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준석, 오늘 서울 안 간다"..'당무 거부' 장기화 시사

尹·이준석 기싸움 심화 양상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분간 서울에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당 대표 패싱' 논란 후 무기한 당무 거부 중인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부산을 찾는 등 지방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당 일각에선 이 대표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이 '기싸움'이 시작됐다는 말도 나온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1일 헤럴드경제에 이 대표의 이날 서울 복귀설을 놓고 "(이 대표는 이날 서울로)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늦은 오후부터 전화기를 꺼놓은 후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한다"며 돌연 잠적했다.

당내에선 거듭된 '이준석 패싱'으로 이 대표가 '무력시위'를 택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 대표는 당내 대표적 '김종인 영입론자'였으나 뜻이 좌절됐다. 윤 후보는 되레 이 후보가 공개적으로 반대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를 공동 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 이 대표는 사전에 자신의 이름이 참석자 명단에 쓰여 있는 선대위 일정도 공유받지 못했다.

이 대표는 현재 부산 지역을 찾아 지역 현안을 청취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김철근 국민의힘 당 대표 정무실장과 함께 이성권 부산시 정무 특별보좌관을 만났다. 그는 지난 9월 자신이 직접 현장에서 챙긴 부산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문제와 가덕신공항 건설 등에 대해 자세히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같은 날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도 회동했다. 정 전 의장은 "최근 일련의 당내 문제와 내년 대선, 나라 걱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윤 후보가 정치 경험이 많지 않으니 그 점을 이해하고, 원로와 당 중진과 잘 의논해 조언을 구하면서 해결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같은 당 장제원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상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기습 방문키도 했다. 이 대표 측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공지문에서 '이 대표가 사무실을 격려차 방문했고, 당원 증감 추이 등 지역 현안과 관련해 당직자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윤 후보 최측근으로 꼽히는 장 의원은 최근 이 대표와 공개적으로 신경전을 벌였다. 장 의원은 전날 국회 법사위 참석 후 취재진에게 "지금 분란의 요지는 '왜 나 빼냐'는 것"이라며 "이런 영역싸움을 후보 앞에서 하는 것"이라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당장 서울로 오지 않는 것은 윤 후보를 향해 사실상 '사과와 양보'를 요구하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표를 찾아 지방을 찾는 등 굽히고 들어가면 주도권 다툼에서 밀릴 수 있고, 정면으로 맞서면 유연한 위기관리능력을 의심받을 수 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당내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이번 잠적으로 승부수를 던졌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당장 윤 후보가 이 대표를 찾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윤 후보는 이날 충남 천안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게) 무리해 연락하는 것보다 부산에 있다고 하니 생각도 정리하고 해서 당무에 복귀하면 (연락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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