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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지금과 흡사하던 때가 있었다 [신진화의 백 투더 퓨처]

신진화 입력 2021. 11. 30.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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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화의 백 투더 퓨처] 1만 8000년~1만 1700년 전 해빙기에 대하여

빙하학자.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에서 빙하로 과거 기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과거는 미래의 열쇠입니다. 미래 이산화탄소 농도를 예측하기 위해 과거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빙하 속에 기록된 80만 년 동안의 과거 이산화탄소 농도 기록을 여러분께 읽어드리겠습니다. <기자말>

[신진화 기자]

 남극대륙에서 시추한 빙하 코어
ⓒ 한창희
 
과학자라면 자신의 연구성과를 싣고 싶어하는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좋아하는 연구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기후변화입니다. 이중에서도 지금은 호기심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한때는 관심이 뜨거웠던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빙하기에서 간빙기 사이, 다시 말해 추운 시기와 따뜻한 시기 중간인 해빙기입니다. 빙하에서 복원한 80만 년의 기록을 보면 빙하기가 약 9만 년 정도이고 간빙기가 1~2만 년 정도이니 약 10만 년에 한 번씩 해빙기가 발생한 꼴입니다.

그중 가장 관심을 많이 갖는 기간은 가장 최근에 발생한 해빙기(Last termination)로, 지금으로부터 1만 8000년 전에서 1만 1700년 전까지 발생한 해빙기입니다. 이 기간을 흥미롭게 보는 이유는 지금 기후와 유사하게 지구의 온도가 높았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지역에 따라 온도 변화가 다르지만 이 기간에 3~8도 정도 따뜻해졌다고 추정됩니다. 해빙이 시작되는 1만 8000년 전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약 190ppm이었고 이때부터 해빙기가 끝나는 1만 1700년에 약 270ppm으로 약 80ppm 정도 증가했습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그린란드와 남극의 온도 변화를 보여주는 자료. 회색 사각형으로 표시된 부분이 해빙기에 해당한다(자료 출처: Bazin et al,. 2013; Bereiter et al., 2015;Jouzel et al., 2007).
ⓒ 신진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처음 측정한 당시(1958년) 농도가 315ppm이었고 오늘날까지 약 100ppm 증가했습니다. 지금과 아주 유사하죠? 그러나 오늘날 100ppm 증가하는 데 약 63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해빙기에는 80ppm 증가하는 데 약 6300년이 걸렸습니다. 급격하게 증가한 양은 유사하나 증가 속도는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기후 연구에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는 온실기체 중 하나로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이 해빙기가 이산화탄소 때문에 시작된 건지, 지구 온도가 높아지면서 기후 시스템 변화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변했는지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특히나 천 년 이상의 긴 연구에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남극에서의 기후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으므로(관련기사: 지구 온난화 '김 빠진 사이다'를 기억하세요 http://omn.kr/1vsq3) '남극 온도가 먼저냐, 이산화탄소가 먼저냐' 하며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습니다. 최신 연구에 의하면 최근 해빙기가 시작하면서, 온도가 먼저 변화하고 이산화탄소가 기후에 영향을 받아 변화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기간에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되었는데요. 해빙기가 시작되면서 온도가 꾸준히 올랐는데, 북반구 고위도 지역 중 하나인 그린란드는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만 2900년 전에서 1만 1700년 전에 일어난 일로 이를 영거 드라이아스  사건(Younger Dryas event)이라고 합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지난 기사 내용 중 해류 순환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관련기사: 17년 전의 경고... 정말 빙하기가 올까요? http://omn.kr/1w0d2).

요약하면, 대서양 표층을 따라 흐르는 표층수와 바다 깊은 곳을 흐르는 심층수를 통해 전 지구의 열과 염분을 교환하게 됩니다. 북대서양 저위도 지역에서 형성되는 따뜻한 표층수가 북반구 고위도로 전달되면서 차가운 고위도를 데우게 되고, 반대로 북대서양 고위도에서 형성된 차가운 심층수가 저위도로 이동하게 되면서 저위도를 식히게 됩니다.

해빙기에 온도가 오르면서 1만 2900년 전 캐나다 빙하가 붕괴해 이 빙하가 북대서양 해양의 염분을 낮추게 됩니다. 그 결과 염분이 높고 온도가 낮아야 형성되는 심층수가 형성되지 않아 저위도로 이동해야 하는 차가운 심층수가 고위도에 갇히게 됩니다. 그래서 고위도 지역은 점점 추워졌고, 이 차가운 심층수가 남극으로 갈 수 없었으니 남극은 따뜻해진 것입니다.

이때 온실가스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 농도는 어땠을까요? 이렇게 북반구의 온도가 급격하게 낮아졌는데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증가했습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급격한 증가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으니 빙하기가 오면 좋겠다고 상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북반구의 온도가 낮아져도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는 건 어렵겠구나, 생각되네요.

기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복잡하게 변합니다. 이 때문에 과거를 잘 이해한다고 해서 오늘날이나 미래의 기후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남극 대륙
ⓒ 최한진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Beeman et al., 2019년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논문 링크: https://doi.org/10.5194/cp-15-913-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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