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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70년대생을 스킵하라? "회사에서도 정치판에서도 소외받는다"는 그들

곽창렬 기자 입력 2021. 11. 27. 03:04 수정 2021. 11. 2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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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네이버 '81년생 CEO' 쇼크
586과 MZ 사이 낀 위기의 세대
일러스트=안병현

“그래도 우리에게 기회가 있을 줄 알았죠”

40대 김모씨는 2000년대, 대기업 대신 네이버에 입사했다. 20여 년 열심히 일했지만, 요즘 허탈하다고 했다. 1980년대생 CEO가 취임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김씨는 “내가 입사했던 당시에는 회사가 작았지만, 열심히 일해 회사를 키워간다는 자부심이 컸는데, 나보다 어리고 회사 경력도 짧은 사람이 대표가 된다고 하니 허탈한 마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국내 최대 IT 기업인 네이버가 새 수장을 뽑았다. 최수연 신임 대표의 나이는 40세. 1981년생으로 이른바 MZ 세대다. 전임자인 한성숙 대표는 ‘586세대’인 1967년생. 두 CEO 사이에는 적지 않은 1970년대생 직원들이 있다. 1977년생인 네이버의 한 간부급 인사는 “직원 자살 사건 수습 등 큰 변화를 주기 위한 차원의 조치였다고는 하지만, 자신들을 건너뛰었다는 사실에 상실감이 큰 70년대생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30대 과장·차장, 40대 차장·부장, 50대 임원 달아 은퇴’라는 인사 공식이 깨진 건 네이버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4단계인 인사 제도를 더 축소하기로 하고, 지난 11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이 같은 방침을 알렸다. 한 대기업은 직제를 완전히 없애기로 하고, 현재 컨설팅 업체 등에 이에 대한 구상을 맡겼다고 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70년대생들은 자신들이 가장 소외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랜 기간 묵묵히 승진을 위해 뛰었건만, 자리가 사라졌다’ ‘1960년대생 기세에 눌렸다가 이제야 우리 시대가 오나 싶었지만, 시대는 MZ세대를 원하고 있다’는 등의 글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기업뿐만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20년 이상 주름잡았던 60년대생 뒤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장혜영 정의당 의원 같은 MZ세대가 물려받는 형국이다. 1970년대생은 어쩌다 ‘스킵(건너뛰기)’의 대상이 됐을까.

◇40대 임원, 70년대생이 60년대생의 절반

1970년대생이 소외당한다고 느끼는 것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매년 국내 30대 기업 임원의 연령대를 집계해 발표하는데, 2020년과 2010년 자료를 보면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2010년, 1960년대생이 40대였던 시절에는 40대 임원 비율이 전체의 30%(801명)나 됐다. 그런데 10년이 흐른 지난해 40대(1970년대생) 임원 비율은 이보다 적은 18%(697명)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해마다 대기업들이 쇄신한다며 젊은 임원들을 발탁했는데, 같은 나이대를 비교하면 1960년대생이 1970년대생보다 잘나갔다는 지표로 보인다”고 말했다.

1972년생인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이른바 586세대로 대표되는 1960년대생의 ‘장기 집권’을 원인으로 꼽았다. 조 의원은 “70년대생들은 60년대생을 도와 선배 세대가 남긴 IMF 구제 금융이라는 짐을 함께 짊어져왔는데, 그들이 직장이나 사회에서 중추 역할을 해야 할 시기가 되자 권력을 80년대생에게 물려주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고도 성장기를 이끌었던 제조업의 쇠퇴와 IT 기업의 부상이 1970년대생을 소외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1970년대생은 제조업 호황의 끝물에 들어와 일을 배웠는데, 회사 중심으로 올라설 때가 되자 제조업은 쇠퇴하고 IT 기업들이 급부상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마다 발표하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대기업 명단을 보면 2011년(전체 55개) IT 관련 기업은 1개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7개(전체 71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과장급 인사는 “1970년대생이 IT 업종에 뛰어들려고 해도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데 반해, 1980년대 이하 세대는 어릴 적부터 IT에 익숙하다 보니 훨씬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조직인사 컨설팅회사 콘페리의 이종해(1975년생) 상무는 “70년대생은 X세대라고 해서 개성도 강하고 자기 생각을 직설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위에서 까라면 깐다’는 생각을 가졌다. 60년대생 밑에서 묵묵히 야근도 하고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막상 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나이가 되자 주 52시간제가 생기고 사생활이 강조되다 보니 후배들 눈치만 보고 있다.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기업 상무 김모(1976년생)씨도 “얼마 전 회사를 나가겠다는 젊은 직원들이 나오자, 인사팀에서 MZ세대를 붙잡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보라더라. 10년 전 내가 과장급일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70년대생은 아무리 불합리한 것을 봐도 반발을 안 하고 순응한다는 생각들을 하다 보니 오히려 더 당하는 것 같다”고 했다.

◇동생보다는 조카 선호에 패싱당해?

IT 기업 70년대생이 느끼는 소외는 창업자의 나이(1960년대생)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우리나라 IT 대기업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처럼 60년대생들이 세운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동생 세대(70년대)보다는 조카(80년대) 세대에 물려주기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경우 1980년대생 임원(책임리더)이 총 14명 있고, 카카오는 지난달 창립 이래 처음 임원직을 만들었는데, 최고투자책임자(CIO),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 각각 1980년대생을 앉혔다. 민간경제싱크탱크인 LAB2050 이원재 대표는 “창업자들이 비슷한 또래들과 ‘형, 동생’ 하며 회사를 함께 경영하다가, 쇄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는 예상보다 훨씬 더 세대를 낮추는 경향이 있다. 바로 아래 세대는 오랜 기간 동고동락하면서 인적으로 연결돼 있어 쇄신이 어렵다고 판단하다보니, 70년대생을 건너뛰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판에서도 70년대생 소외 얘기가 나온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 등 586세대가 20년 이상 국회를 장악했는데, 그 뒤를 이준석(36) 국민의힘 대표 같은 1980년대생 이하 세대들이 이어받는 형국이다. 역대 총선에서 당선된 사람들의 나이를 보면, 1960년대생들이 30~40대에 치러진 2000년대 총선에서 60년대생들은 모두 140명(2000년 13명, 2004년 59명, 2008년 68명)이 금배지를 달았다. 10여 년이 지난 뒤, 같은 나이대에 있던 1970년대생이 세 번의 총선에서 당선된 수는 60년대생의 절반(71명) 에 불과하다. 원내 5석인 정의당의 경우 소속 의원이 1950년대생과 1960년대생, 1980년대생, 1990년대생 등 폭넓게 포진해 있는데, 유일하게 1970년대생은 없다. 1977년생인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은 “60년대생들은 오랜 기간 정치권을 주름잡으면서, 한 세대 아래인 1970년대생을 경쟁 상대로 보고 견제한다. 이에 반해 1980년대 이하 세대는 조카뻘이라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않다 보니 70년대생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정훈 의원은 “1970년대생이 2024년·2028년 총선에서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면, 아마 영원히 정치판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는 1988년생 김모씨는 “1970년대생들은 대학 나와 원서만 내면 쉽게 취직할 수 있는 시대에 살지 않았느냐. 아무리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화려한 스펙 쌓아도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우리 MZ세대보다는 호강했던 사람들”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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