관리법령, 대기환경보전법령에 따른 등록·검사·인증 예외 대상이라 정부 지원이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B사는 결국 10년도 넘은 노후 차량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중소기업들이 ESG 경영에 속을 태우고 있다. ESG 리스크가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필요성에도 공감하지만 아직 준비가 부족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관련 정부 지원이나 규제도 채 정비되지 않아 우왕좌왕하기 일쑤다. 업계에선 시장의 전문성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을 유인하는 ESG 생태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이 올해 실시한 ‘중기 ESG 경영 대응 동향 조사’에 따르면 ESG 경영 ‘준비가 됐거나 준비 중’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25.7%에 그쳤다. 관련 준비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34.6%였으며 준비할 계획이라고 응답한 곳은 39.7%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4곳 중 3곳은 현재 ESG 경영과 관련된 준비가 전혀 안된 셈이다. 응답기업의 58.0%가 ESG 경영 준비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지만 ESG 경영을 전담하는 조직이 있거나(5.3%) 향후 계획이 있는(18.3%) 기업은 23.7%로 준비 수준도 다소 낮게 나타났다.

◆중소기업, ESG 리스크 직면=우리 중소기업은 ESG 경영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리스크는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ESG 의무공시 등 지속가능성 규제가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부터다.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사에 강도 높은 ESG 경영을 요구하면서 국내 중소기업도 친환경 원료, 환경인증, 노동여건 등에 대한 요구를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은 납품 기업에 대한 ESG 성과 요구 수준이 강화되면서 납품 배제, 거래 중단 등의 위험에 처하게 됐다. 실제로 한 가구업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관련한 평가를 요구 받았으나 외국인 근로자 숙소 안전 문제로 통과하지 못해 글로벌 거래처 납품 자체가 무산되기도 했다.

◆규제 수단으로 사용 우려=중진공의 조사에서 우리 기업들은 ESG 경영 도입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비용 부담(37.0%), 전문인력 부족(22.7%)과 함께 가이드라인 부재(16.3%)를 꼽았다. 특히 중소기업의 ESG를 위한 일원화된 정보제공 채널이 없으며 요구되는 평가지표도 제각각인 데다가 정부의 지원 등 정책 범위도 정리가 안 돼 중소기업의 부담과 혼란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은 중소기업 입장에선 ESG 경영 요구가 또 다른 기업 규제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을까 예의주시 하는 것이 역시 현실이다. 신용문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급격히 추진된 탄소중립 정책 등이 여전히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에 처한 중소기업에게 또 다른 규제로 다가오진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무작정 고삐를 죄기보다는 친환경 기술개발과 전문인력 양성 등 ESG 경영 도입을 위한 단계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정부도 중소기업 ESG 준비 민관 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밀착 지원을 위한 준비에 나선 상황이다. 협의회에서는 기업현장 목소리 청취와 정보공유, ESG 지원사업 발굴·연계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모아 ESG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중소기업의 ESG 역량 강화에 참여하고 이런 적극적인 참여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ESG를 중소기업에게만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공공기관 등 모든 기관들이 함께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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