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싫다, 차라리 코로나 걸리겠다"..伊 충격의 '감염 파티'

임선영 입력 2021. 11. 26. 21:40 수정 2021. 11. 27.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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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환자들의 감염 경로를 파악하던 이탈리아 보건 당국은 경악했다. 일부 환자들이 의료진에 "코로나19에 고의로 감염되기 위해 열린 파티에 다녀왔다"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른바 '코로나19 파티'에 참석한 이유도 충격적이었다. 식당·술집 등을 출입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필요한 '그린 패스'를 받기 위해서였다. 백신 접종을 거부하던 이들은 차라리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해 그린 패스를 받는 방법을 택했다고 했다. 현재 이탈리아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나 완치자에게 그린 패스를 발급하고, 적용 범위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그린 패스 획득을 목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려는 파티가 열려 충격을 안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미러지·인디펜던트 등 외신은 이탈리아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파티'가 횡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목적은 그린 패스 획득이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볼차노에서 열린 코로나19 파티에 참석했던 한 55세 남성은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 또 다른 지역에서 열린 이러한 파티에 다녀온 3명은 코로나19에 걸려 집중 치료실에 입원했다.

볼차노 보건 당국의 초기 조사 결과 이런 파티는 주로 그린 패스 없이 입장 가능한 야외 술집이나 가정집에서 은밀하게 열리고 있었다. 파티에는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된 1명 이상이 참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감염자가 사용한 맥주잔이나 감염자와의 포옹을 통해 바이러스 전파를 시도했다. 더욱이 어린 자녀들까지 파티에 데려간 부모들도 있어 충격을 안겼으며, 실제로 한 어린이가 코로나19에 감염돼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이탈리아 의료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당국은 바이러스를 고의로 퍼뜨리는 이런 불법적인 파티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볼차노의 방역 담당자인 패트릭 프란조니는 "코로나19에 걸리면 젊은 사람들이라도 증상이 심해지거나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한 한 파티 참가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파티 참가는) 너무 큰 실수였다"며 후회했다.

이탈리아에선 앞서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들에게 허위로 접종 증명서를 발급한 현직 의사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이 허위 증명서로 그린 패스를 손에 쥔 이들은 수십 명에 이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린 패스 적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이런 범죄가 기승을 부려 이탈리아 당국은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탈리아의 그린 패스. 대부분의 시설 출입시 요구된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은 72.8%로, 유럽 평균 57.4%를 훨씬 웃돈다. 코로나19 상황도 독일·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편이다. 하지만 지난달 1000명대까지 떨어졌던 하루 확진자가 최근 1만 명대까지 치솟아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지난 24일 이탈리아 당국은 기존 그린 패스 제도를 강화한 '수퍼 그린 패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6일부터 문화·체육시설까지 포함한 거의 모든 시설을 출입할 때 그린 패스가 요구되고, 이들 시설 출입시 코로나19 음성 진단서는 더 이상 그린 패스를 대체할 수 없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다른 유럽 국가들도 '그린 패스'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독일은 이미 이탈리아와 같은 수준으로 적용 중이고, 프랑스·네덜란드도 조만간 그린 패스 적용 범위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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