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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억 돈방석' 류영준, 입사 10년 만에 카카오 수장 오르다 [강경주의 IT카페]

강경주 입력 2021. 11. 27. 08:58 수정 2021. 11. 2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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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의 IT카페] 28회
카카오, 여민수-류영준 투톱 체제 가동
류영준, 카카오서 '보이스톡' 개발 주도
이후 카카오페이 세우고 IPO 진두지휘
IPO 과정서 수천억 돈방석 앉기도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좌), 김범수 카카오 의장(우) [사진=카카오 제공]


코스피 시가총액 57조원 규모의 대기업 카카오가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기존 여민수 공동대표와 투톱 체제라는 큰 틀은 유지했지만 처음으로 개발자를 공동대표 앉혀 기술적 중요성을 그룹 전면에 내세웠다는 평가다. 실무 경험이 풍부한 신임 대표의 합류로 카카오의 다양한 사업적 시너지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민수-류영준 공동대표, 내년 3월 공식 선임

2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여민수 현 대표와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공동대표로 내정했다. 두 사람은 내년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여 대표는 2018년 3월 처음 카카오 대표로 선임된 이후 지난해에 이어 2번째 연임하게 됐다. 메신저에 머물렀던 카카오톡을 '돈 버는 플랫폼'으로 이끈 성과를 인정받은 셈이다. 카카오는 성과형 광고 시스템 '비즈보드' 등을 바탕으로 올 3분기 1조7408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매출에서 네이버를 앞지르기도 했다.

카카오가 25일 이사회를 열고 여민수 카카오 대표이사(오른쪽)와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를 공동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2021.11.25 [사진=카카오 제공]


류 신임 대표 내정자는 2011년 카카오에 합류한 40대의 젊은 개발자 출신이다. 보이스톡 개발은 물론 국내 최초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의 기업공개(IPO)까지 이끌었다. 카카오 기업 문화와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카카오페이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카카오의 글로벌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여 대표와 공동대표직을 유지했던 조수용 대표는 연임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내년 3월까지 임기를 수행한다.

류영준, 2011년 카카오 입사해 10년 만에 그룹 대표로

류 대표는 2011년 카카오에 개발자로 입사해 대표까지 오른 정통 개발자다. 어릴 때부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건국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학사)과 정보통신학(석사)을 전공했다.

그가 삶의 방향을 정한 건 닷컴 버블이 일어났을 때. 당시 류 대표는 "IT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인생의 목표로 세우고 닷컴 버블 이후의 변화가 '모바일'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그는 커리어를 '모바일'로 바꿨다.

첫 사회생활의 시작은 작은 모바일 서비스 스타트업이었다. 이후 대기업의 조직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삼성SDS로 이직한 류 대표는 2009년 아이폰의 국내 출시와 함께 등장한 '카카오톡'에서 '미래 플랫폼'을 봤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2011년 카카오에 합류한 류 대표는 카카오톡 기반의 무료 통화 서비스 '보이스톡' 개발을 주도했다. 통신사 요금제가 무료통화 시간을 기준으로 책정되던 당시 데이터를 통해 국내·외 음성통화를 무료로 제공하는 보이스톡은 혁신이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가 북을 치는 모습. 2021.11.3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보이스톡의 성공은 이내 견제를 받았다. 통신업계가 무료 통화 플랫폼에 반발하며 보이스톡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제한하는 등 대응에 나서면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데이터 기반 요금제가 일반화됐지만 류 대표는 당시 경험을 통해 "기술로 세상을 바꾸기 전에 이해당사자와 조율이 선행돼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를 계기로 그는 '개발'이 아닌 '사업'으로 직군을 옮기는 두 번째 도전을 했다. 개발자에서 '사업가'로 보폭을 넓힌 것.

사업가가 된 그에 눈에 들어온 건 '금융'이었다. 모바일 성장과 함께 모바일 커머스 거래액이 매달 신기록을 경신하던 때였다. 류 대표는 그러나 금융 시장의 발전 속도는 더디다고 판단했다. 불과 6년 전만 해도 온라인에서 결제하기 위해서는 18개 화면에 걸쳐 수많은 정보를 입력해야만 했고, 불편한 과정만큼 결제 실패율도 높았다.

카카오페이먼트사업부 본부장을 맡은 류 대표는 모바일 결제의 혁신이 기회라고 판단하고 간편결제 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 곳곳에서 사업 성공에 의문을 제기할 때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그를 지지했다.

카카오페이 도입 위해 통신업 금융업계와 갈등 극복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을 마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 안상환 한국IR협의회 회장, 정형진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한국대표, 임재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김주원 카카오 부회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박태진 JP모간증권 한국총괄대표,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2021.11.3 [사진=연합뉴스]

수개월이 지나 공인인증서 없이 6자리 비밀번호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상용화 단계에서 기존 시장의 벽에 부딪혔다. 매일같이 금융사와 감독 당국을 찾아 나선 류 대표는 약 1년 반 후 사업 허가 승인을 받았다. 당시 류 대표는 기득권 입김이 강한 대표 업종인 통신과 금융업에서 두 번이나 갈등을 극복하고 혁신을 이뤄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4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국내 최초의 간편결제 서비스로 주목받았고 2017년 1월 카카오에서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후 온·오프라인 결제부터 송금, 멤버십, 청구서, 인증, 대출, 투자, 보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결국 지난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이 과정에서 류 대표는 '돈방석'에 앉았다. 류 대표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은 카카오 계열사 중 가장 큰 규모로, 총 71만2030주에 달한다. 주당 행사가격은 5000원이다. 이는 1500억원대에 달하는 규모. 류 대표는 대부분 해당 스톡옵션 물량을 상장일로부터 5년 이내에 행사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9월 말 기준 누적 가입자 수 3700만명, 월간활성이용자수(MAU) 2000만명을 기록하며 명실상부 국내 모바일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올해 3분기 누적 거래액은 72조5000억원에 달한다.

온라인 IPO 기자간담회 하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사진=카카오페이 제공]


10년간 결제 서비스를 개발·운영해온 류 대표는 카카오의 새 수장이 돼 카카오의 다음 10년을 함께 준비하게 됐다. 류 대표는 "사회적 책임 성장이라는 과제를 안고 카카오의 '넥스트 10년'을 그리는 중요한 시점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도 있다"며 "'도전'이라는 카카오의 핵심 DNA를 바탕으로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카카오는 류 대표를 전면에 내세우며 혁신을 예고하면서도 여 대표를 연임시켜 균형을 잡았다.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카카오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상생과 글로벌이라는 카카오의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 두 공동대표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정무 감각이 뛰어난 여 대표가 리스크를 관리하고 젊은 류 대표가 신사업을 발굴하는 식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류 대표의 능력과 기술적 감각을 글로벌 사업에 접목하게 될 것"이라며 "브라이언(김범수 의장)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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