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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남아공발 오미크론에 주저하는 4가지 이유

김광수 입력 2021. 11. 29. 15:55 수정 2021. 11. 2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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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오미크론 변이에 유보적 입장 왜] 
①남아공 신속 대응, 코로나 뭉갠 中과 대조
②아프리카 주요 우군..감염국가 낙인 안 돼
③방역 만리장성 균열, 부스터샷 열기 찬물
④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이은 악재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주민들이 코로나 핵산 검사를 받으려 길게 줄을 서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각국이 비상경계령을 내리며 속속 국경을 닫고 있지만 중국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바이러스의 왕’이라고 감염 위험을 인정하면서도 중국 전문가들은 “좀더 지켜봐야 할 것”, “중국에는 큰 영향 없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라며 애써 차분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제로 감염’ 원칙을 고수하면서 단 한 명의 확진자만 나와도 호들갑을 떨던 이전과는 딴판이다.


①정치 공세로 번질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봉쇄 지역 주민들이 11일 임시 검사소에서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받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오미크론 발생 초기 남아공의 대응은 중국과 달랐다. 23일 새 변이를 확인하자 다음날 바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 58개의 오미크론 표본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는 데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변이를 신속하게 발견하고 정보를 공유한 남아공 정부의 투명성을 높이 평가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2019년 12월 우한에서 코로나가 세계 최초로 집단 발병할 당시 중국이 뭉개는 바람에 전 세계 확산을 자초한 것과 대조적이다. 남아공을 띄울수록 중국의 허물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이에 중국 환구시보는 29일 “블링컨 장관의 찬사는 중국을 암묵적으로 비난하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런민쯔쉰은 “오미크론의 위험성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판단이 개입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서구를 향해 ‘바이러스의 정치화’를 비판해온 중국이 더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모양새다.


②우군 남아공 잃을라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 중심 요하네스버그의 OR탐보 국제공항의 국제선 A터미널이 28일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유럽 등 각국의 항공편 제한 여파로 한산한 모습이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남아공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만든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회원국이다. 중국의 코로나 원죄에 이어 남아공마저 변이 발생국으로 낙인찍히면 브릭스는 ‘코로나 연합체’라는 비아냥을 들을 수도 있다. 내달 9일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대미 전선에 힘이 빠지는 일이다.

중국과 남아공의 관계는 각별하다. 시진핑 주석은 2013년, 2015년, 2018년 세 차례 남아공을 국빈 방문하며 공을 들였다. 남아공은 1998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를 맺었다. 중국에게 아프리카 공략의 교두보인 셈이다. 오미크론 악재에도 불구, 남아공과 등을 돌릴 수 없는 처지다.

중국과 아프리카는 29~30일 ‘중국ㆍ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을 연다. 중국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 목표시한으로 잡은 2035년까지 추진할 청사진을 공개할 예정이다. 오미크론의 위험성을 부각시키며 중국이 앞장서 찬물을 끼얹을 리 만무한 상황이다. 올해 9월까지 중국과 아프리카의 교역량은 전년보다 38.2%,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는 9.9% 증가했다. 왕샤오융 중국ㆍ아프리카 비즈니스협의회 부회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리카의 전략적 가치를 중시하고 있어 중국과 아프리카의 협력에 영향을 미치려는 미국의 어떠한 움직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③방역 만리장성 흔들릴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29일 방호복을 착용하고 입국한 외국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인천공항=뉴시스

중국은 지난 7월 난징공항으로 해외 유입된 델타 변이가 각지로 확산하면서 코로나 집단 감염 홍역을 치렀다. 파장은 가라앉지 않았다. 수도 베이징마저 코로나에 뚫려 이달 들어 방역을 강화했다. 다시 오미크론 변이에 흔들릴 경우 중국이 자랑해온 방역 만리장성은 사방에 균열이 불가피하다. 우준요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수석전문가는 28일 “중국이 제로 감염 봉쇄정책을 유지하지 않았다면 전 세계 평균에 비춰 중국의 확진자는 4,780만 명, 사망자는 95만 명까지 치솟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백신 접종 24억 회를 넘긴 중국은 연말 80% 접종률을 목표로 부스터샷에 진력을 다하고 있다. 접종률 24%에 불과한 남아공과 차이가 크다. 하지만 현재 핵산검사에서 검출되지 않는 오미크론이 득세해 기존 백신이 무용지물 된다면 중국으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일부의 부정적 시각을 의식한 듯 중국 호흡기질환 최고전문가 중난산 공정원 원사는 “현재로선 백신을 맞는 것이 코로나 확산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독려했다.


④올림픽 불안 가중될라

중국 베이징에서 29일 시민들이 출근길에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이 7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전 세계가 이동을 통제하며 움츠리는 상황은 올림픽 흥행에 치명적이다. 가뜩이나 서구의 ‘외교적 보이콧’ 공세에 시달리는 중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에 중국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다(중난산 원사)”고 판단을 유보하며 일단 오미크론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장원훙 푸단대 부속 화산병원 감염내과 주임은 “오미크론이 중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신속한 대응과 역동적인 제로 감염 정책으로 어떤 코로나 변이에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홍콩대 바이러스 전문가 진둥옌 교수는 “코로나 감염 시작 이후 수백 종의 변이 가운데 델타만 살아남아 이미 소멸한 베타와 감마 변이를 능가했다”면서 “대부분 변이 바이러스는 오래가지 못하고 오미크론이 우세적 변이가 될지도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당부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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