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전두환, 머나먼 영면의 길..장지 선정 난항 겪나

정병묵 2021. 11. 27. 07: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끝내 사과 없던 전두환, 지병으로 사망..향년 90세
인천 흉기난동 후폭풍..'강한 경찰'로 거듭날까
정인이 양모, 2심서 감형..무기징역→징역 35년

이데일리 사건팀은 한 주 동안 발생한 주요 사건들을 소개하고 기사에 다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독자 여러분에게 전해 드리는 ‘사사건건’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캐릭터로 알려진 인형탈을 쓴 한 남성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두환씨 빈소로 향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제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씨가 지난 23일 향년 90세를 일기로 사망했습니다.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입니다. 전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세간의 평가는 거의 한쪽으로 몰렸습니다. 12·12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탈취한 독재자가, 5·18 광주항쟁 및 인권탄압에 대한 사과를 끝내 하지 않고 숨졌다는 비판이 지배적입니다. 재임 기간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을 이뤘다는 점이 공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5일장 내내 빈소 앞에는 ‘유족이라도 사과하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여·야 할 것 없이 공당 차원의 공식적인 조문은 없었습니다. 이번주 키워드는 △전두환씨 사망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후폭풍 △정인이 양모 2심서 감형 등입니다.

끝내 사과 없던 전두환, 지병으로 사망…향년 90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전두환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전씨는 23일 오전 8시 45분쯤 서울 연희동 자택서 화장실에 가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부인 이순자(82)씨가 이를 발견, 경호원과 119에 연락했고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그는 그간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확진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었고 최근 건강 상태가 악화해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아왔는데요. 시신은 고인의 평소 뜻에 따라 화장할 예정입니다. 유언은 따로 남기지 않았지만 전씨의 측근은 “북녘 땅이 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 기어이 통일의 그날을 맞고 싶다”는 회고록 구절이 사실상 유언이라고 전했습니다.

한 달 전 국가장으로 거행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와 달리 전씨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진행됐습니다. 국가장으로 치러야 한다는 일부 목소리가 있었지만 금방 일축됐습니다. 청와대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정치권에서는 조문은 물론 조화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에서도 일부 소속 의원들만 조문했고 이준석 당대표, 윤석열 대선후보 등 주요 인사들의 공식적인 조문은 없었습니다. 마지막 길이 신군부 쿠데타 동지였던 노 전 대통령과 극명히 갈린 이유는 ‘사죄’ 여부일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생전 자신의 과오를 거듭 사과했고 부정축재 추징금을 완납했습니다. 생전 전씨 본인은 물론, 전씨의 측근들은 지금도 “5·18 당시 헬기사격 명령이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납 추징금 956억원을 어떻게 처리할 지도 관건입니다. 이처럼 남긴 숙제가 많다 보니, 망자를 대체로 기리는 우리나라 문화에서도 “이렇게 죽는 것조차 죄”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25일 오전 故 전두환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5공 피해자 11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7일 발인 후에도 전씨는 편안히 영면에 들어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장지를 정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국립묘지법에 따르면 형법상 내란죄 등을 범한 사람이나 탄핵된 사람은 전직 대통령이어도 국립묘지에 묻히지 못합니다. 전씨와 노씨는 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받았기 때문에 국립묘지 안장 대상이 아닙니다. 한 달 전 먼저 세상을 뜬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해도 아직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28일째 현재 파주 검단사에 임시 안치돼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탄현면 통일동산 인근을 장지로 사용하고 싶다는 입장이지만 산림청은 해당 장소에 장묘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며 거절했습니다. 27일 발인 후 전씨의 유해는 연희동 자택에 임시 안치될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마지막 가는 길은 사뭇 달랐지만 두 친구가 영면하기까지 길은 녹록지 않은 모습입니다.

인천 흉기난동 후폭풍…‘강한 경찰’로 거듭날

김창룡 경찰청장이 25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논현경찰서 앞에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부실한 대응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대응 미흡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경찰이 사태 재발방지를 약속했습니다. 당장 다음주부터 경찰관 7만명을 대상으로 1인당 1발씩 테이저건 실사 훈련을 시행하는 등 교육훈련 강화 방침을 내놓았는데요. 김창룡 경찰청장은 25일 오후 흉기난동 사건 관할인 인천 논현경찰서를 방문해 “경찰의 현장조치 미흡으로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장 다음주부터 전국 일선 경찰관 7만명을 대상으로 1인당 1발씩 테이저건 실사 훈련과 흉기 기습 공격 대응 등 실전 훈련을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인천 남동구 서창동 한 빌라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고 현장에 출동한 인천 논현서 소속 경찰관 A(40대·남)경위, B(20대·여)순경의 미흡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4층 주민 C(48·남)씨가 3층 주민 D(50대·여)씨의 목을 흉기로 찌르자, 현장에 있던 B순경은 C씨를 제압하지 않고 1층으로 지원 요청을 위해 내려갔는데요. 1층에서 D씨의 남편인 신고자 E씨(50대·남)를 조사하던 A경위는 피해자들의 비명을 듣고 곧바로 대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C씨는 살인미수,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됐으며 흉기에 찔린 D씨는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인천 논현경찰서장과 A경위, B순경은 직위해제됐습니다.

경찰은 오는 29일부터 내년 2월까지 1~2년차 신임 경찰관인 중앙경찰학교 300~307기를 대상으로 각 시·도청 교육센터와 무도훈련장, 사격장에서 ‘경찰관 현장대응력 강화 특별교육’을 실시합니다. B순경은 지난해 12월 중앙경찰학교에 들어간 305기로 지난 4월 현장에 배치됐는데요. 해당 순경의 훈련 기간 코로나19로 인해 적응 훈련이 절반으로 줄었고 이론 교육도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정인이 양모, 2심서 감형…무기징역→징역 35년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정인이가 친구들과 잠들어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생후 16개월이던 고(故) 정인(입양 전 이름)양을 학대로 숨지게 한 양모 장모(35)씨가 2심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받았습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성수제)는 26일 살인과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 대해 1심의 무기징역을 파기하고 징역 35년을 선고했는데요. 함께 기소된 양부 안모(38)씨는 1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장씨의 살인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이유를 막론하고 용서할 수 없는 중대 범죄를 저질렀지만 영구적으로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정당화될 만한 객관적 사실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그해 10월 13일 정인양 복부에 강한 힘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남편 안씨는 같은 기간 부인의 방치와 폭행으로 정인의 몸이 극도로 쇠약해졌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 등을 받습니다. 1심은 지난 5월 장씨의 살인 혐의를 인정하며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안씨는 아동학대와 유기·방임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는데요. 장씨 측은 항소심에서 학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복부를 밟아 숨지게 했다는 혐의는 부인했습니다. 장씨는 지난 5일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제가 한 짓은 입에 담기에도 역겹고 엽기적이었다. 모든 잘못을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최악의 엄마를 만나 최악의 방법으로 생명을 잃은 둘째에게 무릎 꿇고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병묵 (honnezo@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