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최악 상황에 등장.."백신 불평등 탓"

신기섭 2021. 11. 2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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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코로나 재확산, 북반구 겨울철, 백신 효과 감소 상황 겹쳐
"가난한 국가 백신 공급 서두르지 않으면 변이 계속 나올 것"
각국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차단을 위해 국경 통제를 강화한 가운데 27일(현지시각) 독일 뮌헨 공항에서 여행객들이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뮌헨/EPA 연합뉴스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처음 확인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영국·독일 등 유럽에서 잇따라 확인되면서, 전세계가 ‘오미크론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개도국들에 대한 공평한 백신 공급 없이는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오미크론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시기적으로 아주 나쁜 때 등장했다. 유럽이 최악의 코로나19 재확산에 직면했고, 지구 북반구가 겨울철로 접어들며 실내 활동이 늘고 있다. 게다가, 주요국들이 집중적으로 백신을 접종한 지 6개월 가량 지나며 백신의 효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전세계가 또 한번 ‘봉쇄의 시기’로 접어들 위험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불평등으로 인한 개도국들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또다른 변이가 계속 등장해 세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오미크론 전파 상황

지난 25일(현지시각) 보츠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홍콩 등에서 처음 확인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26일 이스라엘과 벨기에에서도 확인됐다. 27일엔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그리고 28일에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네덜란드까지 최소 12개국에서 감염자가 확인됐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남아공에서 입국한 사람 2명에게 감염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은 남아프리카에서 입국한 2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독일 바이에른주 보건부도 지난 24일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입국한 2명에게서 오미크론을 확인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모잠비크에서 밀라노로 입국한 여행객 1명이 감염자로 확인됐고, 체코에서도 나미비아에서 입국한 여행객 한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금까지 남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확인된 오미크론 감염자는 홍콩 사례를 빼면 대부분 남아프리카 여행객이다. 홍콩의 경우, 남아공을 방문했다가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여행객과 같은 호텔에서 격리중이던 다른 지역 여행객 한명도 감염자로 확인됐다. 홍콩 방역 당국은 호텔 안에서 공기를 통해 오미크론이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다시 강화되는 통제

영국·이스라엘을 시작으로 각국이 앞다퉈 남아프리카 여행객에 대한 입국 제한 조처를 취한 데 이어 자국내 방역 규칙도 강화하고 있다. 성탄절 연휴를 평소처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던 영국은 27일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을 발표했다. 30일부터 상점과 대중교통 이용자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외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남아프리카에 대한 여행 금지 조처를 취한 이스라엘은 앞으로 2주 동안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오미크론 차단을 위해 국경을 아예 봉쇄한 최초의 나라다. 대부분의 나라가 아직은 남아프리카 지역에 대해서만 제한을 두고 있지만, 오미크론 감염자가 늘어날 경우 국경 통제 대상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최악의 시기에 등장한 변이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 등에 비해 얼마나 더 위험한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오미크론 변이를 보건 당국에 처음 경고한 남아공 의사 안젤리크 쿠체 박사는 이날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감염자들의 증상이 다른 코로나19 확진자와 아주 다르지만 증상은 가벼웠다”고 밝혔다. 쿠체 박사는 한 젊은이는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했고, 열이 나고 맥박이 빨리 뛰던 6살 어린이는 이틀 뒤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오미크론이 최악의 상황에서 등장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동유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재확산세가 독일·오스트리아·네덜란드 등 전 유럽으로 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오스트리아는 지난 22일부터 전면적인 봉쇄 조처에 다시 들어갔고, 네덜란드 등에서는 방역 규칙 강화에 항의하는 폭력 시위까지 벌어지는 등 유럽 상황이 아주 나쁘다.

지구 북반구가 실내 활동이 늘어나는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점도 오미크론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를 보면, 전세계의 일주일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10월 초 282만여명으로 6월말 이후 최저였으나 이달 중순에는 378만여명으로 34% 증가했다.

각국이 올 여름 백신 접종을 집중적으로 실시한 지 4~6개월이 지나, 면역 효과가 차츰 떨어질 수 있는 시기라는 점도 우려를 낳는 요인이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우어 월드 인 데이터’ 자료를 보면, 전세계의 하루 백신 접종 규모는 지난 7월27일 인구 100명당 0.54명까지 꾸준히 증가한 뒤 주춤하다가 8월말 다시 비슷한 수준까지 늘었다. 하지만 그 이후 접종이 다시 부진해지면서 지난 26일에는 0.37명까지 떨어졌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번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27일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요하네스버그/AP 연합뉴스

다시 부각되는 백신 불평등

오미크론이 백신 접종률이 낮은 남아프리카에서 등장하면서 선진국들의 백신 독점 비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개도국들이 백신 부족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확보하지 못하고 보건 환경도 나빠지면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등장할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세스 버클리 최고경영자는 “세계 많은 인구가 아직 백신 접종을 받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변이가 계속 나타날 것이고 코로나19 대유행은 장기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그는 “부자 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인 모두를 보호할 수 있을 때에야 변이 바이러스 출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사우샘프턴대학 의대의 마이클 헤드 선임연구원도 <에이피>(AP) 통신에 “(변이 출현 사태는) 백신 불평등의 결과 중 하나”라며 “부자 나라들의 잉여 백신 독점 여파는 어느 시점엔가 다시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인도에서 처음 확인된 델타 변이는 지난 4~5월 인도가 최악의 확산세를 겪으면서 급속하게 세력을 키워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보츠와나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24일 현재 인구의 19.6%에 그치고, 오미크론이 크게 번지고 있는 남아공도 인구의 23.7%만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다. 다만, 남아공의 경우 접종률이 낮은 것은 백신 부족보다는 기피 현상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남아공 정부는 이 때문에 지난 24일 화이자 등에 백신 공급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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