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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노벨 평화상' 총리도 "전선으로"..격화되는 에티오피아 내전

금철영 입력 2021. 11. 2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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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2억 6백만 명)에 이어 아프리카 대륙에서 2번째로 많은 인구를 갖고 있는 에티오피아. 인구 1억 1,500만 명 , 면적은 한반도 5배 크기인 이 나라가 혼란의 늪에 빠졌습니다.

외국인들의 탈출 러시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1년 넘게 내전이 계속되면서 이제 수도 아디스아바바도 언제라도 치열한 교전의 장이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정부를 이끌고 있는 아비 아흐메드 총리(45세)는 11월 22일 자신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전선으로 나가겠다"며 시시각각 죄어오는 반군의 공세에 결연한 의지를 표명한 상탭니다.

반군 '티그라이 인민해방전선(TPLF)'이 수도 아디스아바바로 진격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

아디스아바바 북동쪽에서 도로 등 주요 시설을 장악하면서 접근중인 반군이 수도에서 불과 50킬로미터 떨어진 지역까지 진격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국기

미국과 영국, 프랑스와 독일까지 현지 대사관내 필수 인력을 제외하곤 직원들을 철수 시키고 있고 자국민들에게는 "그나마 항공편을 이용해 떠날 수 있는 지금 당장 떠나라" 며 출국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유엔도 수백명에 달하는 유엔 직원들의 가족에 대해 '긴급 대피령'을 내렸습니다.

한국 정부도 현지 대사관을 중심으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주시하며 대책을 논의중입니다. 11월 초 여행경보를 '출국 권고'에 해당하는 3단계로 상향조정한 상태고요.


어느모로 보나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총리의 결의'가 나온 겁니다. 그런데 올해 45살의 아흐메드 총리는 201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이웃국가인 에리트레아와 오랜 분쟁을 끝내고 평화적 공존을 해나가기로 약속한 것에 대해 국제사회가 높이 평가한 것이죠.

하지만 외교적으로 그런 역량을 발휘했던 그도 내전의 불씨를 다스리진 못하고 결국 자신이 직접 총을 들겠다는 상황까지 온 것이죠.

이런 '노벨 평화상 총리'에 이어 이번엔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까지 "전선으로"를 외치고 나섰습니다,

에티오피아 장거리 육상선수로 세계 신기록을 27차례나 갈아치우고, 올림픽 금메달을 2개나 딴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가 반군의 공격으로부터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지킨다면서 자원입대를 선언한 겁니다.

에티오피아의 육상 선수로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내며 스포츠 영웅으로 떠오른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 에티오피아 내전이 격화되면서 반군에 맞서 정부군의 일원으로 참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하였다. (사진 연합뉴스)


1973년생인 그는 지난 1996년 애틀란트 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자 육상 10,000미터 에서 금메달을 따낸 에티오피아의 '영웅'입니다. 나이 쉰을 바라보는 국민영웅이 자국민끼리의 내전에 뛰어드는 상황에까지 온 것은 이 나라의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1년의 내전 기간 수천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25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는데, 이것이 서막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피해는 주로 '반군'의 근거지인 에티오피아 북동부에서 발생했는데, 반군이 수도를 압박하며 남진하면서 인구밀집 지역에서의 전투가 임박했기 때문입니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전경

여기에 에티오피아 남부 오로모 지역에서 오로모 해방군이 정부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고, 그동안 짧은 평화를 유지해 왔던 이웃 에리트레아 군대가 움직이고 있는 것도 에티오피아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미 곳곳에서 '인종청소'와 같은 반인륜 범죄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동북 지역에서 오른쪽으로 툭 튀어 나온 이른바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픽 출처 CIA 팩트북)

이제 외국인들이 모두 떠나게 되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심각해진 에티오피아. 정정불안은 왜 가라앉지 않고 급기야 폭발했던 것일까요.

에티오피아 역시 다른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다양한 종족으로 이뤄진 국가입니다. '반군'으로 불리는 티그라이 인민해방전선 역시 티그라이 지역의 사람들이 주축입니다.

티그라이 사람들은 에티오피아 인구의 5%를 약간 넘는 570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지금은 '반군'이 됐지만 지난 2018년 정권을 내어줄때까지 28년간 에티오피아의 권력을 쥐락펴락 해왔던 중앙 무대 집권 경험이 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한반도 전체 면적의 5배에 해당하는 크기로 인구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나이지리아에 이어 2번째로 많은 1억 천5백만명에 달한다.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동쪽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바다를 접하지 않은 내륙국가다. 오랜 분쟁을 겪어온 에리트레아의 독립을 인정하고 평화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201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티그라이 인민해방전선(TPLF)'은 아흐메드 총리 가 등장할 때 연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도 했었죠.

그러나 2018년 아흐메드 총리 집권과 '민주화' 표방 이후 중앙 권력 무대에서 티그라이 사람들을 축출하거나 약화시키자, 이에 불만을 품어오다 급기야 자신들의 거점인 티그라이에서 독자적인 선거를 실시하고 정부를 구성해 중앙정부에 도전장을 내밀고 봉기한 것이죠.

이를 진압하기 위해 중앙 정부군이 파병돼 한때 티그라이 지역을 장악하기도 했지만 이내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에 패주하고 점점 밀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수도인 아디스아바바까지 안전치 못한 상태에 이른 것입니다. 전세가 역전된 것이죠.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은 지난 1991년 공산정권을 무너뜨리고 자신들이 집권하기까지 수많은 전투를 치러왔고 서방세계의 암묵적인 지원을 받아온데다, 집권기간 다져놓은 공고한 기반 덕분에 정권을 내준 뒤에도 자신들의 기반인 에티오피아 북동부를 중심으로 상당한 군사력을 유지해 왔습니다.

