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이 공짜로 건강검진하고, 상품권까지 받았다

신승헌 입력 2021. 11. 3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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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영양조사' 체험기
사진=신승헌 기자

한 달 전쯤이다.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중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비디오폰을 봤더니 질병관리청 로고가 찍힌 신분증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집 식구들이 ‘국민건강영양조사’ 대상으로 선정됐음을 알려주려고 방문한 조사원이었다.

정부는 매년 만1세 이상 국민 1만명(전국 192개 지역, 4800여 가구의 가구원 전체)을 대상으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실시한다. 이들의 건강수준, 건강관련 의식 및 행태, 식품·영양 섭취실태 등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건강정책 개발·보완에 사용한다. 다양한 연구에도 활용한다. 다만, 아직도 국민건강영양조사가 무엇인지 낯선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체험기를 준비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대상자 ‘선정통지서’.   사진=신승헌 기자

우리집 초인종을 누른 조사원은 국민건강영양조사를 간략하게 소개한 후 참여의사를 물었다. 참여하겠다고 답한 후 약 3주 만에 ‘선정통지서’를 받았고, 또다시 1주일 정도가 지나자 예약전화가 걸려왔다. 기자는 11월2X일 오전 7시45분으로 예약을 했다. 그날 아침, 미리 받아 작성해놓은 ‘건강설문조사표’와 반쯤 채운 ‘소변통’을 들고,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조사장소(이동검진차량)로 나섰다. 만6세 이상은 소변검사를 하는데, 조사당일 첫 소변의 중간뇨를 받아가면 된다. 이동검진차량은 대개 집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곳에 주차돼있다고 한다.

아! 조사전날에는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았다. 매일 먹는 약(당뇨병·고혈압약 등)은 조사가 끝난 후에 복용하고, 조사 당일에는 렌즈를 착용하지 말라고 했다.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오후 7시 이후부터는 물만 마실 수 있다는 안내도 받았다. 검진항목에 위·대장 내시경도 없는데 금식 기간이 길다고 느껴져 문의를 했다. 최소 8시간 공복을 유지하면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모든 것을 지켰다.

우편함 등을 통해 미리 전달되는 ‘건강설문조사표’와 ‘소변통’.   사진=신승헌 기자

발열체크와 손 소독 후 이동검진차량에 올랐다. 차 안으로 들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조사 참여 동의서’와 ‘인체유래물 연구 동의서’에 서명한 것이다. 나는 내 몸에서 나온 혈액(23ml)과 소변(30ml)을 포괄적 연구 목적으로 4년간 보존해도 좋다고 흔쾌히 승낙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는 조사대상자를 ‘소아(1~11세)’, ‘청소년(12~18세)’, ‘성인(19세 이상)’으로 나누고, 각각의 특성에 맞는 조사항목을 꾸린다. 연령대를 불문하고 조사항목은 크게 △검진조사 △건강설문조사 △영양조사로 구분된다. 

기자는 가장 먼저 ‘건강설문조사’를 했다. 미리 작성해간 건강설문조사표를 바탕으로, 조사원은 기자의 교육 및 경제활동, 이환, 삶의 질, 의료이용 실태 등을 추가로 물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이동검진차량은 1호차와 2호차 한 쌍으로 구성돼있다.   사진=신승헌 기자

다음으로 ‘검진조사’를 했다. 검진조사에서는 비만도를 판별하기 위해 신장, 체중, 허리둘레(만6세 이상)를 측정한다. 만40세 이상은 목둘레도 잰다. 이때는 정확한 측정을 위해 제공된 가운을 착용했다. 

검진조사에서는 치아우식증(충치), 치주질환(잇몸병), 보철물상태, 틀니 필요 유무, 치아홈메우기 유무, 치아불소증 유무, 자연치아수 등을 점검하기 위한 구강검사도 했다. 만6세 이상은 총 3회 혈압을 측정해 고혈압 여부도 살핀다. 조사원은 “정확한 혈압측정을 위해 최소 30분 전에는 금연해야 한다”고 했다.  

만10세 이상은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빈혈, 간기능, 신장기능 등을 확인하기 위한 혈액검사, 신체 내 근력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악력검사(양손당 3회씩 측정)도 하는데, 10살이 넘은 기자는 이를 다 했다.

이외에도 최대시력, 굴절이상여부, 녹내장, 망막질환 등을 확인하는 안검사(만10~59세 대상)도 받았다. 시력 및 자동굴절검사, 시야검사, 생체계측검사, 빛간섭단층촬영, 안저검사, 안압검사를 차례대로 받다보니 안검사에만 20분이 걸렸다. 만40세부터는 난청, 중이염, 평형이상(어지럼증), 음성장애를 측정하는 이비인후검사도 받는데, 이날 담당의가 ‘병가’라고 해서 하지 못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이동검진차량 내부 모습.   사진=신승헌 기자

이날 이뤄진 모든 조사는 치과의사·간호사·영양사·보건학전공자로 구성된 질병관리청 소속 전문 조사원이 수행했다. 1시간 조금 넘게 걸려 진행한 검진조사 결과는 등기우편이나 이메일로 내게 온다고 한다. 비용은 ‘무료’다. 국민건강영양조사의 한 축인 ‘영양조사’는 아직까지 하지 않았다. 앞으로 2주 안에, 방문시간을 약속한 후 영양조사가 진행될 거라는 안내를 받았다. 

처음 경험해본 국민건강영양조사는, 우리 가족의 건강상태를 무료로 점검하는 또 한 번의 기회 같았다. 그런데 조사를 마치고 나서는 도리어 답례품까지 받았다. 검진 및 건강설문조사 참여항목에 따라 1인당 최대 3만원까지 주는 답례품은 온누리상품권과 해피머니상품권 중 선택할 수 있다.  

검진조사 시 착용하는 가운(왼쪽), 조사 참여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상품권.   사진=신승헌 기자

다만, 제도 개선의 여지도 보였다. 질병청에서는 평일에 조사에 참여하는 직장인이나 학생 등을 위해 필요시 소속단체에 협조요청 공문을 발송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배려(?)가 무용하다는 목소리도 들렸다. 이동검진차량에서 만난 직장인 A씨는 “우리 회사에는 (국민건강영양조사 관련) 내규가 없다”면서 “그래서 그냥 연차를 내고 조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29일 질병관리청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선정된 조사대상자의 약 73%가 조사에 응한다고 한다. 참여율이 낮다고 할 순 없으나, 높일 방법을 고민할 만하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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