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유럽 지식공동체 '편지 공화국'

권구성 2021. 11. 30.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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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유럽에는 편지 공화국이 존재했다.

신간 '편지 공화국'은 앤서니 그래프턴 프린스턴대 역사학 교수가 편지를 통해 학문적 토대를 쌓았던 유럽의 지식인들을 조명하고, 오늘날 지식과 텍스트가 어떻게 소비되는지 살펴보는 책이다.

저자는 편지 공화국을 "모든 사상과 이론이 자유롭게 유통되고 토론할 수 있는 지식의 유토피아였다"고 평가한다.

당대 지식인들이 남긴 수천통의 편지는 학문적 흐름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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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그래프턴/강주현 옮김/21세기북스/3만8000원
근대 유럽에는 편지 공화국이 존재했다. 그곳에는 국경이나 영토가 없었지만, 학문의 경계를 초월하는 지식인들이 서로의 사상과 철학을 공유하며 연대체를 형성했다. 그들은 사상적 배경과 관계없이 편지를 통해 날카로운 비판의 날을 세우고, 학문적 우정을 나가며 성장했다. 그 치열한 토론이 근대 유럽의 지식 체계를 갖춰나갔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서구 학문의 근간이 됐다. 편지 공화국은 우리가 배우고 연구하는 모든 지식의 출발점이자 동력이었던 셈이다. 

신간 ‘편지 공화국’은 앤서니 그래프턴 프린스턴대 역사학 교수가 편지를 통해 학문적 토대를 쌓았던 유럽의 지식인들을 조명하고, 오늘날 지식과 텍스트가 어떻게 소비되는지 살펴보는 책이다. 

저자는 편지 공화국을 “모든 사상과 이론이 자유롭게 유통되고 토론할 수 있는 지식의 유토피아였다”고 평가한다. 당대 지식인들이 남긴 수천통의 편지는 학문적 흐름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베네딕트회 수도사였던 트리테미우스는 신학과 성경에 대한 연구 뿐 아니라 문헌의 목록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방법들을 개척했으며, ‘새로운 아틀란티스’의 프랜시스 베이컨은 지식인들이 협력할 때 자연철학이 무엇을 이뤄낼 수 있는지를 시사했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이런 토론의 흐름이 현대에 와서 끊어진 것을 아쉬워한다. 빅데이터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실질적으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활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데이터의 알맹이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전 세계의 책을 색인화하려는 구글의 라이브러리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인류의 모든 지식을 디지털화하려는 시도들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 영어의 패권을 강화할 뿐 그 한계가 명확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기존의 도서관처럼 체계적이고 지배적인 비전이 없는 구글의 프로젝트는 “인간의 손이나 정신이 닳지 않는 텍스트를 쏟아내는 거대 소방호스일 뿐”이라고 꼬집는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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