어찌보면 지금의 내전은 에티오피아의 역사적 경험과 승자독식, 독재의 상흔은 물론 나눔과 권력 배분에서 합리적 균형의 부재라는 에티오피아 정치사회의 모순이 가져온 결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다원주의를 내세웠던 현 아흐메드 총리 정부에서도 뿌리깊은 갈등을 결국 해소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흐메드 정부는 오히려 행정부 내 티그라이 인사들을 쳐내는 과정에서 폭력적 조치들을 동원했고, 티그라이 지역으로 정부군을 진주시켰을 때는 약탈과 방화 성폭력 등 군인들의 민간인데 대한 범죄와 만행을 방조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고대 악숨 왕국의 찬란했던 문화유산과 국가적 자부심을 갖고 있는 에티오피아는 이집트와 더불어 아프리카 대륙에서 많은 문화유적을 보유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에티오피아는 고대 악숨 왕국시대를 포함해 고대 유적과 기독교 문명의 유적까지 많은 문화유적을 갖고 있다. (사진출처 외교부 에티오피아 개황)


지금 세계가 에티오피아를 주목하는 이유는 인도주의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 또 인구가 많은 에티오피아가 갖는 지정학적 중요성과 인구대국으로서 아프리카의 주요 시장이란 상징성도 있습니다.

나아가 소말리아 등 여러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 나라의 정정 불안이 확산될 경우 아프리카 북동부는 물론 대륙 전역으로 불안정성이 확산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동부지역에서 오른쪽으로 툭 튀어나온 지형, 이른바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웃 소말리아가 '아프리카의 뿔' 동부 해안지대에 위치해 있고, 그나마 바다로 나갈 수 있었던 소말리아 북쪽 해안지대는 에리트레아가 모두 차지하면서 에티오피아는 바다로 나아가는 길이 막힌 채 내륙국가가 됐습니다.

에티오피아의 남쪽에는 케냐, 왼쪽은 수단이 위치해 있는데 만약 에티오피아 상황이 통제불능의 상황으로 번져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경우 수단과 케냐 소말리아와 지부티 등 이웃국가들이 모두 영향을 받게되고 이는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 사이의 홍해를 중심으로 다시 대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크게 9개 지역이 각각의 종교와 문화, 부족의 전통에 따라 자치를 지향하는 방식의 삶을 살고 있다. 정부군과 대치중인 지역은 북부 티그라이 지역과 남부의 오로미아 지역. 현재 북부 티그라이 반군이 남진하면서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료 외교부 에티오피아 개황/2019년)


홍해와 수에즈 운하 사이에는 여전히 소말리아 해적 퇴치 문제가 사라지지 않은 상황이니 지역 불안정성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과연 없을까요?

내전을 막기 위해선 교전 당사자들끼리의 대타협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평화적 해결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겠죠. 일단 사태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유럽국가들은 미국의 개입을 바라고 있는 듯해 보입니다.

유럽국가들은 현재 아프리카 분쟁의 구조적인 원인제공자라고 볼 수도 있는데 말이죠.

미국은 현재 펠트만 특사를 파견해서 에티오피아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지난 5월 펠트만 특사가 에티오피아 이웃국가인 수단과 에리트레아는 물론, 에티오피아와 나일강 하류개발과 댐 건설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이집트까지 방문해 협력을 모색했지만 이렇다할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현재 미중간의 패권 다툼에서 힘을 모으고 있는 미국으로선 에티오피아 문제 해결을 위해 에너지를 소모할 여력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유엔과 유럽연합까지 개입해 해법을 모색하지 않는 한 에티오피아 사태의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세계를 농단하던 시절, 아프리카를 종축과 횡축으로 멋대로 선을 그어 식민지로 삼았던 유럽의 중심국가들은 식민통치를 원할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점령지역 내 특정 소수민족에게 상대적 특권을 주고 다수 부족들을 '소수'가 탄압하는 형식으로 손쉽게 '분할 통치'를 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동부 내륙국가로 북쪽으로 에리트레아 동쪽으로 지부티, 소말리아, 서쪽지역에 수단과 남수단, 그리고 남쪽으로 케냐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1936년부터 1941년까지 이탈리아의 침공으로 강점당했던 기간을 제외하곤, 제국주의 열강들이 아프리카를 분할해 식민지로 삼았을 당시에도 독립국가를 유지하였다.


숫자가 적은 소수에게 특권을 주면서 그들로 하여금 '다수'를 억누르게 하는 방식이었지요. '다수'가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직접 도전하지 못하게 했던 이런 방식이 남긴 유산은 오늘날까지도 아프리카의 뿌리깊은 부족간 갈등과 피비린내 나는 내전 속에 남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이 마치 '운명론'처럼 회자된 탓에 아프리카의 문제를 '내부 '에서만 찾는 풍조는 여전하지만, 그래도 책임있는 국가들이 아프리카의 회복과 새로운 길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강뉴부대'를 파견했던 에티오피아는 대한민국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한국정부가 개발원조(ODA) 제공은 물론, 많은 국제협력단(KOICA) 봉사활동 단원을 파견해 돕고 있고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해 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에티오피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나비효과'처럼 연쇄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역내 문제에 머물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에티오피아 사태의 추이를 주의깊게 바라봐야할 이유입니다.

금철영 기자 (cyk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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