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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파국의 길목, 문재인-김종인 '구기동 회동'

류정민 입력 2021. 11.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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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20대 총선 한달 앞 공천파동, 김종인 대표 사퇴 논란 증폭
민주당 지도부 김종인 대표 설득 총력, 당무 거부는 철회했지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 -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사진=아시아경제DB

정치인 김종인의 선택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혼돈의 하루를 보냈다. 자칫하면 정치적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는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었다. 2016년 3월22일 더불어민주당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제20대 총선을 불과 한 달도 남겨놓지 않았던 시점, 여야의 최대 관심사는 공천이었다. 공천 결과에 따라 수많은 정치인들의 운명이 달라졌다. 공천 잡음을 잠재우는 것은 선거 승리의 기본 중 기본이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둘러싼 논란이 번지면 선거는 해보나마나 패배였다. 당시 정치인 김종인은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신분이었다.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김종인 대표가 당무 거부에 나서면서 민주당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그의 행동을 놓고 정치적 벼랑 끝 전술이라는 분석부터 판을 크게 흔들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는 견해까지 다양한 분석이 이어졌다.

분명한 것은 당시 민주당은 위기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김종인 대표가 노기(怒氣)를 감추지 않았던 것은 공천 문제와 관련이 있다. 김종인 대표가 밑그림을 그렸던 20대 총선 비례대표 공천은 민주당 중앙위원회 투표 과정에서 뒤집혔다.

김종인 대표를 남자 비례 1번인 전체 비례대표 2번으로 배정하는 문제를 놓고 노욕(老慾)이라는 내부 비판이 나왔다. 이는 김종인 대표의 귀에 들어갔고 심기를 불편하게 한 또 다른 요인이 됐다.

2016년 3월22일 서울 종로구 김종인 더민주당 비대위 대표 자택 앞에 취재진들이 김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김 대표는 오전 11시에 열리는 비대위로 당무에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회의 시간을 오후 3시로 연기했다.

김종인 대표가 사퇴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지도부는 물론이고 김종인 대표와 인연이 있는 여러 정치인들이 그를 설득하느라 공을 들였다. 김종인 대표는 알 듯 모를 듯한 답변으로 민주당 인사들의 애를 태웠다.

3월22일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경남에 있던 ‘구원투수’가 비행기를 타고 급히 상경했다. 당의 정치적 대주주로 인식됐던 문재인 전 대표였다.

문재인 전 대표는 김종인 대표의 자택인 서울 구기동을 찾았다. 비례대표 선정을 둘러싼 논란, 김종인 대표의 비례 순번을 둘러싼 논란 등을 잠재우고자 노력했다. 김종인 대표의 정치적 자존심을 세워주고자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김종인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와 구기동 자택에서 만난 이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당무에는 복귀했지만 민주당 대표를 그만둘 수 있다는 관측은 식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불안한 심정으로 당시 상황을 바라봤다. 당시 민주당 비대위를 구성했던 박영선, 우윤근, 표창원, 김병관 등 비대위원들은 3월22일 밤 김종인 대표의 구기동 자택을 찾았다.

사실상 정치적 사죄의 방문이었다. 김종인 대표를 제외한 모든 비대위원들은 공천 파동에 책임을 지는 의미에서 사퇴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민주당 비례대표 2번에 김종인 대표의 이름을 넣은 명단을 들고 구기동으로 갔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와 문재인 전 대표가 김종인 대표의 마음을 얻고자 공을 들인 이유는 그가 없으면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계산도 있었지만, 김종인 대표 사퇴 자체가 민주당에 정치적 치명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정치적인 협상의 칼자루는 김종인 대표가 쥐고 있었다.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은 김종인 대표의 선택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정치인 김종인은 결국 당무 복귀에 더해 대표직 유지를 결정했다.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 사퇴 파동의 후유증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2016년 제20대 총선의 결과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린다.

민주당은 123석을 얻으면서 새누리당 122석을 누르고 제1당에 올랐다. 새누리당 압승이 예상됐던 선거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이 원내 제1당이 된 원인과 관련해 김종인 대표의 정치적 배수진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더 많은 의석을 얻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공천 논란이 증폭되면서 지지층 이탈로 이어졌다는 상반된 분석도 있다. 당시 민주당은 원내 제1당에 올랐지만 정치적 텃밭인 호남에서는 국민의당 바람에 밀려 참패를 경험했다. 김종인 대표 사퇴 논란의 정치적 득실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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