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살인 변호한 이재명..법원 "조카, 유족 피해 보상 않고 생존자 치료비도 안줘"

이세영 기자 2021. 11. 2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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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전남 목포시 동부시장을 방문, 김원이 의원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의 조카가 2006년 저지른 ‘모녀 살인 사건’을 변호한 사실에 대해 뒤늦게 사과한 가운데, 정작 이 후보는 당시 재판에서 조카의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야당에선 이 후보가 2018년 SBS 인터뷰에서 “제 이종조카가 중학교에 다닐 때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이었는데 그 때 제가 4번 변론해줬다”고 밝힌 것을 근거로, 살인 사건을 저지른 조카가 성남 지역 조폭 집단인 ‘국제마피아파’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제 일가(一家) 중 1인이 과거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 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데이트 폭력 특별 대책을 강구하겠다면서 자신이 과거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변호한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이 후보는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15년 만에 첫 사과를 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말한 사건은 ‘데이트 폭력 중범죄’ 차원을 넘어선 ‘모녀 살인 사건’이었다. 이 후보의 조카 김모씨는 2006년 5월 8일 헤어진 여자 친구(당시 29세)가 살던 서울 강동구 집을 찾아가 흉기로 옛 여자 친구와 그의 어머니(당시 52세)를 각각 19번, 18번 찔러 살해했다. 옛 여자 친구 부친은 김씨의 위협을 피해 5층 아파트 창문으로 탈출했다.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으나 전치 12주의 대퇴부 골절상 등을 입었다. 김씨는 살인,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07년 2월 상고취하서를 제출하면서 원심이 확정됐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이 후보가 김씨를 적극 변호한 정황이 속속 드러난다. 이 후보는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 됐다”고 밝혔으나, 김씨가 2006년 6월 기소된 직후부터 1심 재판은 국선 변호인이 맡았다. 이 후보는 2006년 10월 국선 변호를 취소하고 본인이 사선 변호인으로 사건을 수임했다. 이 후보가 변호를 맡은 2006년 10월부터 1심 선고가 내려지기 하루 전인 11월 23일까지 김씨는 반성문을 28차례나 제출했다. 그전에는 2006년 6월, 7월 1차례씩 반성문을 제출하는 데 그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사과하며 큰절을 하고 있다. 함께 있던 민주당 의원들도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덕훈 기자

또 이 후보는 재판에서 “김씨가 범행 당시 충동조절능력의 저하로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가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며 이 후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정신감정 의견서, 범행 전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권유 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 범행 당시 정신질환이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재판부는 “김씨가 씻을 수 없는 아픔과 충격을 줬음에도 유족들에게 전혀 피해 회복을 하지 않았고, 병원 치료를 받는 피해자(옛 여자 친구 부친)에게 치료비의 일부도 지급하지 않았다”며 “김씨의 집착이 빚은 이 사건으로 인해 한 가정이 완전히 파탄됐고 유족들도 김씨의 엄벌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김씨 측이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과나 치료비 부담 등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떠한 절차도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연인 간의 데이트에서 벌어진 폭력으로 치부하기보단 ‘살인 사건 중범죄’로 부르는 것이 옳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법조인은 “파렴치한 살인 사건을 겪은 피해자와 유족들 입장에선 평생 고통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일을 15년이 지난 뒤에야 변호인이었던 이 후보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끄집어낸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사형(死刑) 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인간 존재의 근원인 생명 자체를 박탈하기보다는 피고인(김씨)을 사회에 복귀시키지 아니하고 무기한 격리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 김진태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이 후보 측은 살인 사건 과정에서 5층 밑으로 추락하여 겨우 목숨을 건진 피해자의 아버지에 대해 2건의 살인죄와 1건의 살인미수죄에 대한 범죄 피해를 모두 배상할 용의가 있는가”라며 “이 후보는 고통의 기억이라며 오로지 가해자가 입은 심적 고통만 말하고 있을 뿐인데 향후에도 살인사건 생존 유가족을 만나 직접 사죄할 계획이 있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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