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의 선두주자, 한국의 그림자를 해부한다'.. 뿌리의 집, 북토크 개최

김준영 2021. 11. 30.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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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뿌리의 집’은 이경은(사진) 박사의 새 저서 ‘국제 “고아” 입양 시스템: 그 기원과 발전에 미친 대한민국의 영향’(Global Orphan Adoption System: South Korea’s Impact on Its Origin and Development)의 출간을 기념하는 북토크를 30일 서울 종로구 역사책방에서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이 책은 ‘선행’이라는 지배적인 이미지 속에 간과되어 온 해외입양 대상 아동의 인권 침해를 국제 규범의 발전과 국내 입양 법제의 취약성을 통해 드러낸 영문서이다. 서울대 국제법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 이경은 박사는 고위 공무원과 국제 NGO(비정부기구) 등 시민사회 리더 등 다양한 경력에 기반해 해외입양을 국제법적 관점에서 인권 문제로 접근했다.

해외입양인의 인권 보호를 위해 활동해온 뿌리의 집과 법무법인 화우, 그리고 화우공익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이날 행사에서, 이 박사는 가장 오랜 해외입양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 정부가 지난 70년간 아동 최선의 이익에 기반해 결정돼야 할 해외입양의 공적 책임을 민간 입양기관에게 사실상 이양하고, 해외입양 절차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어떻게 입양 관련 법제를 발전시켜왔는지 분석한다. 또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이나 헤이그국제입양협약 등 국제 규범에 맞지 않는 해외입양의 시장 메커니즘 안에서 아동의 인권이 어떻게 침해됐는지를 국내외 판례와 법, 국제 규약들에 기반해 밝힌다.

유엔아동권리협약문 작성에 참여하고 ‘유니세프 국제입양에 있어 아동 최선의 이익’ 등을 저술한 아동권리 정책 전문 컨설턴트 나이젤 캔트웰 박사는 추천사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민간 기관의 역할을 집요하게 인정함으로써 ‘입양 가능한 고아’를 암묵적으로 만들어왔고 보다 엄격한 규제에 실패했다”며 “현재 국가 간 입양에 참여하거나 그로 인해 영향을 받은 모든 이들이 이 논의를 반드시 숙독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해외입양인이자 영화 ‘포겟미낫’의 선희 엥겔스토프트 감독은 “덴마크에서 자란 한국 입양인으로서 대부분의 성인기를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내 기원과 유산에 대한 심오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보냈다”며 “이 책은 내가 평생 알고자 했고, 내 입양 부모님들이 읽어보시고, 내 주변 사람들이 교육받았으면 했던 그 자체”라며 추천했다.

저서를 출간한 뿌리의 집 김도현 대표는 “이번 북토크를 통해 지난 해외입양 역사와 입양에 대한 지배적인 인식이 향후 아동 최선의 이익을 위해 변화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저서는 12월 중 국내외에 발매될 예정이다.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사적으로 처음 등장한 ‘국가 간 입양’이라는 실험적인 아동 돌봄의 선두주자였다. 아동을 해외로 입양보내는 국가 중 사실상, 원조인 셈이다.

국가 간 입양을 유지하는 근본적인 원동력은 입양에 대한 그 아름다운 이미지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 이미지는 그 수십 년간 역사 속에서 여러 아동과 가족들의 인권 침해를 밝히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했다.

이 박사는 이 이미지와 정면대결하기보다 한국의 해외입양을 국제법이라는 메스로 낱낱이 해부해 위험성을 드러냈다. 이를 위해 입양의 역사와 법제의 발전, 국제규범을 분석하며 지난 수십 년간 정부와 사설 입양기관들이 파트너가 되어 구조적으로,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합법적으로 ‘고아’를 양산해왔음을 고발한다. 그 결과로 수많은 입양인의 인권이 훼손됐다.

이 박사는 한국이 국제규범을 지키는 데 실패해온 사실을 묵과한 국제사회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한국 입양아동의 수용국들이 대한민국에게 아동권리 보호에 소홀한 법적 시스템을 개선하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외입양이 절정에 달했던 1970~1980년대에 입양됐던 해외입양인들은 이제 한 세대가 지나 성인이 돼 모국을 바라보고 있다. 성인이 된 해외입양인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입양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고, 국가 간 입양 시스템 안에서 그들의 인권이 어떻게 침해당했는지 밝혀달라고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여러 유럽 국가에서는 이에 힘입어 과거 국가 간 입양에서 드러난 불법적, 비윤리적 행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사가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버젓이 부모가 있는 아동을 고아로 위조하거나 다른 아동의 기록과 바꾸고, 충분한 친모의 동의 없이 아동을 입양시키거나 과도한 수수료가 오가는 등, 과거의 여러 인권 침해 사례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박사는 1994년 행정고시를 통해 정보통신부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후 청소년보호위원회, 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가청소년위원회, 대통령실, 보건복지부 등에서 2016년까지 공직자로 복무했다. 이후 학자이자 시민사회 인권활동가로서 고려대 인권연구소 연구교수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현재 국경너머인권(Human Rights Beyond Border)의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들 파는 나라: 한국의 국제입양 실태에 관한 보고서’(오월의 봄·공저) 등이 있고, 코리아타임즈에 ‘입양인들과의 대화(Dialogues with Adoptees)’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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