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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도 뺨치던 '디스코 팡팡'..청춘 춤추던 강촌 다시 꿈틀댄다 [e즐펀한 토크]

박진호 입력 2021. 11. 27. 05:01 수정 2021. 11. 2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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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 유원지 강촌랜드. 과거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디스코 팡팡'이 사라지고 없다. 박진호 기자


편의점 폐업 후 빈 상가만 덩그러니


지난 16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강촌유원지. 과거 전국에서 몰려든 청춘남녀들로 북적이던 거리 곳곳에 적막감이 감돌았다. 폐업 후 새 주인을 찾지 못한 강촌랜드 앞 편의점은 ‘임대 안내문’만 붙은 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연중 관광객이 몰렸던 인근 숙박시설들은 대부분 월세방으로 전락한 상태였다.

DJ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강촌랜드 ‘디스코 팡팡’도 사라졌다. 한때 인천 월미도의 ‘디스코 팡팡’과 함께 전국 1, 2위를 다투던 시설이다. 당시 디스코 팡팡과 함께 스릴 넘치기로 유명한 ‘바이킹’도 이용객이 없어 몇 시간째 멈춰선 상태였다. 과거 대학생들의 엠티(MT) 명소로 청춘과 낭만의 일번지로 꼽혔던 강촌의 현주소다.

강촌랜드 관계자 유모(54)씨는 “강변에 있던 강촌역이 안쪽으로 옮겨가고 동해안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강촌을 찾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줄었다”며 “오랜 기간 적자가 이어져 보험료가 가장 비싼 디스코 팡팡부터 철거했고, 10명이 넘던 직원도 이제 3명만 남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MT 문화 바뀌자 직격탄


지난 16일 오후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 유원지 강촌랜드가 한산한 모습. 박진호 기자
MT문화가 활발하던 시기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 유원지 강촌랜드 모습. [사진 춘천시]

강촌은 2010년 12월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기존 북한강변에 있던 강촌역사가 폐쇄되면서 침체가 시작됐다. 새 강촌역사가 강변과 주요상권에서 1㎞ 이상 떨어진 안쪽으로 이전한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

대학생들의 MT 문화가 사라지고 젊은층이 선호하는 여행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한 것도 강촌 쇠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춘천시에 따르면 강촌역사가 이전한 2010년 이후 폐업한 민박만 66개에 이른다. 입지가 나빠진 데다 노후한 시설, 킬러콘텐트의 부재 등이 맞물린 결과였다.

강촌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춘천시는 2015년 강촌 유원지의 명물 출렁다리를 폭 2m, 길이 58m 규모의 현수교로 30년 만에 재현했다. 강촌 출렁다리는 1972년 건설돼 1985년 철거될 때까지 강촌의 추억과 낭만을 상징하는 다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어 2019년 옛 강촌역 인근에 ‘또오리 강촌’ 조형물도 설치했다. 높이 5m인 이 조형물은 강촌에서 월동하는 겨울 철새인 ‘호사비오리(천연기념물 448호)’가 옛 강촌역의 역장으로 변신한 모습을 형상화했다. 또 강촌 유원지 일대에 축구장 면적(7140㎡)의 3배에 달하는 메밀꽃밭(1만9834㎡)도 조성했지만 옛 명성을 찾기엔 역부족이었다.


출렁다리, 또오리 설치했지만 역부족


지난 16일 오후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 유원지 입구에 있는 옛 강촌역사. 박진호 기자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 유원지 강촌랜드 앞 편의점이 폐업하면서 상가가 비어있는 모습. 박진호 기자

이승동 남산면번영회장은 “강촌이 옛 명성을 찾으려면 투자를 통한 시설 개선과 서비스 개선 등 관광의 질부터 높여야 한다”며 “서울의 대학이나 수도권 젊은 층을 대상으로 강촌 관광의 문제점과 수요자가 바라는 강촌 등의 내용으로 연구 용역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국내 첫 ‘광역관광특구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강원도 관광지(춘천 남이섬과 강촌)와 경기도 관광지(가평 자라섬)를 연계하는 사업이다. 이달 초 가평군청에서 열린 ‘북한강 관광특구 진흥계획 수립용역 최종보고회’에서는 총 4개 특화권역이 제안되기도 했다. 양 시·군에 북한강 수변 연계 특화권역, 남이~자라섬 감성축제 특화권역, 강촌리 월드~팝 감성 특화권역, 가평읍 재즈감성 특화권역 등이다.

사업 규모는 관광특구 면적만 2388만㎡에 달한다. 춘천 지역은 강촌1·2·3리, 백양리, 방곡1리, 방하리, 서천리와 가평지역은 가평읍 읍내리, 달전리, 대곡리다. 자라섬, 남이섬, 가평잣고을, 제이드가든, 엘리시안 강촌, 강촌 출렁다리, 구곡폭포도 포함됐다. 춘천시와 가평군은 강원도와 경기도에 각각 특구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국내 첫 '광역관광특구' 추진


지난 16일 오후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옛 강촌역이 에 있는 옛 강촌역사가 '상상강촌역'으로 개관하면서 생긴 공방. 박진호 기자
지난 16일 오후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옛 강촌역 2층에서 전시되고 있는 추억의 강촌 출렁다리 사진. 박진호 기자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금융지원과 규제특례, 재정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영업제한 규정에 대한 적용 배제와 함께 차 없는 거리, 옥외광고물 허가, 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카지노업 허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배제, 면세판매장 지정 시 특례 등의 규제특례를 받는다.

특히 관광지원개발기금 융자 등 금융지원도 가능해진다. 자금 사용처에 따라 다르지만 하반기 기준 1~2.25%대 금리로 융자를 받아 시설 개선 등에 쓸 수 있게 된다.

이병영 강원도 관광개발담당은 “특구 지정 신청이 접수되면 3개월간 관광특구 지정을 위한 조사분석 용역을 실시한 뒤 조건을 충족하면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를 거쳐서 지정할 계획”이라며 “특구로 지정되면 2개 광역지자체가 연계한 전국 최초의 관광특구가 된다”고 말했다.


마을조합 초대 이사장엔 남이섬 만든 강우현 대표


지난 16일 오후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 유원지 입구 옛 강촌역사 앞에 있는 또오리 조형물. 박진호 기자
지난 16일 오후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 유원지 입구에 있는 옛 강촌역사. 박진호 기자

앞서 주민들은 지난해 11월 마을협동조합도 설립했다. 초대 이사장은 강우현 남이섬 부회장 및 제주탐나라상상그룹 대표가 맡았다. 강 이사장은 남이섬 ‘나미나라공화국’을 국내 대표 관광지로 만들고 제주도에 또 다른 상상나라 ‘탐나라공화국’을 만든 장본인이다. 2018년부터 남산면 강촌1∼3리와 방곡1리 일대 주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등 강촌살리기에 힘 써왔다.

지난 15일엔 ‘강촌상상역’이 개관하기도 했다. 주민들이 강촌 일대를 되살리고자 추진하는 강촌예술마을 조성사업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옛 강촌역을 리모델링한 강촌상상역은 2억원을 들여 630㎡ 면적에 지상 2층 규모로 만들었다. 1층은 강촌의 흙과 질경이로 화분을 만드는 도자기 공방과 레일바이크 포토존, 2층은 추억의 사진이 있는 갤러리 공간으로 조성됐다.

강 이사장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맞는 관광상품을 만들고 그것이 다시 20년 뒤 추억이 되게 하지 못하면 강촌의 옛 추억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며 “지금처럼 주민들이 화합하고 자발적으로 강촌의 변화를 이끌어간다면 기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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